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첫 단추, 서울시 경관협정사업

이번에는 서울시의 예를 다뤄보고자 한다. 2009년도에 시작된 서울시 경관협정사업에 의해 강북구 수유동, 광진구 중곡동 용마마을, 양천구 신월동 3개 자치구가 시범사업으로 선정되었다. 2009년 초에 필자는 그 중 1개 자치구로부터 자체적으로 경관협정을 추진해보고자 하니 도와달라는 연락을 받았었고, 그에 따라 도와주기로 결정하였다. 가칭 ‘경관협정 추진을 위한 전문가위원회’를 분야별 전문가들로 구성하여 첫 회의를 개최하였다.

당초에는 각 자치구가 경관협정을 추진할 때 서울시가 지원하는 체제로 되어 있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각 자치구의 경관협정 추진을 담당할 용역주체를 서울시가 일괄 선정하는 체제로 바뀌었다. 따라서, 자치구가 독자적으로 경관협정 추진과 관련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 것이다.
결국, 3개 자치구 모두 각각의 용역주체를 선정하여 추진하게 되었고, 2개는 학술단체에서, 나머지 1개는 민간단체에서 맡아 추진하게 되었다.

추진과정에서의 아쉬운 점
이러한 서울시 경관협정사업은 그 추진과정에서 많은 아쉬운 점들이 있었다. 그렇게 된 배경에는 크게 경관협정을 처음 추진하는 데서 오는 불안감과 경관이나 경관협정 전문가가 아닌 관련 학술단체의 전문가에게 맡겼다는 점이 아닌가 한다.

우선 첫 번째로 아쉬운 점은 경관협정을 ‘사업’으로 추진하고자 한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경관협정을 다루면서 수차례 강조해 왔으니 여기서는 적지 않는다.

둘째로는, 자치구의 경관협정 관련한 경험을 쌓을 기회를 갖지 못했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경관협정사업의 시범대상지로 3개 자치구를 택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이 3개 자치구의 경관협정의 체결과 관리를 모두 서울시가 맡음으로써 해당 자치구는 제3자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즉, 자치구가 경관협정을 체결하는 것에 대해서 도와주는 역할을 맡은 것이 아니라,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다.

해당 경관협정대상구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자치구를 대화상대로 생각해야 의견의 수렴과 반영 등을 신속하게 대응하고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시에서는 선정한 전문집단에게 일임을 함으로써 정작 주민들의 얘기를 듣는 기회를 포기하고 말았다. 이것이 갖는 중요성은 주민의 얘기를 행정에서 수용가능한 것인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한데, ‘학술적 접근’ 성격이 강한 전문집단에게 일임함으로써 더욱 더 거리가 생기고 만 것이다.

셋째로는, 경관협정에 경관사업을 포함하여 추진한 점이다. 광진구의 예를 들면, 2009년도에 경관협정 인가후 인센티브 포함하여 21억원의 사업비를 지원받았지만, 2010년에 주민들이 스스로 경관협정 폐지 신정을 하여 폐지되고 말았다. 즉, 경관협정의 체결과 추진에 21억 원이라는 많은 돈이 필요한가? 협정 체결 자체는 많은 돈이 들지 않을 것이므로, 결국 경관사업비가 대부분인 것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면, 경관사업을 하기 위해 경관협정을 통해 주민의견을 수렴하고, 주민의견에 기초하여 추진한다고 하는 인상을 주기 위한 형식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올해도 추진하는 서울시 경관협정사업비는 총 10억원으로, 경관협정체결에 1억, 경관사업비 9억으로 구성되어 있다. 경관협정 당사자인 주민들이 9억원어치의 경관사업을 발굴할 수 있다는 것으로 생각되는가? 불가능하다. 경관협정의 내용은 주민이 실천할 수 있는 공감되고 합의된 범위를 규정하는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관사업을 하기 위해 경관협정을 추진한 것으로 여겨지기 쉬운 것이다.

다시 말하면, 경관협정을 체결한 후, 경관형성을 위한 활동을 주민이 자발적이고 주도적으로 행하고자 할 때, 행정에서는 ‘사업’이라는 이름을 통해 지원하는 형태가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금액이 큰 규모의 사업은 주민이 자발적이고 주도적으로 할 수 없는 것이 되므로, ‘사업’이라는 형태로 지원을 할 때도 그 사업비의 규모 또한 크지 않게 되는 것이다.

넷째, 경관협정을 곧 ‘마을만들기’와 같은 실천 형태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경관협정을 체결하면 당장 마을의 경관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마을만들기를 하는 데에 하나의 수법으로써 ‘경관협정’을 체결하고 활용하는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경관협정사업비라는 예산 규모에 맞추어 경관협정 내용을 채우거나 하는 등으로 경관협정을 추진하게 된다.

 
▲ 오민근(문화체육관광부 문전성시 컨설턴트, 유네스코한국위원회 UCCN(UNESCO Creative Cities Network)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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