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탉 우는 마을'을 꾸민 김혜숙 숲지기강지기 대표

 ‘소통’이 곧 ‘대통’이란다.

초록빛 삶터를 가꾸고 제공해주는 사람들의 모임 ‘숲지기 강지기’에서 5년째 대표직을 맡고 있는 김혜숙 대표의 마을만들기 비결이다.

물론 처음부터 통한다는 것은 무리한 욕심이지만, 진심으로 마을과 주민들을 대하고, 계속해서 진정성을 보인다면 모두 한마음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30여년 동안 묵은 폐건축물과 생활쓰레기 등으로 몸살을 앓아왔지만 어느 누구도 손댈 생각을 못했던 서울 금천구 시흥5동 일대에 ‘마을만들기’를 통해서 새로운 마을로 탈바꿈시키고 주민들에게 행복을 안겨줄 수 있었던 것은 ‘소통’에서부터 출발했다.

그 업적으로 서울시가 주최한 ‘제4회 생활녹화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김혜숙 숲지기강지기 대표를 만나봤다. <편집자 주>


“과거 일문학을 전공하고 회사를 다니며 경제적 풍요를 누렸지만 공허함이 채워지지 않았다. 평소 식물·숲을 좋아해서 대학원에 입학해서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생명의숲 회원으로 문화교육분과위원과 운영위원으로 활동해 온지는 올해 10년째”라며 “2007년부터 숲지기강지기 대표직을 맡고 있고, 숲환경교육과 환경보전·생활개선·돌봄·교육 등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며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말했다.

시흥5동 일대는 생활쓰레기 무단투기가 넘쳐나고 30여년 된 폐자재들, 악취와 벌레들로 가득해서 주민들의 건강·위생·안전을 위협하는 혐오지역이었다. 생활환경을 바꿔보자는 제안에는 주민 역시 찬성했지만 여성고령자·세입자가 대부분인 마을을 변화시키는 일에는 큰 어려움이 따랐다.

“처음 왔을 때는 폐자재와 쓰레기 그리고 악취 때문에 잠시 머물러 있는 것조차 힘들었다. 마을에 젊은 사람이 많거나 모두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면 좀 더 쉬웠겠지만 고령자와 세입자들이 몰려있는 동네라서 주민들은 물리적인 힘뿐만 아니라 의지조차 미약했다”고 회상했다.

김 대표는 이런 문제를 구청과 여러 자원봉사자들 통해 풀어갔다. “구청의 행정·재정적 도움과 전국재해구호협회 희망브릿지·동일여고 미술동아리 등 자원봉사자의 재능기부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그들의 노력 덕분에 주민들도 마음을 바꾸고 지금은 숲지기강지기와 주민이 한마음 되어서 함께하고 있다”고 했다.

마을만들기 당시 주민들은 삶에 밀접한 생활의 불편함 해소부터 문화·예술 등 다양한 욕구가 있었다. 위생과 쓰레기·폐자재·철조망 처리·위험수 제거·하수로·CCTV 등 각종 문제점을 처리하기 위해 주민자치위원회를 만들고 동네 어르신을 대상으로 수십번의 설명회와 운영위원회의를 진행했다.

“폐자재와 쓰레기, 철조망 등 흉물스럽고 비위생적인 문제를 처리한 이후 생각한 것은 마을의 공공성과 공통적 수혜가 가능한 시설물과 프로그램이었다”며 생태공동텃밭·꽃밭을 조성하고, 담장에 벽화를 그리고, 어르신 생신상차리기·보일러 보수·가정폭력상담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한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이고, 마을의 중심은 주민이란 것이다. 주민이 마을만들기를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숲지기강지기는 조력자의 역할을 할 뿐이다”고 했다.

마을만들기의 의의를 묻는 질문에 “커뮤니티의 재생산과 회복, 마을과 주민의 변화”라며 “환경이 개선되자 주민들의 표정이 밝아지고 편안해졌으며 이것은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의 힘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비위생적이고 피하고만 싶던 공간에서 주민들이 함께하는 마을텃밭으로 변모해서 마을주민간의 소통을 가능하게 하고, 할머니와 손자가 나란히 손을 잡고 고구마를 심는 곳으로 변화한 마을 공터를 ‘소통의 공간’이라 표현했다.

국내에는 이곳 ‘암탉우는 마을’와 같이 낙후된 시설과 비위생적인 환경을 가진 곳들이 많다. 마을만들기는 주민과의 소통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행정·재정적 문제도 크다. 또한 힘든 일을 시작하고자 하는 사람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마을만들기는 주민의 입장이 되어서 사심을 버리고 진심으로 접근해야해야 한다. 그리고 항상 공익을 우선시하고 자유롭고 평화스런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며 “빠른 시간 안에 바꾸려고 하면 안된다. 다소 느리더라도 주민과 정을 나누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시민단체가 아무리 발 벗고 나선다 하더라도 담당공무원의 관심 없이는 이루기 어려운 일”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공무원의 이해와 적극적인 행동이 그만큼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과거에는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라는 말이 있지만 이것은 시대착오적인 이야기”라며 “21세기에는 암탉이 울어야 집안도 동네도 흥한다. 여성특유의 감성과 섬세한 손길로 동네 구석구석 살피며 소통하며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했다.

이곳 마을 이름의 유래와 더 많은 여성들이 마을만들기에 함께하길 바라는 마음이 함께 전해져 온다.

 

▲ '제4회 생활녹화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암탉 우는 마을'

 

 

▲ 마을주민들과 텃밭에서 재배한 고구마를 시식하는(좌측 네번째 부터 오른쪽으로) 타카노 후미아키 훗카이도 가든쇼 총괄책임자, 차성수 금천구청장, 김혜숙 대표

▲ '제4회 생활녹화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암탉 우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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