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종화(한국관광공사 부장·관광학박사)
옛날에는 12월 31일 그믐에 잠을 자면 굼벵이가 된다하여 잠을 자지 않고 방마다 호롱불을 켜고 가족들이 이야기로 밤을 지세며 지냈다. 이 시간은 한해를 보내는 반성의 시간이며 새해를 맞이하는 희망의 시간이기도 했다. 동양에서는 새해가 되면 누구나 무사안녕과 소원을 비는 민속 문화가 있다. 음력으로 설을 지내는 나라에는 한국과 중국이 그 대표적인 국가이다. 설은 음력으로 1월1일로 옛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고운 설빔을 차려 입고 부모님께 세배를 올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설 명절이 되면 떨어졌던 가족들이 함께 모여 오순도순 이야기꽃을 피우며 이웃어른들께도 세배를 다니며 세뱃돈을 받는 것이 어린 시절에 하나의 즐거움이기도 했다.

설 명절에 즐길 수 있는 놀이는 윷놀이와 제기차기, 강가에서 썰매타기가 있다. 중국에서는 설을 춘절이라고 하는데 우리의 설날과 같이 1년 중 가장 큰 명절이다. 중국에서 춘절은 한 해의 으뜸 날 아침을 뜻하는 원단(元旦), 신년(新年) 등으로 쓰였다. 섣달 그믐날 밤이 되면 중국에서도 밤을 지세는 관습이 있다. 집집마다 가족이 둘러 앉아 만두를 만들며 밤을 지새운다. 아침 해가 솟으면 일제히 폭죽을 터뜨리며 집안에 있는 악귀를 쫓는다. 이어 찹쌀떡을 만들어 먹기도 하며, 춘절행사는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보름 이상 계속되는 곳도 있다. 춘절기간에는 집집마다 대문에 '복(福)'자(字)를 거꾸로 붙여 놓는 풍습도 있는데, 이는 '복이 들어온다(福到了)'고 믿기 때문이다. 이때 가장 일반적인 민속놀이는 사자탈춤이 있고, 한국과 마찬가지로 세뱃돈을 주는 풍습도 있다.

중국에서는 앞서 말했듯이 설 명절이 되면 중국에서는 천지를 뒤흔드는 폭죽(鞭炮)소리가 춘절을 알린다. 요란한 폭죽 소리는 사악한 귀신을 쫓는다는 의미를 넘어서, 명절 분위기를 한껏 고취시키는 축제의 매력을 느끼게 한다. 춘절에 하는 폭죽놀이는 매우 볼만한 축제로 자리 메김 하고 있다.

홍콩에서도 설날이 되면 설 축제가 화려하게 막이 오른다. 홍콩 설 축제는 홍콩인들이 한 해를 시작하는 복으로 여기는 화려한 꽃시장을 열면서부터 시작된다. 홍콩 설 축제는 빅토리아 하버를 화려하게 수놓는 불꽃놀이와 퍼레이드, 박진감 넘치는 설맞이 경마까지 이벤트행사가 다양하여 관광객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특히 이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설 퍼레이드는 설날 당일인 저녁 8시부터 시작된다. 홍콩의 가장번화가인 홍콩 문화센터에서부터 시작해 빅토리아 항구까지 각국에서 온 공연단들의 수준 높은 공연과 시가지퍼레이드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축제이기도 하다. 홍콩의 설 퍼레이드는 음악, 춤 그리고 조명을 이용해 사람들의 오감을 자극하며 18년간 홍콩을 아시아의 이벤트 중심도시로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해왔다. 화려한 조명으로 장식된 대형 이동식 무대인 퍼레이드 차량을 이용해 밤이 되면 더욱 멋진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러나 중국과 홍콩 등 중화권 지역의 설 명절의 축제가 성공을 거두고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 우리나라는 설 명절이 되면 고향을 찾는 귀성객들로 도시는 한산해지고 이로 인해 설 명절에는 특별한 축제가 개발되지 못하고 있어 외국관광객들은 우리의 민속 문화인 설 명절에 대한 이해부족과 이벤트축제에 관한 관심이 큰 반면 내용은 부실한 실정이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하여 명동이나 광화문 등지에서 대규모 설 축제를 만들어야 한다. 남산한옥마을이나 북촌마을 그리고 동대문시장이나 남대문시장, 종각 등과도 연계한 설 축제를 개발하여 대형화된 축제상품으로 개발해야 한다. 동방의 나라 신비의 나라 역동성을 가진 나라 서울 설 축제가 만들어진다면 수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의 겨울철 ‘설 축제’에 참가하여 한 해를 설계하고 한국문화의 매력에 빠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중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설과 정월대보름을 소재로 한 민속축제가 20여 일간의 긴 축제로 지속되어야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설과 정월대보름을 한 시즌으로 묶어서 축제를 기획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설에는 완성도가 높은 축제가 전무한 편이나 정월보름에는 달집태우기나 쥐불놀이, 지신밟기, 놋다리밟기, 고싸움놀이, 차전놀이 등 전통 민속놀이가 다양하여 이를 ‘설 명절∙정월대보름축제’의 이벤트 행사로 발굴하여 문화적이며, 호기심을 유발하고 재미가 있는 겨울철 전통 민속축제로 개발하여 세계적인 상품으로 거듭나야 한다.

달집태우기는 보름달이 떠오를 때 생솔가지나 나뭇더미를 쌓아 거대한 원추형 ‘달집’을 짓고 달이 떠오르면 불을 놓아 마을에 깃든 모든 악귀가 소멸되기를 염원하는 풍속이다. 지신밟기 놀이는 악귀와 잡신을 물리치고 마을의 평안과 건강, 풍작 및 가정의 다복을 축원하는 공연적(供演的) 성격을 띤 민속놀이로서 꽹과리·징·북·장구·쇠 납 등의 민속악기로 구성된 풍물을 선두로 소고패·양반·하동(河童)·포수·머슴과 탈을 쓴 각시 등이 마을을 돌며 집집마다의 농악을 울리며 창과 춤을 익살스럽게 재주를 연희하는 놀이이다.

또한 쥐불놀이는 정월 첫 쥐날(上子日)에 쥐를 쫓는 뜻으로 논·밭둑에 불을 놓는 풍습으로 쑥방망이에 불을 붙여 들고 논 밭둑의 마른 풀에 불을 놓아 모두 태운다. 마을에 따라서는 아이들이 두 패로 갈라 불을 놓고 불의 세기를 겨루기도 한다. 불을 놓는 이유는 쥐를 쫓아내고 마른 풀에 붙어 있는 해충의 알 등 모든 잡균들을 태워 없애며 새싹이 잘 자라게 하기 위함이다.

경북 안동·의성 등지에서는 놋다리밟기 민속놀이가 열린다. 정월보름달 아래서 단장한 젊은 여자들이 공주를 뽑아 자신들의 허리를 굽혀 그 위로 걸어가게 하는 놀이로, 놋다리밟기가 열리는 지역은 금남(禁男)의 지역으로 선포하는 젊은 아낙네들의 놀이이다. 그 밖에도 정월대보름 놀이로는 안동의 차전놀이와 전라도 광산지방 뿐만 아니라 장흥·강진·영암 등에서 행하던 격렬한 남성 집단놀이인 고싸움놀이가 정월대보름에 행하던 민속놀이이다. 따라서 이러한 우리의 민속놀이를 소재로 하여 세계적인 겨울철축제로 개발하여 우리의 민속 문화를 아이콘으로 한 매력적인 겨울철브랜드축제로 만들어야 한다.

설 명절과 정월대보름은 우리민족의 전통 민속놀이가 오래전부터 전해저오고 있다. 이제 우리의 민속놀이를 세계적인 이벤트관광축제로 개발하여 겨울철에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거리를 제공할 때 관광선진국에 한 발짝 다가서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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