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민근(문화체육관광부 문전성시 컨설턴트, 유네스코한국위원회 UCCN(UNESCO Creative Cities Network) 자문위원)

경관협정사업은 주민주도인가 관주도인가
지난 호에서 정리한 것처럼 그러한 의미를 가지고 진행되어야 하는 경관협정에 대해서, 서울시, 전주시, 부산시는 ‘사업’이란 형태로 추진하고 있다.

경관협정을 체결할 때 그 당사자가 되는 것은 협정내용에 동의하는 협정체결에 참여하는 주민이다. 따라서, 지자체는 경관협정 체결의 주체가 될 수 없다.

이것은 경관에 대해 관심이 있고 자신들이 사는 공간(예를 들면, 마을·가로 등)을 아름답고 쾌적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주민들이 스스로 해당 공간이 어떠한 경관으로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상(像)을 공유하고 이를 달성해 나가기 위해 주민들 스스로 경관을 가꿔나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함께 찾아내고, 이를 협정문으로 규정하여 앞으로 서로 지켜나가자고 하는 약속을 행하는 것이다.

이렇게 주민들 스스로 추진하는 것이어야 하는 경관협정을 지자체에서는 왜 ‘사업’이라는 형태로 행하는 것일까?

어찌 보면 주민들이 경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관심이 적기 때문에 지자체에서 이러한 부분을 도와주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 경관협정사업을 행할 용역주체를 전문가집단으로 선정하여 해당 용역주체로 하여금 경관협정사업을 추진하도록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즉, 제3자에 해당하는 지자체가 또 다른 제3자(경관 관련 전문가 집단 혹은 경관 관련 업체 등)에게 사업비를 지급하여 주민들로 하여금 경관협정을 체결하도록 하는 형태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지자체가 경관협정에 대한 경험도 없으니 ‘시범사업’이란 이름으로 그렇게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협정 주체가 아닌 제3자에게 비용을 지급하여 추진하는 것 자체가 모순을 안고 있다고 본다.

즉, 주민들로 하여금 경관협정 체결 과정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여 경관협정 내용을 만들고 운영해나가는 경험을 쌓도록 하는 데에 비용을 지급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이상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국토교통성에서 만든 경관협정매뉴얼이나 현재 행해지고 있는 경관협정사업으로는 다른 지자체에서 경관을 가꾸는데 관심이 있어 해보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주민들에게는 아무래도 그 내용을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주민의견수렴을 민주적이고 문화적으로 해본 경험이 거의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그러한 시간을 두고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경관협정을 체결하는 경험을 쌓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게다가 경관협정은 주민을 위한, 주민에 의한 것이어야 하므로 누구나 알기 쉽게 작성되어야 오해의 소지를 없앨 수 있다. 여기, 그 하나의 예로 1998년 7월 6일에 체결된 일본 고베시의 경관협정 중 하나의 예를 소개한다.

 

 

 

오민근(문화체육관광부 문전성시 컨설턴트, 유네스코한국위원회 UCCN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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