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재능이 많은 사람을 시기하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요즘 인생 칠십 세이면 청년나이라고 하는데 교수님을 일찍 데리고 간 하늘을 원망합니다.

본인이 그렇게 열심히 가르치던 학교에서 학교장을 치르고 교수님을 떠나보낸 뒤아린 가슴과 함께, 교수님과 같이 하였던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습니다. 무엇이 그리 급하다고 빨리 가셨는지요. 조경계를 위해 아직도 할 일이 산적하여 있다고 열정적으로 글을 쓰시던 모습이 눈이 선합니다.

정재훈 교수님은 우리나라 문화재와 전통조경현장의 산 증인 이십니다.
제가 어떤 문화재 현장에 대하여 물어 보아도 청산유수로 과거 몇 십년동안의 현황과 역사를 말씀해 주셨습니다. 어쩜 그렇게 기억력이 좋으신지! 이 모든 것이 매일매일 일지를 쓰는 결과였음을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정재훈 교수님의 강의를 들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수 십년 동안 공무원생활을 하셨지만 단언컨대 정재훈 교수님은 학교에서 강의 하실 때 가장 행복해 하셨던 것 같습니다. ‘강의를 듣는 사람들에게 먼저 최면을 걸고 시작하라!’. 교육을 하는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또 단언컨데 고인보다 우리나라 문화재 현장과 전통조경 현장에 대하여 잘 아는 분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또한 무수한 언론기고를 통해 우리나라에 만연되어 있는 왜식조경을 바로잡았고, 전통조경계에 있어서 오피니언 리더 역할을 해 주셨습니다.

1963년부터 문화재관리국에서 근무하면서 시작한 공무원생활은 경주사적관리소장을 거쳐 1986년부터 7년 동안 문화재관리국장을 역임 하시면서 경주 불국사와 안압지 복원, 그 밖의 주요 사적지의 정화사업 등을 통해 오늘날 사적지 정비 및 문화재 조경계획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이러한 실무와 현장 경험을 토대로 저술한 한국전통조경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고인의 박학다식함이 그대로 묻어있습니다. 그 외에도 한국의 옛 조경, 소쇄원등의 많은 저술은 앞으로도 후학들의 소중한 자료로 영원히 남아 있을 것입니다.

한편으로 정재훈 교수님은 시인이셨습니다. ‘문화의 산길들길’이라는 에세이집은 교수님의 낭만적인 성품과 문화재에 대한 애정을 잘 보여주는 책자입니다. 시인으로서 고인이 남긴 숭례문이라는 시는 우리가슴 맨 밑에 남아 있는 시 구절이 되었습니다.
고인이 남긴 ‘숭례문’이라는 제목의 시가 지금 제 귓가에 메아리 쳐옵니다.

당신은 가셨지만 당신의 말씀은
우리들 가슴속에 펄럭이는 깃발이 되어 불꽃처럼 타오르고 있습니다.
우리들은 당신을 이토록 서럽게 보낼 수가 없어서
당신의 제단을 지키는 전사(戰士)가 되어
당신의 솜씨에 눈길을 모으고
새날에 다시 만날 환생을 기다립니다.

(정재훈의 시 “숭례문” 중에서 .2008.2.11)

정재훈 교수님 우리 후학들이 교수님의 뜻을 받들어 우리나라 전통조경과 문화재가 잘 될 수 있도록 학문과 실무에 더욱 매진 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교수님을 사랑하였고 존경합니다. 영면하십시오.


2011.9.

(사) 한국전통조경학회장 진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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