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승자(평화엔지니어링 부사장)
새해의 맑은 첫해를 보고 싶었다.

첫 해맞이를 하러 어두운 새벽에 일어나 부지런을 떨며 동네 뒷산에 갈 채비를 하며, 한편으로는 해를 못 본다는 어제 기상뉴스를 떠 올렸다. 분명히 해를 못 본다고 알려줬는데도 나는 해맞이 준비를 하며 이 추운 겨울에 옷을 껴입으며 나갈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머리에서는 ‘해 못 봐’ 하면서도 마음은 벌써 뜨는 해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주섬주섬 준비해서 집을 나서며 깜깜한 아무도 없는 동네를 둘러보며 산에 아무도 없으면 무섭겠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발은 추워 저절로 빨라지고 몸은 오그라들었다. 아파트 단지를 벗어날 즈음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보인다. 깜깜한 밤에 렌턴을 들고 부산하게 움직이며 등산로 입구로 모여든다. 입구는 좁기도 했지만 사람들로 북적인다. 참 이상한 사람들의 모임이다. 안 뜬다는 해를 보러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산을 오른다니 그것도 줄을 서서…

산이라 하지만 동네 뒷산이다. 작은 산이지만 원래 운동을 안 하던 나에게는 설악산 보다 높은 산으로 느껴진다. 그런데 안 뜬다는 해를 보겠다고 이 꼭두새벽에 산을 오르고 있다. 해 뜨는 그리고 해가 잘 보이는 자리를 차지하러 뒤도 안 돌아보고 힘든 줄도 모르고 산을 오른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고 같이 오르는 모든 이들이 같은 마음인 것 같다. 뒤처지면 좋은 자리 놓칠까, 처음 뜨는 해 못 볼까봐 용을 쓰며 올라갔다.

정상의 좁은 정자 터에는 벌써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조차 없다. 구청사람들, 00어머니회 어머니들이 따뜻한 커피까지 나눠주며 해를 기다린다. 안 뜬다는, 아니 볼 수 없다는 새해 첫해를 향해 “해야 떠라~”를 외치잖다. 만세삼창 하듯 사람들이 하고 있다. 혹시나 하는 걸까? 까만 밤중에 백화점 세일 기간도 이렇진 않겠다 생각하며 나도 자연스레 해 뜨는 쪽을 향해 서서 해 뜨기를 기다린다. 내 올해의 바람을 되뇌이며 혹시 해가 뜨지 않을까 하며 목을 빼며 기다린다.
 
해뜨는 시간 7시20분 - 역시 해는 안 보였다. 사람들이 그제사 웅성웅성 내려가기 시작하고 늦게라도 해 보겠다며 올라오는 이들도 있다. 내려가며 실망하는 이도 있었지만 모두 즐거운 얼굴이다. 뭐가 그리 즐거울까 조그만 꼬마, 강아지 들 까지 모두 즐겁다. 아무것도 얻은 것 없이 즐거운 마음만 가지고 산을 내려와 집으로 왔다. 그제사 해가 떠 있었다. 우리집 하늘 위에 아주 크게 밝게 해맑게 웃으며 떠 있었다 -아까도 그렇게 뜨지 그랬니, 하며 나무라 보지만 내심으론 배로 반갑고 새로워 보인다.

요즈음 조경하는 이들 뿐만 아니라 내 주변 사람들이 사업하기 어렵다고 하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한다. 실제 현장에서 겪고 있는 나자신도 힘들다. 외부적으로는 우리의 업역이라 여기던 분야에 타 분야들로부터의 위협과 침해가 빈번해지고, 정치·사회적으로는 추구변화에 따른 건설시장이 축소되고, 해외진출면에서는 해외시장의 역습 등 이유야 많겠지만, 내부적으로 보면 우리 내부의 안이함과 노력이 많이 부족 했던 것도 사실일 것이다.

나날이 발전하는 사회 속에서 양보다는 질로 우리의 내실을 다져야 할 때이고 남을 탓하기에 앞서 먼저 내가 업역을 확대하고 보다 나은 질로 승부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이지만, 실제 하고 있는 이는 적은 것도 사실이다. 다 안다고 하는데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힘든데 왜 굳이 이걸 하냐고 물으면 내가 해 온 길이고, 그 곁에 뜻을 같이 하는 나의 동료들이 있고 그 속에서 나의 마음이 즐거우니까 한다 라고 밖에는 할 말이 없다. 나의 마음이 변치 않고,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을 마음속 깊이 믿고 열심히 하면, 구름 뒤에 있던 해가 곧 밝고 큰 해가 되어 뜨듯이 우리의 삶도 환해질 거라고 믿으며 올 한해를 지내고 싶다

해가 지금 안 보여도 우리 눈에만 안 보이는 것이지 이미 떠있는 것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듯이 우리도 우리의 업역을 잘 지키고 바르게 만들면서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하고 있으면 곧 밝은 미래가 우리 눈앞에 있을 거라고 믿고 싶다.

임진년 새해에 모든 조경하는 나의 동지들에게 ‘파이팅!’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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