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마지막 호와 올해 첫 호에서는 경관조례 운용체제 구축과 관련하여 다소 큰 범위의 내용을 다루었다. 이번 호부터는 다시 좁은 범위의 내용을 중심으로 글을 전개해나가고자 한다.

고베시 경관조례 제정 과정
‘경관’을 ‘한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일본 고베시의 도시경관정책은 널리 알려져 있다. 어찌보면 우리나라의 부산처럼 도심의 앞은 바다, 뒤편은 산이 위치하고 있어 고베시와 부산시의 지리적 여건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두 도시의 풍경은 질적으로 다르다.

고베시는 95년에 한신대지진으로 도시가 황폐해졌지만, ‘부흥마찌즈쿠리’를 통해 다시 현재와 같은 고베시의 모습으로 갖게 되었다.

1960년대에, 근대시기 외국인 거주지인 異人館(‘이진칸’으로 읽음)으로 알려진 北野山本지구에는 연립주택이나 모텔이 난립하고 있었다. 이때 학식경험자들은 당시 하라구치시장에게 역사적 건조물의 보존을 요구하였고, 여기에 시민운동도 관여하여 1965년에는 ‘北野町를 지키는 모임’을 결성하여 ‘거주조건 확보에 관한 진정’ 및 ‘풍속영업 관련 업자의 취급에 관한 공개질의서’를 고베시에 제출하기에 이른다. 이듬해 고베시 도시계획국에서는 北野지구를 주거전용지역으로 지정하게 되었다.

다양한 계층의 주민들의 이러한 요구에 의해 역사적 건조물 등이 보존될 수 있었지만, 이진칸의 파괴는 계속되어 74년도 조사결과에서는 10년 전에 50동의 역사적 건조물이 있었던 이진칸이 30건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 고베시 전경 *출처: http://神戸観光.jp/map.html

 

고베시 경관조례 제정의 시작 68년경에 고베시 교육위원회 관련 직원 및 고베대학 관계자들에 의해 전통적인 건조물을 보존하자는 의견을 받아들여, 경관보전을 위한 제도화를 고려하는 공부모임을 열고 있었다.

73년에는 도시계획국과 고베대학이 공동으로 ‘고베시가지에서 도시경관형성구상을 위한 조사’를 실시하였다. 이때 고베시 건축가집단도 ‘고베의 경관에 관한 100인 설문조사’를 행하였고, 그 보고서에서 北野지구의 보전수경(保全修景)계획을 제시하고 ‘보전조례’의 제정도 제안하였다.

고베대학과 도시계획국의 공동조사에서 고베시 전지역의 경관구성요소를 분류하고, 경관자원 추출 등을 행하여, ‘고베시가지에서 시가지경관형성구상’을 74년에 책정하였다.

이 구상에서는 경관파괴가 심각한 3개 지구에 대한 기본계획을 책정하고, 실현 방책으로써 이진칸의 보전과 이용, 용도지역지구의 지정, 보전지역 내의 건축설계 시스템 등의 확립, 긴급과제에 대한 경관영향평가(landscape assessment), 경관조례의 정비, 심의회 등의 설치와 주민참가 등이 제안되었다.

 

 

 

▲ 北野지구 관광지도 *출처 : http://kobe-haberdashery.com/kobemap/kobemap.html


이후, 75년에는 나라국립문화재연구소 및 고베대학 공학부 건축학과가 공동으로 ‘北野・山本지구 전통적 건조물군 보존대책 조사’를 하게 된다. 75년은 일본 문화재보호법에 ‘전통적 건조물군 보존지구 제도(이하 ‘전건지구’라 함)’가 도입된 해이다. 따라서, 조사보고서에서는 北野・山本지구가 고베시의 장래상을 그리는 데에 중요한 요소임과 함께, 면적으로 보존을 실현하기 위한 전건지구의 지정을 받아들이도록 요구하고 있다.

오민근(한국조경신문 편집주간·지역과 도시 창의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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