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영애(안스디자인조경기술사사무소장·한국조경사회 부회장)
2013년 계사년도 벌써 1달이 다 되어간다. 참으로 빠른 시간이다.
우리는 시간을 어떻게 느끼는가? 24시간, 1주일, 1달, 1년 등등…시간을 시각적, 숫자로 이해하는 것은 아닌지? 0부터 9까지의 조합된 숫자의 직접적, 일반적 수치정보로 이해하고 시간으로 맺어지는 관계성, 변화성, 성장, 지속성 등 시간이 주는 많은 것과 그것으로 만들어지는 의미를 생각하고는 있는지?

우린 그 이유를 바쁜 현대생활로 얘기하지만 일상에서 시간이 가진 속성과 특성을 정말 깊이 있게 생각하는지 자문해본다. 우리는 공간을 체험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에 시간을 투영, 체험하고 그 많은 체험들이 개인의 기억에서 확장되어 역사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며 지금 이 순간도 우리는 역사의 가운데 서있다.

그렇다면 조경에서의 시간은? 시간은 중요한 설계적, 시공적 요소인데 과연 우리는 이를 얼마나 이해하는가? 자연이 만들어내는 시간과 공간, 사람이 만들어내는 시간과 공간은 그 모습과 속성이 너무도 다른데 우린 그렇게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땅이 부족한 우리 현실에서 적극적으로 지하, 지상공간을 활용하는데 연속된 시간, 단절된 시간으로 만들어진 사람과 자연이 만들어낸 공간을 만난다. 지상에서의 기능과 개념을 중시한 결과 지상과 지하가 수직적으로 상호 연계되어 있는데 우린 공간을 수평적 요소로만 생각하지 않나싶다.

시간이 만들어준 다양한 환경요소도 물리적 구조와 관리면 우리도 그 만큼 할 수 있다는 생각, 우리의 공간을 사람을 위한 완벽한 기능, 오로지 사람을 위한 공간으로 철저하게 활용해야 합리적인 사람으로 간주되는 사고에서 우리가 자연친화적인 설계를 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자연지반의 땅은 많은 시간을 축척한 소중한 자원이다. 단면을 구성하는 많은 무기질입자와 시간이 담겨진 흙의 공극. 그 사이에 채워진 물과 공기… XY가 아닌 XYZ, Z는 +만 이 아닌 - , 그리고 공간을 넘어 시간까지도 고려한 설계시공이 되어야 한다.

조경은 건축물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긍정적 변화가 가능하고 우리에게 시간은 어쩌면 ‘요술램프’ 같은 것은 아닌가 한다. 지금과 같은 인공지반위에 대교목식재 보다는 환경적응력이 뛰어난 적정 규격의 수목을 식재함으로써 환경적응도 용이하고 경제적이며 시간이 경과함과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하면 좋지 않을까 한다. 인간도 태어나서 어린아이에서 청소년, 장년을 거쳐 노년이 되듯 수목으로 만들어진 우리 경관을 생각해본다.

준공과 동시에 성숙한 모습을 ‘짠’하고 보여주면서 환경의 버거움을 견디지 못해 링거를 주렁주렁 매달기보다는 환경에 서서히 적응해가면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여리고 여린 잎은 두텁고 진한 잎으로, 노동으로 만들어진 투박한 손처럼 줄기 역시 고운 질감에서 거친 질감으로, 작은 체구에서 덩치가 산만큼이나 성장한 수형 등 이렇게 변하는 다양한 모습을 아름답게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용자의 과시욕구, 설계자의 조급함, 시공자의 이익추구의 3박자가 맞아 근래에 유행처럼 번지는 근경 70㎝, 수령 100년이 족히 되는 대교목을 도심 한 복판 자연지반도 아닌 인공지반에 식재하는 행태가 계속되는 한 지금 이 순간도 어디선가 고향을 떠나 낯설고 열악한 환경에서 오늘하루도 가쁜 숨을 쉬는 자연이 있다.

건축평수로 자신의 경제적 사회적 능력을 과시하듯 조경 역시 다량의 대교목 식재로 나의 능력을 과시하는 천박함보다 시간과 함께 자연과 대화하고 자연의 그 무한한 변화를 느끼는 소박하고 자연과 같이 하는 가치가 반영되었으면 한다. 더하여 모든 곳을 ‘채우기’ 보다 어느 한 곳은 ‘비우기’로써 우리 시대가 아닌 미래세대를 배려하고 그 시간과 공간사이에는 사람이 아닌 우리 모두가 살고 예측할 수 없는 새로운 변화에 대처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왜냐하면 조경은 건설을 넘어 우리 시대의 문화적, 역사적 산물이고, 환경친화적인 설계는 녹지로 확장하는 것이 아닌 우리의 생각 자체가 변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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