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에 이어짐>

그러한 과정을 거친 후, 도시계획국 계획과에서는 경관정책 담당 부서를 증설하여 경관조례 검토를 실무적으로 시작하였다. 처음 1년 동안은 규칙과 조례 중에서 저울질하고 있었고, 이를 위해 도시경관심의회를 만들어 ‘고베시 도시경관을 지키고 기르는 시책을 추진하면서, 그 기본적 이념 및 시책에 대하여’를 자문한 것이 1976년의 일이다.

위원회에서는 당시 선진사례로 간주된 교토시와 요코하마시를 시찰하였고, 역사적경관도시연락협의회에도 참가하였다.

풍견계의 예
이듬 해 11월에 ‘고베다운 도시경관형성을 향하여’라는 제목의 답신이 정리되었는데, 기본이념으로서 ‘계획적인 마치즈쿠리 및 도시공간의 공공성을 제창하며, 경관기본계획의 책정, 지구경관정비계획의 작성, 경관조례의 제정, 계발활동, 체제강화, 상설 도시경관검토기관 설치 등을 통한 경관정비를 제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때, 시민, 시, 사업자, 전문가의 역할을 명확히 하였고, 경관정비 방향을 정하기 위해 경관을 분류하여 유형별로 과제와 정비방향을 고려하였다.

77년에는 ‘風見鶏(풍견계 : 닭모양의 풍향계)’라는 NHK방송국의 연속TV소설이 北野지구를 무대로 하고 있어, 50만명이 다녀가는 등 경관보전의 중요성도 높아져갔다.
 

풍견계의 예

78년 5월, 도시경관조례검토위원회가 조직되어 ‘조례에 포함해야만 하는 기본적 사항 등에 대하여’ 자문하였고, 타도시의 실태조사 및 전문가 의견청취를 행하였다. 이때, 위원회의 논의 중에, 주민의 자주적인 참가의 열쇠가 되는 시점에서 주민 전체 의견에 기초하는 조례가 바람직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하지만, 당시 행정조직 내부에서도 이견이나 반발이 없었을까? 당초부터 조례를 제정한다고만 방향을 정해놓은 것이 아니라, 조례보다 하위의 법적 수단인 요강(要綱)을 제정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었던 것이다. 즉,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 요강으로 말이다. 왜 이렇게 생각했을까.

당시만 해도, 도시계획 부문에서는 도시계획법에 기초하여 실시하는 것이 통상의 예였고, 소위 ‘자치조례, 자주조례’라고 하는 것에 대한 위화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점은, 현재 우리나라 지자체가 ‘위임조례’를 벗어나지 않으려는 것과 같다. 즉, 모든 조례가 구성과 내용이 유사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편, 주택건설 및 공공사업 등이 제약을 받을 것으로 우려한 각 실무부서의 충분한 이해를 얻지 못한 것도 있다. 현재, 경관조례나 이에 의한 경관위원회 등이 우리나라 지자체에서 그리 큰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 기인한다고도 할 수 있다.

결국, 위원회에서는 주민의 자주적인 참가가 열쇠가 된다는 시점에서, 주민의 전체의견에 기초하는 조례가 바람직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던 것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당시 고베시 미야자키시장체제에서 환경조례, 소비자조례, 시민의 복지를 지키는 조례 등 선구적인 조례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도 영향을 준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조례로 명문화하기 위하여, 도시계획국 계획과의 법령 담당계장이 중심이 되어 이를 위원회의 초안검토위원이 검토하고, 매 단계마다 건설성(현 국토교통성, 우리나라의 국토해양부(새정권 출범후 ‘국토교통부’로 명칭 변경 예정)와 같은 중앙정부기구에 해당)과 조정하였다. 이때도 건설성에서는 법률로도 할 수 있는 일을 굳이 조례로 할 필요가 있는가하는 것이 돌아오는 말이었다.

고베시는 이에 대해, 독자적으로 진행하고 싶다고 하였다. 재미있는 것은 고베시가 속해 있는 광역지방자치단체인 효고현과는 아무런 조정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유는, 고베시 스스로가 일반 기초자치단체가 아닌 법에서 정한 도시(政令指定都市라 함)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1978년 9월에 시의회에서 조례안이 제안되었고, 의회에서는 사권(私權)이 제한되는 가는 질문을 하였고, 당시 미야자키시장은 주민의 이해와 협력을 기본으로 할 것을 약속하였다. 또한, 요코하마시는 요강에 의해 추진하고 있는 반면, 고베시는 왜 조례로 하려고 하는 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전통적 건조물군 보존지구 보존조례를 포함한 고유의 체제를 만들기 위해 조례를 선택했다고 답변하였다. 시의회에서도 같은 정령지정도시인 요코하마를 의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같은 해 10월에 고베시 도시경관조례가 제정 공포되었다.

오민근(한국조경신문 편집주간·지역과 도시 창의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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