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2월 25일 퇴임하는 이명박 대통령이 여론의 반대를 개의치 않고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청와대 측의 ‘법과 원칙에 따른 사면이며, 사면은 대통령의 권한’이라고 한 것에 대하여 이의를 달 수 없는 현실이지만 사면 발표이후에 여론이 매우 부정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임금이 바뀌면 옥문을 활짝 열어준다’는 전임 대통령실장의 전언처럼 나라에 경사스러운 일이 있을 때 은전을 베푸는 것이 좋은 관례이며 용서하는 모습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아름다운 행동이다.

그러나 ‘용서’라는 아름다운 행동이 되어야 하는 이번 사면이 대통령 당선인을 비롯하여 여·야 정치인과 많은 국민들이 동의를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같이 사면에 포함된 용산 참사 철거민 가족도 이용당하는 느낌이 든다고 하니 사회적 합의와는 거리가 있는 모습이다.

사면권 자체가 국가형벌권에 반하는 것이라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역대 대통령의 임기 말 특별사면에 대하여 환영받은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학자들도 역대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는 하나같이 합리성이 결여됐다고 지적해왔다.

‘법 적용을 공정하게 해야 하며… 국민 뜻을 거스른 권한 남용’이라는 대통령당선인의 표현이 국민들의 생각과 같다면 그것은 국민에게 상처가 된다. 또한 권력형 비리를 손쉽게 선처해 주는 관행이 반복된다면 젊은 청년들의 가치관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얼마 전에 수도권 고등학생의 설문조사에서 ‘10억이 생긴다면 잘못을 하고 1년 정도 감옥에 들어가도 괜찮다’는 학생이 44%가 된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를 보면서 젊은이들의 돈에 대한 잘못된 가치관에 탄식을 할 수 도 있겠지만 이런 생각을 가지게 한 우리 사회의 현실과 그 책임이 무엇보다 크다. 권력과 돈이 있으면 잘못된 행동도 선처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굳어질까봐 걱정이다.

이번 사면에 대한 법무부의 보도자료를 보면 사면 대상자들에게 ‘국가발전에 다시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 한다’고 적시되어 있다. 정말 이들이 다시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지 두고 봐야 하겠지만 지금 이 내용을 보고 허탈감에 빠지는 사람이 많다.

특히 양재동 파이시티 인허가 청탁 대가로 6억을 수수하여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알선수재 혐의’로 형을 받았다가 이번 사면대상자가 된 현실의 이면에는 100억원대의 파이시티 설계비를 못 받아서 부도가 난 한국 현대건축의 산실인 ‘공간건축’과 연쇄적으로 자금 난에 몰린 설계협력업체 등 많은 피해자들이 줄지어 서있다는 것도 헤아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원망과 저항이 생길 수도 있다.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적을 친구로 돌려놓을 만큼 사랑하십시오. 이제 우리는 저항에서 화해로 옮겨 가야 합니다. 그런 헌신이 있을 때 자유와 정의가 살아 있는 밝고 환한 세상을 맞이할 수 있다’고 했듯이 이번 사면이 화해를 통하여 밝고 환한 세상이 되도록 골고루 용서와 화해와 복권이 될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희망한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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