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영선 조경설계 서안 대표


선유도공원, 호암미술관 한국정원(희원), 청계천, 시크릿가든 촬영지로 유명해진 ‘알로에마임 연수원’.
이들의 공통점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원 또는 정원으로 국민적인 사랑를 받고 있는 곳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공통점은 조경가 정영선(조경설계 서안 대표·서울대 석좌교수)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정영선 대표는 올해 개원 10주년을 맞는 선유도공원과 15주년을 맞은 호암미술관 한국정원 희원에 대해 보수작업을 진행하느라 여념이 없다. 칠십이 넘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매일 현장을 누비며 정열을 불태우고 있는 정영선 대표를 만나 그의 대표작 선유도공원의 비전과 조경계에 대한 조언을 들어봤다.

선유도공원 10년을 평가한다면?
시민들이 많이 찾아주고, 지자체에서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하니 설계자로서 기분좋은 일이다. 선유도공원은 국내보다 외국에서 더 알려져 있다. 지역의 사회시설을 폐기하지 않고 재활용해서 공원으로 만드는 모범사례로 외국의 벤치마킹 대상지로 되어 있다. 특히 시설의 철거비용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도 메리트로 작용되고 있다. 선유도공원은 조경가로서 평생 한 번 올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다. 특히 직원들의 투철한 정신과 환경복원을 통해 새로운 공원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있어서 가능했다.
무엇보다 공사를 총괄했던 당시 서울시 부시장이 원설계자의 설계의도를 훼손하지 않도록 추진하라는 주문이 있었기에 지금의 선유도공원이 태어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에는 박원순 현 서울시장도 원설계자의 취지대로 선유도공원이 복구될 수 있도록 설계자의 의견을 듣고 진행하라고 지시했는데 정말 감사할 일이다.
몇 년전에는 한강르네상스사업으로 선유도공원 주변을 바꾼다고 해서 많이 반대하고 싸운적이 있다. 공원에 대한 관리시스템의 부재 속에서도 크게 훼손되지 않고 지난 10년을 잘 버텨온 것 같아 다행이다. 늦은감은 있지만 선유도공원에 전문관리자를 배치한다니 천만다행이다.

선유도공원의 비전은?
원설계자가 살아 있을 때까지만이라도 공원을 고치려고 한다면 꼭 의견을 묻고 상의한 후에 추진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공원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선유도공원 10주년을 맞아 관리메뉴얼을 만들어줄 생각이다. 한강과 접하는 호안은 갯버들, 물억새, 갈대, 버드나무가 생태적으로 건강하게 돌아가고 있다. 100년쯤 시간이 지나면 공원 내 시설들은 낙후되어 새로 만들어지겠지만, 공원 자체는 푸른자연으로 돌아가길 소망한다. 푸른자연으로 돌아갈 때까지 그 본질을 그대로 유지됐으면 하는 게 바램이다. 

설계할 때 가장 중요시 하는 부분은?
대상지에 대한 주변경관, 관계성 내지 장소성을 가장 중요하고 면밀하게 살핀다. 대상지가 어떤 역사를 갖고 있으며, 어떤 잠재력을 갖고 있는지를 고민한다. 주변에서 취할 것은 무엇이며, 어떻게 주변과 관계를 맺을 것인지에 대해 심도있게 고민한다. 또한 현대적인 공간으로 설계하더라도 우리 전통적인 자연관 또는 자연적인 경관에 맞는 한국적인 선을 어떠한 형태로든 표현하고자 한다. 소재를 선택할 때에도 기본적으로 우리풀, 우리꽃을 사용하되, 가능하면 흔히 사용되는 것보다는 새로운 걸 찾아내고자 한다. 그동안 우리꽃, 우리풀을 조경소재로 많이 개발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갈증이 난다.

희원을 한국전통정원의 대표로 언급한다. 전통정원은 무엇인가?
전통정원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고문서, 그림, 정자 등을 살펴보면 전통정원의 형태는 모두 다르게 나타난다. 예전 우리나라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갖고 있었고, 그 경관을 그대로 활용했기 때문에 대상지마다 정원이 다르게 나타난다. 특히 자연적인 경관 자체가 아름답다보니 선조들은 생활 공간 내 정원은 단순하면서 단아하게 혹은 최소한의 조경적인 요소만을 가미했다. 한국정원은 주변경관을 잘 파악해서 좋은 것은 취하고, 나쁜 것은 간결하게 하면서, 생태적이면서 단아한 모습을 지닌다. 이게 바로 한국정원의 진수다.

 

 

▲ 정영선 조경설계 서안 대표

건축과 바람직한 파트너십은?
많은 파트너들은 서로 의사를 존중해주고 이해해주는 경우가 많지만 프로젝트가 커지면, 경관을 보는 눈이 많이 달라져서 의견차가 발생한다. 건축가, 도시계획가 등 인접분야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위한 자세를 우리가 먼저 가져야 하며 그들과 대화가 통할 수 있도록 인접분야를 이해하고 공부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우리의 무기인 살아있는 생명체를 다루는 것을 기본으로 자연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통찰력이 그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이제 무엇인가를 계획하고 추진할 시기는 지났고, 벌여놓은 일들을 잘 마무리 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다만, 조경학과 2년 또는 4년의 교육으로 배울 수 있는 게 한계가 많다. 그래서 조경학과 졸업생을 대상으로 하는 재교육시스템이 마련됐으면 한다. 가능하다면 제도적인 장치로 만들고 싶은 욕심은 있다. 또 조경계에 장인이 거의 없다. 수목전정, 식재, 돌 쌓기 등은 전문적인 장인들이 해야 하는데 현실은 비전문가 일용직들이 관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조경의 질적인 문제로 결부된다. 조경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라도 장인을 양성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조경계의 시급한 문제는?
우리의 조경은 설계나 시공은 잘하고 있다. 다만 시공 이후 조경관리시스템이 없다는 게 문제다. 공원이나 정원은 지역 또는 대상지의 특성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관리방법 역시 달라야 한다. 하지만 관리시스템이 없다보니 천편일률적으로 관리되면서 공원의 특징이 사라지는 게 현실이다. 아무리 좋은 설계와 시공으로 좋은 공원이 만들어졌다 해도 제대로 된 관리가 되지 않으면 그만이다. 조경관리 전문가 양성이 시급하다. 또한 정책 결정에 조경가들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 도시계획시 또는 정책결정 과정에 참여해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조경가로서 인정을 받아야 하고, 인접 분야에 대한 이해와 공부가 필요하다.

조경계에 대한 조언 한마디?
조경계 발전을 위해서는 조경인끼리만 만나지 말고 인문학·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접촉해야 한다. 다른 분야에서의 활동은 조경을 이해시킬 수 있는 지름길이기도 하며, 특히 리더들의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다양한 전문가들과의 만남 속에서 사회적인 흐름을 읽으며 선도자적 역할을 하길 바란다. 학생들의 경우 내가 어떤 분야에서 일을 할 것인지 미리 결정하고 준비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 가령 설계를 하겠다고 마음 먹었으면, 조경설계 이전에 디자인에 대한 이해와 기초지식을 충실히 쌓아야 한다. 또 해외에 눈 돌리기 전에 우리 전통, 우리 것을 먼저 공부하길 바란다. 무엇보다 기술을 배우려 하기 보다 많은 책을 읽으면서 기초와 기본을 튼튼히 다지는게 중요하다.

정영선 대표 이력
1941년생
서울대 농과대학 졸업
서울대 환경대학원 조경학과 졸업
청주대 조경학과 교수 역임
서울시립대/성균관대/서울대 환경대학원 외래교수 역임
대능건설(주) 기술이사 역임
서울시 도시계획 자문위원/ 경기도 경관위원 등 각종 자문위원 역임
현, 조경설계 서안(주) 대표이사
현,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석좌교수(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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