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경가 피터워커

“911메모리얼파크는 평면적인 공간의 강조를 통해 수직적 개념의 건축과 조화를 이룬 공간이면서 희생자를 추모하는 추모공원이다”

지난 5일 삼성에버랜드 디자인그룹에서 개최한 ‘제5회 Lecture Series’에서 세계적인 조경가 피터 워커(Peter Walker)는 ‘911메모리얼 파크’를 평면을 강조한 공원이라고 밝혔다.

피터워커는 “아직 완공되지 않은 채 현재 진행중인 프로젝트인 ‘911메모리얼파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소개하고자 한다”면서 강연을 시작했다.

‘911메모리얼파크’는 2001년 9월 11일 테러로 뉴욕의 월드트레이드센터(WTC)가 붕괴되면서 희생된 사람들을 기리기 위한 추모공원으로 2만4281㎡ 부지에 박물관, 기념관, 추모연못 등이 들어섰다.

공원에는 그라운드제로에 추모연못 2개소를 조성했으며, 연못을 두르고 있는 판석에는 희생자의 이름을 새겨 넣어 추모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또한 주변은 평면적 공간을 강조하면서 떡갈나무 한가지 수종만을 식재해 계절적인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프랑스 정원과 MIT 정원 그리고 베를린의 소니 본사에서 평면(flat)적인 부분을, 일본 동경의 사이타마에서 한 가지 수종으로 식재를 완성한 부분을 911메모리얼파크에 도입했다.

피터워커는 진행과정에서 작품에 대한 이견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대화와 노력을 기울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 조경가 피터워커
“평면을 강조한 공원에 공기 흡입구, 배출구 등 다양한 돌출물이 발생하게 됐다. 그렇게되면 처음에 구상했던 평면적인 느낌을 추구할 수 없었기 때문에 주지사 등을 지속적으로 만나 설득해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떡갈나무 한 가지 수종만 식재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았다. 이를 설득하기까지 1년이라는 시간동안 노력해야 했다”면서 공원의 콘셉트를 유지하기 위해 조경가는 지속적인 설득을 위한 노력의 과정을 투자할 줄 알아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공원에 식재될 수목에 대한 관리와 식재된 수목이 수 백년이상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디테일적인 부분도 눈에 띄었다.

피터워커는 “911 희생자들은 대부분 5개주에서 거주했기 때문에 공원에 식재될 떡갈나무를 해당 5개주에서 공급해 왔다”면서 다만 “여러 지역에서 나무를 가져오다 보니 수고와 수형이 제각각이었기 때문에, 가식장에서 큰 나무는 영양분을 적게 주고, 작은 나무는 영양분을 많이 주는 방식으로 3년동안 관리를 하여 비슷한 크기로 맞출 수 있었다”면서 수목관리에 대한 면밀한 부분까지 언급했다.

인공지반에 식재된 나무를 관리하기 위해 기술적인 보완 뿐만아니라 새로운 물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우수시스템도 갖추기도 했다.

피터워커는 “수목의 뿌리분이 묻혀 있는 깊이의 지하공간에 터널을 만들어서 그 터널에서 수목의 뿌리분에 거름과 물을 직접 줄 수 있도록 설계했다”면서 “또한 배수는 배수관을 통해 지하에 매장된 대형 물탱크에 모이게 되며, 물탱크에 모인 물은 다시 정화과정을 거쳐 재활용 할 수 있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즉 우수시스템을 통해 빗물을 비롯한 모든 물은 재활용하도록 했으며, 그에 따라 새로운 물 사용은 최소화시킨 것이다.

공원에는 대형 추모연못 두 개소가 조성됐으며, 네모반듯한 연못 사면에는 폭포가 설치됐다. 문제는 폭포에서 떨어진 물을 다시 끌어올려 순환시켜야 하는데 그로 인해 소비되는 전기료가 만만치 않았다.

이에 피터워커는 “전기료를 최소화하기 위해 폭포상부 물이 떨어지는 곳에 작은 골을 만들어 그 골을 타고 물이 떨어지게 했다. 수많은 작은 골에서 떨어지는 물은 하나의 물처럼 보이게 되고, 이러한 방식은 물의 소비를 1/10로 줄일 수 있었다”면서 전기세 절감효과를 가져온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또 공원의 조명은 나무를 비추는 빛과, 사람을 비추는 빛이 적절하게 분산되도록 했으며, 치안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명등 안에 CCTV를 내장해 안전을 담보했다. 그외에도 폭발하지 않는 쓰레기통도 설치됐다.

마지막으로 피터워커는 “911메모리얼파크에는 희생자들과 유가족들 그리고 시민들의 공간이기 때문에 작업과정에서 그들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었고, 많은 대화를 나눴다”면서 “그들이 만족해야 하고, 그들이 좋아하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911메모리얼파크은 건축 공정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911테러 10주년을 맞은 지난해 9월 11일 개장했다. 개장일부터 지난해 말까지 100만명의 시민들이 다녀갈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공원은 앞으로 3-4년 후면 건축이 마무리되면서 완전한 공원으로서 그 면모를 드러내게 된다.

▲ 조경가 피터워커의 특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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