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종화(한국관광공사 부장·관광학박사)
강원도 양구군은 국토의 정중앙에 위치해 있다. 도서를 포함한 국토의 사방 네 끝점을 기준으로 그린 사각형의 중심이 바로 양구다. 국토의 정중앙점에는 배꼽마을과 국토정중앙천문대가 있다.

양구는 울창한 원시림으로 공해가 없고 청정지역으로 밤이면 하늘에서 수많은 별들이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린다. 양구가 국토의 정중앙점으로 인정받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국토의 역사적, 문화적 관점에서는 당연히 충주가 국토의 정중앙점이라고 믿고 있었다. 원래 ‘충주(忠州)’라는 이름 자체가 ‘중심고을’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고 통일신라시대부터 충주에는 국토의 정중앙점을 표시한 중앙탑이 세워져 있다.

또한 도서를 제외한 기준을 적용하면 한반도의 중앙은 포천이 되고, 인제군 합강 정도 그 지역에서는 국토의 정중앙이라 막연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양구군은 대한민국 헌법 3조에 ‘우리나라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라는 규정에 근거하여 한반도의 정중앙점은 동서남북 4극점인 독도, 마안도, 마라도, 유포진을 기준으로 하면 강원도 양구군 남면 도촌리 산48번지 일대가 된다는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여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국토의 정중앙점으로 인증받게 되었다.

당초 이 지점은 군부대에서 사격장으로 사용하던 야산이었고 양구군에서 이곳을 국토의 정중앙점으로 인정받기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었다. 필자는 국토의 정중앙점 주변을 관광자원화 하기 위한 연구용역 자문회의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 이 때 필자는 국토의 정중앙 점관광지 조성사업의 네이밍을 ‘배꼽마을’로 할 것을 제안 한 적이 있다. 배꼽마을이라고 네이밍을 제안하게 된 착상은 전라남도 해남군에 있는 땅끝마을에서 떠오른 아이디어였다. 배꼽이란 생명의 근원으로 DMZ가 의미하는 생태와 평화가 공존하는 원천임을 감안하여 콘셉트를 설정한 결과이기도 한 것이었다.

양구는 제4땅굴과 을지전망대, 펀치볼 등이 있는 동부전선의 대표적 DMZ안보관광지다. 양구에 가면 한국전쟁의 격전지 펀치볼이 있다. 펀치볼은 양구 해안면에 있는 분지로 한국전쟁 중에 붙여진 이름이다. 한국전쟁을 취재하던 미국인 종군 기자가 이곳 지형이 ‘화채그릇(punch bow)’처럼 생겼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펀치볼은 차별 침식에 의해 형성된 특수한 지형으로 가칠봉 정상에서 내려다 본 해안분지의 운해는 장관을 이룬다. 펀치볼을 둘러싸고 있는 고지들은 해발 1000m를 넘는 한국전쟁 당시 격전지였다. 가장 치열했던 격전지 중의 하나로 도솔산, 피의능선, 펀치볼, 백석산, 가칠봉, 대우산, 크리스마스고지, 949고지, 단장의 능선 전투로 유명한 곳이다.

이들 전투를 기리기 위하여 양구에 전쟁기념관이 조성되었다. 또한 인근지역에는 제4땅굴, 을지전망대, 북한관, 전쟁기념관 등 안보관광지가 있어 안보교육장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특히 을지전망대에서는 남북한의 대치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고 북한군의 근무상황은 물론 군사시설이 밀집되어 있고 북한지역의 매봉, 운봉, 간무봉, 무산 등을 관찰할 수 있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금강산의 비로봉, 월출봉, 차일봉, 일출봉 까지도 볼 수 있다. 금강산은 이 전망대와 직선거리로 38km에 불과 하기 때문이다.

양구지역에는 안보관광자원 외에도 두타연, 자연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대암산 용늪 금강산 가는 길, 소지섭의 길 그리고 박수근 미술관, 같은 우수한 관광자원과 연계할 수 있는 생태 문화관광의 보고이다.

그 뿐 아니라 한국전쟁 후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된 덕에 생태계가 제대로 복원된 해발 1310m의 ‘대암산 원시림과 계곡, 폭포가 어우러진 ‘광치 자연휴양림’, 163만㎡ 규모의 ‘파로호’, 그리고 람사습지로 등록된 ’용늪’까지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다양한 생태여행지들이 산재해 있다. 이렇게 풍성한 생태여행지 중에서 ‘두타연’은 단연 백미로 꼽힌다.

두타연은 민통선 안에 있어 50여년간 출입이 통제되었다가 2004년 생태탐방로가 개방되어 원시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두타연 생태관광지에는 천연기념물인 산양과 하늘다람쥐 쇠딱따구리 등 휘기동물과 열목어가 서식하여 자연생태학습지로 유명하다. 두타연 생태탐방코스를 걷다 보면 숲길 주변은 가을이면 붉은 단풍에 취하게 되어 금강산과 버금가는 아름다움을 체험하게 된다.

두타연은 폭포의 물안개 속에 금강모치, 쉬리 등 우리나라 대표성 냉수성 어종이 서식하고 있다. 두타연은 여름철에도 물에 발을 담그고 오래 있지 못할 정도로 차다. 이곳에는 열목어 서식지로서도 유명하다 열목어는 시베리아와 만주 같은 곳에서 주로 서식하는 냉수성 어류로 우리나라에서는 강원도 산간지역에서 서식하는 천연기념물 희귀어종으로 지정되어 있다. 열목어는 온도가 높아지면 눈이 붉어진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열목어들은 겨울이면 소양강으로 내려가 겨울을 지낸 뒤 봄이 오면 수온이 낮은 상류계곡으로 이동하여 서식한다. 수온이 7-10℃에 이르는 화창한 봄날이 되면 열목어는 지류가 얕은 곳에 산란하기 위하여 두타연의 10m 높이에서 떨어지는 거센 물살을 가르며 폭포를 거슬러 뛰어오르는 모습은 처절하다. 자신이 살던 터전을 버리고 좀 더 시원한 곳으로 짝을 찾아 두타연 폭포를 올라가는 시도는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계속되고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를 다하는 모습을 보면 저절로 숙연해지기도 한다.

우리 인간은 자연의 다양한 질서 속에서 많은 교훈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이러한 체험은 DMZ생태관광지 체험관광에서 늘 배우는 감동 그 자체인 것이다. 양구는 지금 지구온난화로 인하여 사과, 배, 감자, 인삼 등 북방한계선의 북상 현상으로 우리나라 최고의 맛을 자랑하고 있어 명품으로 자리매김 해 가고 있다.

또한 양구 DMZ관광에 나서면 필수 관광코스로 박수근 미술관이 있다. 가장 한국적인 화가 박수근의 미술관은 화백의 생가 터에 2001년 건립되어 운영되고 있다. 작가의 손길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유품과 스케치, 드로잉과 같은 습작, 판화, 삽화 등 여러 유작이 전시되어 있다. 1996년 미국 소다비 경매장에서 ‘강변에서 빨래하는 여인’이 무려 31만 달러에 경매되기도 한 한국의 대표하는 국민화가로 평가 받고 있다. 이곳에 가면 박수근 화백의 많은 걸작을 감상할 수 있다. 그야말로 양구는 안보와 생태, 문화관광이 조화롭게 체험할 수 있는 DMZ명품관광지 이다.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