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애 서울여대 플로라아카데미 교수
“원예치료가 뭐냐고요? 원예치료는 식물을 기르고 원예활동을 하는 과정을 이용해 건강을 증진시키는데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원예치료는 아직 우리사회에 낯선 분야다. 최근 콘크리트로 덮여 있던 도시지역에서도 상자 텃밭이나 공동 텃밭 등을 이용한 소규모 실내 정원과 도시농업이 크게 확산되는 등 실생활에서 꽃이나 식물이 인간과 좀 더 밀접해지고 있는 가운데 ‘원예치료’에 대한 의미도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국내 최초의 원예치료박사인 최영애 교수는 생소한 ‘원예치료’ 분야의 전문성과 대중화를 위해 앞장서고 있는 인물. 현재 서울여대 플로라아카데미 교수로 재직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딴 ‘최영애원예치료연구소’를 운영하며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그를 직접 찾아가 ‘원예치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원예치료,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원예치료는 자연과학적인 의료 개념이 아니라 미술치료, 음악치료 등과 같이 심리학을 기반으로 한 학문으로 ‘식물과 원예활동’을 이용해서 인간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더불어 건강을 증진하는데 도움을 주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원예치료에서는 ‘식물과 원예활동’이라는 용어가 중요하다. ‘식물’은 시각적인 존재감각, 즉 ‘경관’으로서 인간의 심리를 개선하는 역할을 의미한다. 또 식물을 양육하는 활동인 ‘원예활동’은 단순히 식물을 기르고, 정원을 가꿔나가는 것이 아니라 식물의 양육과정을 경험하면서 이 활동을 수단매체로써 인간이 책임감과 통제감이 발달하는 등의 심리변화 과정을 이용하는 것을 ‘원예치료’라 설명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흔히 우리가 식물을 키우는 ‘정원’의 개념과 원예치료에서 전문적인 이론을 갖춘 치유사가 개입돼 식물과 양육과정을 이용하는 ‘치유정원’ 혹은 ‘원예치료정원’은 성격이 크게 다른 것이다.

다른 대안치료들과 어떻게 다른가?
원예치료는 여타 음악치료, 미술치료 등과 같이 심리학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같다. 하지만 원예치료의 가장 큰 특징이 식물과 원예활동을 목적이 아닌 수단 매체로써 생명을 가진 한 존재가 생명을 가진 다른 사물 생명체와 관계를 맺는 것으로 다른 분야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또 다른 대안치료들과는 사람을 보는 관점과 이해하는 방식이 다르다. 사람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다른 치료들은 그 문제에 대해서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원예치료에서 볼때 그 문제는 하나의 증상에 불과하고,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욕구와 잠재력에 포커스를 맞춘다. 예를 들어 아이가 아토피에 걸렸을 때 아토피를 고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아이 내면에 있는 또 다른 욕구에 대한 것을 치료하는 것이다.

국내 원예치료 분야의 현실은?
우리나라는 과정보다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이기 때문에, 원예치료 현실 또한 식물이 성장하는 긴 과정을 참고 기다리지 못한다. 국내에서 지난 10년 동안 원예치료라는 이름하에 진행되어 온 것들을 보면 이론적 바탕이 결여된 단순한 원예활동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제대로 이뤄지려면 원예치료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해 나가는 것이 답이다.

원예치료 책을 추천한다면?
직접 집필한 책은 아니고 번역한 ‘원예치료 방법’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에 나오는 ‘원예치료는 원예치료입니다’라는 말과, ‘자연의 의식, 삶이란 우리가 우리의 목적을 즉시 이룰 수 있는지 여부로 판단하는 일련의 활동’이라는 말이 있다. 이 뜻은 원예치료가 우리에게 주는 것이 즉시적인 만족감이 아니라 하나의 과정이라는 것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또 하나 추천하고 싶은 책은 직접 집필한 ‘자연과의 만남으로 나와 세상을 치유하는 도시농업’이다. 이 책은 대한민국에 사는 한 시민으로서, 기후문제로 인해 어려움에 처해있는 지구인으로서, 식량 위기가 올 것이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해서 쓰게 됐다. 내가 주장하는 도시농업은 자연과의 교섭과정이라는 것을 전하고 싶었다.

원예치료 분야를 시작한 계기는?
유치원을 운영하던 1994년에 아이들과 읽던 동시집 내용 중에 ‘은행잎이 황금으로 보인다’라는 글에 놀란 적이 있다. 은행잎이 어떻게 황금으로 보일까 관심이 생겨서 식물 공부를했다. 그 이후에 식물과 직접적으로 관계를 맺게 된 것이다. 나는 내 삶에 일어나는 일들이 중요했고 그랬기 때문에 공부를 했으며 이 모든 것들은 관심과 호기심으로 시작해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다.

‘정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내게 가장 인상적인 정원을 묻는다면 창덕궁 후원, 주합루를 꼽을 수 있겠다. 나는 전통정원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한국정원을 좋아한다. 우리나라 정원의 개념은 집과 정원이 세트이므로 미래의 디자인 보다는 옛 것을 회복시켜야 한다. 또, 옛 조상들이 자연에서 살고자 했던 철학을 정원에 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류에게 정원은 자연의 압축이고, 또 그 자체로 우주다. 우리들은 지금 이 지구가 상당히 어려움에 처해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배워야 할까?
자기가 자신의 업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인생은 바뀐다. 개똥철학이라도 철학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자신이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고 어떤 것을 공부해야 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지금 시대에서 생존하려면 시각을 바꿔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것들은 도태될 것이고, 아무 개념없이 만들어놓은 정원은 곧 쓸모없어질 것이다. 이제는 공부를 할 것이 있으면 해서 정확한 근거를 가지고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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