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텃밭정원 도시미학 / 김문환, 배정한, 함성호, 황주영, 윤상준, 송정섭, 정명일, 임거영, 김연금, 안명준 지음 / 안명준 엮음 /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펴냄 / 2012년 6월 14일 찍음 / 값 2만원


“농사 일과 정원 일을 일상적으로 즐기기 위해서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 현대도시는 인류가 처음 경험하는 환경이고, 적응하기엔 시간이 충분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심텃밭에서 기른 다양한 채소가 소풍 가서 먹던 도시락 찬합처럼 차려질 날도 멀지 않았다” - 정명일 ‘도시농업의 경제성’ 중 일부

서울대 출판문화원의 신간 ‘텃밭정원 도시미학:농사일로 가꾸는 도시, 정원일로 즐기는 일상’은 미학·조경·건축 등 각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전문가 열 명이 함께 만든 책이다.

지은이들의 견해에 따르면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도시농업’이라는 말은 현재 우리 ‘도시에서 이루어지는 농사 활동’의 실체를 온전하게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도시농업’은 산업 또는 직업을 뜻하고 ‘도시농사’는 일을 뜻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도시에서 이루어지는 농사 활동의 성격이 본업이기보다는 취미 또는 여가 활동 측면에 가깝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그 활동의 실체를 추적하여 ‘도시농사’ 또는 ‘생산경관’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농사(farming)와 정원 일(gardening)의 본질을 지적하며 도시적 가치를 다방면에서 보여주는 ‘텃밭정원 도시미학: 농사일로 가꾸는 도시, 정원일로 즐기는 일상’은 그간 축적된 성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도약을 내딛기 시작한 도시농사가 꼭 한번은 생각해봐야 할 것들을 가리키는 소중한 나침반이다.

도시농업은 도시민들이 농작물을 직접 재배하면서 살아있는 식물과 교감하는 것으로서, 농사를 통해 먹고, 보고 느끼고, 즐기는 인간 중심의 생산적인 여가 활동이다. 농사일을 통해 자신의 몸과 마음의 건강과 행복을 꾀하고, 협업과 공동체험을 통해 구성원끼리의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여 건강한 사회를 구현하며, 최종적으로는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삶을 통해 지속적인 공존을 추구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국내 도시농사는 주로 옥상농원(텃밭형, 상자형, 관상형, 허브용 등), 스쿨팜(유아원, 학교의 화단, 계단, 옥상 등에 자연학습장), 공공텃밭(지자체가 조성한 텃밭이나 농장), 주말농장(개별 농장주가 소유하는 농경지), 도시농업공원(지자체 관리, 농사체험장, 교육장 배치) 등의 형태로 추진되어 왔다.

그러나 우리보다 상대적으로 일찌감치 근대적 도시농업이 자리를 잡고 발전해온 국가나 도시의 선진 사례는 그 기반에 있어 우리와 근본적인 차이를 보인다. 도시농업의 대표적 아이콘으로 여기는 독일의 클라인가르텐(Kleingarten)이나 영국의 얼로트먼트(Allotment)는 오랜 시간 동안 정원문화와 함께 사회적 필요성에 따라 발전·쇠퇴·발전을 거듭하며 자리를 잡아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970년대 이후 주거형태가 급격한 변화를 보이면서 현대적 정원문화가 성립될 기회를 갖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어머니, 할머니의 스티로폼과 ‘고무 다라이’에 뿌리 내리고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온 우리네 전통 텃밭문화가 시민의식의 성숙과 관련법 제정을 통해 공공정원 차원으로 변화될 기미가 조금씩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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