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종화(한국관광공사 부장·관광학박사)
청산도는 느림이 지배하는 고요와 낭만의 외딴섬이다.

남도의 끝자락 완도에서 배로 청산도(靑山島) 가는 길은 관광객을 동화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그 섬에 가고 싶은 간절한 마음으로 청산에 도착하면 섬마을 사람들이 있고 바다가 있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 섬마을이 있어 내 고향 남쪽바다 냄새가 물씬 풍긴다.

‘슬로시티’ 청산도는 한반도 끝자락인 완도에서 배를 타고 40여 분가량 가야 하는 곳에 위치한 국내 유일의 슬로시티 섬이며, 옛 지명은 신선도이다. 빙그레 웃는다는 섬의 뜻을 지닌 완도(莞島)는 건강의 섬이요, 치유의 섬 행복의 섬이다.

완도와 청산도는 2007년 문화관광부 선정 ‘가고 싶은 섬’에 선정 될 만큼 매력적인 분위기를 지녔다. 뿐만 아니라 매년 청산도 슬로걷기 축제가 개최된다. 자연풍광에 취해 발걸음이 저절로 느려진다 해서 국제 슬로시티연맹에서 공식 인증한 청산도의 슬로 길 백리(42.195㎞)는 세계에서 제주 올레 길과 지리산 둘레 길과 더불어 한국을 대표하는 3대 명소의 길로 자리매김해가고 있다.

청산도 슬로 길은 청산도 주민들이 마을간 이동하는 길로서 아름다운 풍경에 취해 절로 발걸음이 느려진다하여 ‘슬로길’이라 이름 붙여졌다 한다.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로 지정된 청산도 슬로길 11개 코스는 마라톤에서 인간이 도전하는 한계점 42.195km과 같고 걷기 명소가 되어 관광객을 맞고 있다.

또한 산, 바다, 하늘 모두가 푸른 청산도는 ‘산이 좋고 물이 좋다’ 하여 ‘청산려수’라 불렸으며 청산도의 옛 지명이 신선이 사는 천혜의 섬이라 하여 ‘선산도(仙山島)’라 불렀다 한다. 청산도에서 만난 길은 자연이 내뿜는 계절별 풍광과 길에서 묻어나는 향기로 관광객들을 매혹하게 한다. 청산도 슬로시티는 화려한 휴양지나 놀이공원이 아니라 자연이 제공하는 놀이터요 교실인 것이다.

청산도는 2007년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우리나라 5개 지역과 함께 슬로시티로 인증 받았다. 자연과 사람 등 모든 것이 아름답게 갖춰진 멈춰진 남도의 땅인 것이다.

특히 이곳의 해녀들은 매우 독특한 인간문화재로 알려져 있으며 해변가를 걷노라면 해녀들이 물질하면서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내 쉬는 숨비소리는 관광객들에게 큰 감명을 느끼게 한다.

청산도는 푸른 바다와 어울리는 시골스러운 나지막한 지붕과 뜰 그리고 구들장과 같은 낮은 돌담길은 그 옛날 어촌마을에서만 볼 수 있었던 풍광이다. 가끔씩 밭일 하시며 돌아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의 웃음과 수줍은 사투리는 섬사람들의 외로움과 남도의 시골스러움을 물씬 느끼게 한다. 청산도는 그야말로 섬전체가 하나의 전래동화마을이 되어 있었다.

청산도는 청정 바다에서 키운 전복과 해삼을 따고, 농사를 짓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과거로의 회귀 즉 슬로시티로의 귀환이 당연한 것이었는지 모른다. 따라서 청산도의 슬로시티는 또 하나의 관광명소를 탄생하게 한 것이다.

청산도 도청항 길을 따라 당리마을 언덕길을 오르면 영화 서편제 촬영지와 드라마 봄의 왈츠 세트장이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어 관광객들은 영화의 한 장면으로 몰입해가는 환상을 느끼게 한다. 봄이 오면 왈츠 세트장을 배경으로 유채와 보리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광이 연출된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서편제에서 소리꾼 유봉이 의붓딸 송화와 덩실덩실 춤추며 부르던 진도아리랑의 무대가 된 청산도 마을마다 섬사람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돌담장과 구들장 논, 청산도에서 태어나 청산도에서 뼈를 묻었다는 가매장 풍속의 독특한 장례문화인 초분(풀 무덤)의 흔적이 남아 있다.

청산도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가운데 낭만의 바다와 푸른 산 다랑이 논밭의 조화는 한 폭의 그림이다. 이곳을 찾는 나그네인 관광객은 청산도의 풍경에 취해 머무는 섬 살고픈 섬에서 절로 걸음이 느려지고 슬로시티의 느림의 미학을 만끽하게 된다. 또한 당리마을은 투박하면서 소박한 돌담길은 계절마다 색깔을 갈아입는다. 노란유채꽃과 청보리밭 그리고 마늘밭은 봄을 알리는 청산도의 색깔이며 여름이면 파란 바다는 낭만의 섬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또한 가을이 오면 코스모스가 길동무가 되어 속삭이고 겨울이면 고요가 흐른다.

청산도에 즐길거리로는 어촌문화 체험인 전복 따기와 멸치잡이, 배로 그물을 처서 사람들이 줄을 잡아당겨서 고기를 잡는 옛날 전통고기잡이 방식인 휘리체험은 그 재미가 쏠쏠하다. 그 밖에도 돌로 담을 빙둘러 쌓아 고기를 잡는 독살체험은 밀물 때 돌담 안으로 들어온 고기가 썰물 때 나가지 못하게 가두어 고기를 잡는 방법이다. 또한 전통어구 고기잡이체험과 낚시체험 등이 있고 슬로시티 걷기체험은 아늑한 자연과 인간이 만나는 길이며 인생에 있어서 걸어온 길에서 심오한 자기 성찰과 반성과 동행하는 길의 체험은 청산도 여행에서 간직하고픈 기억일 것이다.

다음은 청산도 슬로푸드에 관한이야기다. 폐교를 리모델링하여 슬로푸드 체험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청산도의 고유 음식인 청산도탕, 톳밥, 삼치회, 전복회 등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특히 청산도탕은 쌀가루와 들깨가루와 계절에 따라 전복, 문어, 군소 등 청산도 수산물을 사용하여 만드는 슬로푸드로서 그 맛이 아주 고소하고 건강에 좋은 별미이다.

청산에는 편안한 쉼을 제공하는 집이라는 뜻의 민박인 청산휴가를 상품화하여 제공되는 슬로라이프 체류숙박 공간은 청산도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가고 싶고 머물고 싶은 동경의 섬 청산도 민박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를 제공한다. 청산도에는 현재 50여 곳의 청산휴가 민박이 운영되고 있다.

그 섬에 가면 그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매력적인 자연경관과 소박한 사람들 그리고 서편제와 같은 남도의 문화공연이 주말마다 열린다면 하는 바람이 있다. 멈춰진 남극의 땅 청산도가 관광과 조경 전문가의 손길이 지속적으로 미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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