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처음으로 개최된 쌍용 어울림 한마당. 이 축제는 마을가꾸기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행사로 축제로 인해 마을가꾸기 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이 높아졌으며, 내년과 내후년 사업시 더 많은 이들의 참여가 기대된다.

 


“환경을 개선시키는 과정은 소통을 가져왔고 그것은 더욱 발전해 공동체를 회복시켜가고 있습니다”

지난달 22일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도곡리에 위치한 덕소쌍용아파트에서 축제가 열렸다. 대형무대가 설치되고 유명 연예인이 등장하는 행사가 아니라 오로지 아파트 주민들에 의해 기획되고 꾸며진 그들만의 축제였다.

오후 3시부터 시작된 ‘쌍용 어울림 한마당’에 주민들은 자신들이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가지고 나와 바자회를 열었고, 태권도·성악·현악 앙상블 등 가지고 있는 재능을 뽐내는 시간도 갖는 등 축제의 열기는 해가 저물도록 식지 않았다.

도시 공간 속 대표적 ‘무소통 공간’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아파트에서 주민들이 함께 모여 신명나는 축제를 진행할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바로 남양주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지역공동체 형성을 통한 마을 가꾸기’ 사업을 통해서다.

이 사업은 주민이 스스로 마을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특성과 부존자원을 활용, 마을을 가꾸어 나가는 계획을 세우고 추진해 살기 좋은 마을로 만들어 나가는 주민 주도형 사업으로 올해로 4회째 진행되고 있다.

시는 올해 2월 사업 공모를 실시해 농촌·공동형 17개 마을과 도시형 16개 마을 등 총 33개 마을을 선정했고, 10월까지 사업을 완료한 마을에 대해 우수마을 콘테스트를 통해 결과가 최우수 마을에 대해 추가 사업비를 지원한다.

마을축제를 개최했던 덕소쌍용아파트도 선정된 33개 마을 중 한 곳. 그런데 이 아파트가 다른 곳에 비해 주목 받고 있는 이유는 ‘환경개선’과 함께 ‘공동체 회복’에 더 많은 중점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쌍용아파트 마을가꾸기 추진위원회 역시 처음에는 환경개선을 주목적으로 삼았다. 이에 따라 원활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조경업체인 수풀리안과 접촉하고 도움을 구했다. 하지만 이번 사업에 코디네이터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박상규 수풀리안 실장은 “도시의 공동체가 사라지면서 경제적으로는 부유해지더라도 세상살이가 각박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도시에서 공동체는 꼭 필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조경사업보다는 공동체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환경개선을 하기 전 아파트 주민들이 함께 모여 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 진행했다. 말은 ‘교육’이었지만 그 시간을 통해 모인 주민들이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주민들은 ▲내 화분 만들기 ▲수목원 답사 ▲식물재배 및 관리 기술 배우기 ▲조경이 아름다운 아파트 단지 답사 등을 통해 교육과 소통 두마리 토끼를 잡게 됐다.

이러한 교육이 진행된 후에 비로소 환경개선을 위한 사업들이 진행됐다. 하지만 이 사업의 전제조건 역시 ‘공동체’였다.

 

▲ 사용하지 않았던 게이트볼장이 주민 커뮤니티광장으로 탈바꿈됐다.

우선 마을 주민들의 커뮤니티를 향상시키기 위한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아무도 이용하지 않았던 게이트볼장을 잔디광장으로 변화시켰다. 또 지상주차장에 플랜터를 만들어 부족한 녹지공간을 확보했으며, 막혀있던 아파트 주변으로 둘레길을 조성해 주민들이 아파트 내에서 가벼운 산책과 만남이 가능한 공간을 마련했다.

 

 

▲ 1주일에 한번씩 회의를 진행하는 추진위원들의 모습

이러한 사업들을 진행하기 위해 추진위원회는 매주 지속적으로 회의를 열고 의견을 교환했으며, 회의에서 나온 의견들은 모든 주민들이 알 수 있도록 문서화해 아파트 각 라인별 엘리베이터에 붙였다. 특히 쌍용아파트는 이번 사업을 단년차 계획이 아닌 3년의 사업 추진계획으로 세웠다. ‘공동체’라는 것이 단순히 한 번의 사업만으로 완벽하게 만들어 질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 막혀있던 아파트 주변에는 둘레길이 조성돼 주민들의 산책로로 활용되고 있다.

 

김덕배 추진회 부위원장은 “만약 이 사업을 올해만 추진할 생각이었더라면 한번에 쏟아붓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사업 막바지에 축제를 개최한 것은 주민 참여의식을 일깨우기 위함이었다. 실제로 축제를 통해 주민들의 관심이 많이 높아졌다”며 “올해 기초를 세웠다면, 내년에는 몸통을, 내후년에는 완성된 형태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지역공동체 형성을 통한 마을가꾸기’ 사업은 지난 주 현장심사를 마무리했으며, 오는 23일, 24일 이틀간 마을대표가 마을에서 추진했던 사업내용들을 발표하는 우수마을 콘테스트 발표심사를 진행한 후 심사위원들의 심의를 거쳐 최우수 마을을 선정하게 된다.

심사위원을 맡은 조치웅 삼육대 원예학과 교수는 “쌍용아파트는 지상주차장을 차츰 없애며 도시농업적, 생태적 차원에서 친환경 아파트 단지로 거듭나고 있다. 물리적 개선이 아닌 환경과 생태·철학적 관점에서 한 차원 업그레이드 된 것”이라며 “아파트 마을가꾸기 사업의 새로운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남양주시 기획예산과 관계자도 쌍용아파트에 대해 “아파트 공동체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계획해 활용했으며, 프로그램적 측면에서 일가견이 있다”고 말했다.

결과에 관계없이 남양주 덕소쌍용아파트 마을가꾸기 사례는 조경이 단순한 사업이 아닌 주민 소통의 매개체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으며, 그동안 시설중심, 보여주기 식에 급급했던 마을개선 사업에 대한 바람직한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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