▲ 안영애(안스디자인조경기술사사무소장·한국조경사회 부회장)

저는 느티나무입니다. 다음 달 5일이면 식목일, 우리의 중요한 기념일이지요.

60~70여 년 전 우리 국토는 전쟁과 가난으로 너무나도 황폐하였습니다. 친구도 없이 황량한 들판에 서서 모진 바람을 몸으로 맞이한 우리들. 가난한 사람들의 친구가 되고 그들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어주었지요.
날씨는 춥고 생활은 어렵다보니 산에서 낙엽도 긁고 떨어진 잔가지도 쓰다가 부족해지자 점차 우리에게 손을 대고 그러다보니 우리 친구들은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나라에서는 우리를 꺾거나 베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벌하는 정책을 펴고, 또 경제발전을 이뤄 불과 반세기만에 우리 국토는 푸르게 만들었습니다.

어려서 개에 물리면 어른이 되어서도 개가 무섭고, 물에 빠진 기억이 있으면 어른이 되어서도 강에서 수영하기는 두려운 것처럼 훼손하면 엄벌을 받았던 그 무서운 기억 때문인지 식재는 선과 정의, 간벌은 체벌사유와 악으로 생각하는 의식이 있는지 사람들은 계속해서 심기만 하고 우리들 환경은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키도 덩치도 커지면 그에 맞는 공간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장만 만들면 만들어지는 공산품과는 달리 우리 나무공장은 땅과 하늘과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한데 그 동안 사람들은 큰 나무심기는 어렵고 빠른 성과를 내고자 우리를 빽빽하게 심었습니다. 처음에는 많이 행복했습니다. 때론 경쟁하면서 어느 순간까지는 행복하게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랍니다.

얼마 전 끝난 개그콘서트의 풀 하우스 아시지요? 시대적 배경은 60~70년대 우리나라 여건과 유사하지요. 요즘 우리환경은 풀 하우스보다 더 합니다. 풀 하우스에서는 문을 열면 밖으로 나갈 수 있지만 우리는 다리가 땅에 박혀 나갈 수도 없어 몸통 기울인 채 팔도 벌리지 못하고 영양실조 걸린 것처럼 위로 자라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환경은 풀하우스 진행형입니다. 그러다보니 우리끼리 자리다툼을 안 할 수 없게 되었답니다. 다행히도 난 크고 빨리 자랄 수 있기에 더디 자라는 우리 친구 은행나무는 삐죽하니 키만 크고 볼품없이 자라 본래의 고유 체형을 만들 수 없습니다. 전문용어로 피압당했다고 하지요. 때로 그 친구가 불쌍해 내 팔 하나 양보할까 하지만 생각처럼 쉬운 게 아닙니다.

무릇 모든 생명체는 땅에서 와 땅으로 돌아가는 것 아닌가요? 우리는 땅에서 태어나 사람들을 위해 살다 땅으로 돌아갑니다. 숲속의 우리 친구들은 토양유실도 막고 숲에서 많은 가공식품을 만들고 사람들의 생활에 도움되는 다양한 용도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공원에 있는 나무는 산에 있는 나무와는 여러모로 다릅니다. 공원 내 체육시설근처에 있을 때 우리는 많이 피곤합니다. 사람들이 운동하다 공이 내 허리, 얼굴에 부딪혀 멍이 드는데 정말이지 골병듭니다. 거기에다 밤엔 좀 쉴까 하지만 밤은 밤대로 늦도록 운동하기 위해 강한 조명등을 켜면 정말 편히 잠을 잘 수 없습니다.

산에 있는 친구들은 공원보다 나을까요? 천만에요! 사람들이 많이 찾는 도시에 이웃한 산들은 마치 공원과 같습니다. 건강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오르다보니 땅이 단단해지고 단단해 진 땅이 걷기 나쁘다고 다른 길을 만들고 그러다보니 산 전체 땅이 딱딱하게 굳어 우리는 숨을 쉴 수 없고 패인 곳으로 비가 오면 우리들의 소중한 양분은 빗물과 함께 흘러갑니다. 저희는 말은 못하지만 몸으로 말을 합니다. 수형, 뿌리상태, 때깔, 솔방울 등을 살펴보며 우리 건강상태에 관심을 가져주세요!
 
도시스케일에 맞추어 좀 더 크고 멋지게 자랄 수 있도록 하여 흔히 얘기하는 CEPTED(환경을 통한 범죄 예방)공간을 만들고 우리 나이와 성격에 맞는 적정한 공간과 환경도 만들어주시고 공원을 이용하는 사람과 하나 되도록 사람들이 활동할 수 있는 여유 공간도 만들고 하였으면 합니다.

공원에서 난 사람들과 격리된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하는 곳이었으면 합니다. 내 키와 덩치에 맞게 넓은 공간에서 두 팔 벌리고 사람들을 보듬고 싶습니다. 사람과 유리된 공간이 아니라 사람과 새와 각종 벌레, 동물들과 공존하고 싶습니다.
이번 식목일에는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게 하기보다 우리 환경을 개선에 신경을 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올해 20살을 맞은 느티나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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