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잉태돼 길고도 고통스러운 산고과정을 겪고 있는 ‘자연환경복원업 신설’ 문제가 최근 본격적인 산통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출산할 수 있을 것인지, 그렇다면 어떤 모습이 될 것인지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6월 27일 환경부가 ‘자연환경보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 ‘자연환경복원설계업 신설’을 포함하면서부터 촉발된 이번 논쟁은, 7월 29일 노영민 의원이 ‘자연환경복원사업 신설’을 담은 동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자연환경복원업 신설’을 위해 환경부가 3번째, 국회의원이 2번째 모두 5번의 출산 시도가 있었기에 이번 상황을 지켜보면서 반응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찬성하는 측에서는 숨죽인 채 말없이 지켜보고 있고, 반대하는 측에서는 발빠르게 반대의견서를 제출하면서 잇달아 대책회의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환경부가 이토록 갈망하는 법 개정의 알맹이는 ‘자연환경복원업 신설’이며, 그것을 가로막고 있는 상대는 국토해양부를 주축으로 한 관련부처들이다. 그들은 왜 반대하고 있는 것일까? 우선 논쟁의 핵심부터 짚어보자.

가장 최근에 법을 바꾸겠다고 뛰어든 노영민 의원의 발의안에 따르면, ‘자연환경복원사업자’의 사업범위는 ‘▲자연환경보전·이용시설 설치 사업 ▲도시의 생태계 건전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사업 중 도시생태계 복원 사업 ▲우선보호대상 생태계 복원 사업 ▲생태통로 설치 사업 ▲대체자연의 조성, 생태계의 복원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자연환경보전 사업 ▲자연공원법에 따른 훼손지 복원 사업 ▲기타 대통령령이 정하는 자연환경복원 사업 등 7가지 사업에 대한 설계 또는 시공을 하려는 자’로 명시돼 있다.

그리고 그보다 한달 먼저 입법예고를 했던 환경부는 시공을 뺀 ‘자연환경복원설계업 신설’을 골자로 동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환경부 안의 사업범위는 ‘▲자연환경보전·이용시설 설치 사업 ▲도시의 생태계 건전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사업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도시생태계 복원사업 ▲우선보호대상 생태계의 보호·복원대책의 이행을 위한 사업 ▲생태통로 설치 사업 ▲환경부장관의 승인을 얻은 자연환경보전사업 ▲자연공원법에 따른 훼손지 복원을 위한 사업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연환경복원 사업 등에 관한 설계업’으로 정하고 있다.

한달 사이를 두고 제출된 이 두 법률 개정안의 가장 큰 차이점은 환경부 안은 ‘자연환경복원’의 설계업 만을, 노영민 의원 안은 설계업과 시공업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환경부는 궁극적으로 설계와 시공업 모두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입법예고했던 일련의 내용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9월 3일 환경부는 ‘자연환경보전사업 대행자를 자연환경복원사업자로 변경하고, 이를 사후관리 할 수 있도록 등록제도를 마련하는 내용’의 동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당시 이 개정안 입법예고 후 관련부처 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시공은 빼고 설계업만 유지’하는 걸로 협의한 바 있다.

따라서 부처간 협의에 신의를 지키기 위해 환경부는 지난 6월 세 번째 입법예고를 하게 된다. 당연히 시공업이 빠진 ‘자연환경복원설계업 신설’로 명시한 것이다. 그리고 한 달 후 노영민 의원이, 입법 발의로는 2007년 배일도 의원에 이어 두 번째로 ‘자연환경복원업’을 담은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국회의원 입법 발의 형태를 띈 이 개정안은 지난 해 9월 환경부가 입법예고에서 밝힌 사업범위와 너무나 판박이다. 설계업과 시공업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것도 같다. 딱 하나 다른 것은 환경부의 원안이었던 ‘습지보전법에 따른 습지의 복원 및 조성 사업’이 ‘자연공원법에 따른 훼손지 복원 사업’으로 바뀐 것 뿐이다. 또다른 중요 사안인 ‘생태계보전협력금’ 관련 내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현재의 상황을 정리해보면 지난 해 환경부가 설계업과 시공업을 모두 포함한 자연환경복원사업자의 근거를 만들고자 했으나, 타 부처의 반대로 인해 시공업을 제외하기로 하였으므로 올해 수정해서 ‘자연환경복원설계업 신설’을 내놓게 되었으며, 그후 한달 만에 국회 노영민 의원이 입법 발의를 통해 설계와 시공을 모두 담은 개정안을 내놓음으로써 사실상 시계를 1년 전으로 되돌려 놓은 셈이 된 것이다. 그리고 국회는 ‘쌍권총이냐, 외권총이냐의 차이뿐’인 두 개의 법률 개정안을 심의하게 되었다.

7년에 걸쳐 총 다섯 번째의 출산 시도는 현재 그렇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 조경계와 국토해양부는 왜 반대하고 있는 것일까?

(사)한국조경사회는 지난 달 말 환경부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앞으로 보낸 의견서에서 ‘사업범위가 조경설계기준, 조경기준, 도시공원법, 국토개발계획 표준품셈, 조경공사 표준시방서 등을 통해 이미 포함되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신설은 중복과 혼란에 의한 비효율적인 분쟁만을 야기할 것’이라며 삭제를 공식 요청했다.

그리고 국토해양부는 그동안 이 사안에 대해서 ‘자연환경복원업종은 건설산업기본법상 조경식재공사업, 조경시설물설치공사업에 해당하므로 기존 사업자에게 자연환경복원업 등록을 위한 별도의 기준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일관되게 반대해 왔다.

산림청 역시 ‘자연환경복원사업의 개념이 불명확하고 기존 산림관계법령에 의해 수행해 온 산림복구·복원사업과 충돌된다’며 반대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그리고 최근 통화에서도 “아직 내부적으로 공론화되지 않은 상태여서 논의를 더 해봐야 겠지만, 이번 개정안이 종전 의안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우리 의견도 바뀌기 힘들지 않겠느냐”고 답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부가 이 법안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저탄소 녹색성장이 미래 화두로 떠오르면서 환경분야에도 새로운 동력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고, 자연환경보호지역·생태계보전협력금 반환사업·자연환경보전사업·자연공원의 훼손지 복원 등의 환경부 관할 사업들에 대한 시행은 자연환경관리기술사, 자연생태복원(산업)기사 등의 인력과 그들을 고용한 독립된 산업에서 맡아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조경계에서는 40여년의 역사와 전국 45개 대학에 조경학과가 개설돼 있고 해마다 2천여 명의 졸업생이 배출돼 세계 2위의 조경대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면서도 여태 기본법 하나 가지고 있지 못함으로써 최근 수 년 사이에 인접 분야의 업역 침범사례가 속출하면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심지어 국토해양부 조차 조경분야를 보호·육성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 조경분야 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생태(자연환경)복원’마저 분리된다면, 학문과 산업이 존폐 위기에 내몰릴 것으로 우려하는 분위기다.
 

 '자연환경복원업' 관련 추진 경과
년월일 주관 제목 내용 결과
2001년 5월 문석기 교수 외 우리나라 생태복원분야
정착의 전망과 과제
논문 발표 복원업종 제안
2001년 7월 노동부 국가기술자격종목(자연생태관리기사
/기술사) 신설 타당성 검토
복원기술자격 도입  
2002년12월 문석기 교수 외 생태계 보전·복원 전문업종 제도화 및
육성에 관한 연구(환경부)
연구보고서 제출 복원업종 구체적인 제안
2004년 2월 환경부 생태복원업 도입 개정안 첫 발의 복원업종 도입 부처간 협의 미비로 철회
2004년 8월 산업인력공단 자연환경기술자 자격시험 시작 기술사/기사 시험 매년 2회 시험실시
2007년 5월 배일도 의원 자연환경복원업종 신설을 위한
자연환경보전법개정안 발의
   
2007년 6월 배일도 의원 자연환경보전법개정안 토론회   300여명 참가
2007년 6월 국회 환노위 배일도의원 개정안 상임위 통과    
2007년 6월 국회 법사위 배일도의원 개정안 심의  부처간 협의 미비로 보류 2008년 5월에 자동 폐기
2007년 9월 총리실 정부부처간 복원T/F팀 구성하여
지속적인 회의 개최
   
2007년10월 건설교통부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입법예고안,
조경업역에 생태복원을 신설
  환경부 반대로 철회
2008년 6월 환경부
환경복원녹화
기술학회
자연환경 복원산업
발전을 위한 공청회
조경계 내부 찬/반측
주제발표후 토론
입장 확인→접점 모색
2010. 9. 3 환경부 자연환경보전법개정안 입법예고 자연환경보전사업 대행자를
자연환경복원사업자로 변경
후 등록제로 전환
부처협의 거쳐 시공업은
제외, 설계업만
추진하기로 협의
2011. 6.27 환경부 자연환경보전법개정안 입법예고 자연환경복원설계업 신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회부됨
2011. 7.29 노영민 의원 외 자연환경보전법개정안 발의 자연환경복원사업 신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회부됨
* 자료 : 2007년, '자연환경 복원사업 발전을 위한 공청회' 발표자료 중 일부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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