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해 알고 있다. 중국 동북부 변방의 역사를 연구한다면서 내심으로는 고구려 역사를 중국의 변방 역사에 편입시키려 하는 중국의 국가차원적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는 우리에게 한반도 유사시 북한을 중국에 편입시키겠다는 전략의 전초전으로 역사·문화적 선제공격의 일환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른바 힘 있는 대국 중국이 상대적으로 힘 약한 한국을 그 역사·문화적 토대 구축을 근거로 종국엔 힘을 이용해 굴복시키겠다는 영토이익 확보 차원의 국가전략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여기에 울분을 토로하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 안에서는 건축기본법에 의거한 대통령 직속 국가건축위원회의 힘을 배경으로 건축분야가 조경 등 관련 분야의 전문영역을 접수(?)하겠다는 이른 바, ‘건축분야의 조경공정 프로젝트’가 지속적이며 밀도있게 진행되고 있다.

내년이면 우리나라에 조경학과가 개설된 지 40년이 되며, 전국 45개 대학·대학원에 조경학과가 개설되어 있고, 해마다 약 2천명 정도의 조경전문인이 배출돼 세계 제 2위의 조경대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대한민국 조경의 위상을 흔들려고 하고 있다. 왜 그럴까?

조선일보 보도, 건축 외연 확산 위한 여론작업
지난 6월 29일자 조선일보 2면에 보도된 ‘건축가들이 뽑은 한국 대표 건축물 베스트&워스트’ 기사는 오늘 조경계의 지표를 흔들고 있다. 이 기사에 대해 우리 젊은 조경가들이 조선닷컴(www.chosun.com)에 엄청난 댓글을 남기고 있다. 이 젊은 피들이 건축가들과 전면전을 치루고 있는 것이다. 다분히 가소롭다는 감정차원을 넘어 울분을 토하는 수준까지 치닫고 있다는 느낌이다.

여기서 우리에겐 냉철한 분석과 판단이 요구된다. 왜? 그들은? 조선일보 보도를 이용해 남의 이름을 가로채는 부도덕한 일을, 그렇게 한 푼의 도덕적 가책도 없이 당연하듯이 진행하고 있는 것일까?

얼마 전 어떤 한 건축물 준공식에 건축설계가를 초청하지 않았다고 해서 건축계 전체가 나서서 성토하는 등 난리를 친 적이 있다. 건축영역에 대한 나름대로 건축가의 전문분야적 크레딧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그들이 2010년 ‘조경기본법’이 발의되자, 건축가 출신의 김진애 의원은 조경을 비롯한 도시계획·환경·경관·토목·전기·기계·소방·정보통신·건축설 등의 분야가 건축에 속한다는 내용을 담은 ‘건축기본법 개정안’을 추가로 발의하여 조경의 건축영역화를 시도했다. 또 근자에는 도시공간의 옥상녹화 사업을 ‘국토의계획및이용에관한법률’이 아닌 ‘건축법’에 규정하려 하고 있다.

이번 조선일보 기사에서는 선유도공원을 평가함에 있어 마치 ‘공원이 건축의 일부’라는 뉘앙스로 보도하고 있으며, 나아가 “결론적으로 청계천·광화문광장 등 외부공간을 건축가가 설계해야 한다”는 건축가의 주장을 그대로 싣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단순한 일과성의 일이 아니라, 다분히 조경분야에 대해 무언가를 노리는 매우 전략적 시나리오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우리는 지난 2007년부터 시작하여 약 5년간에 걸쳐 조경기본법 제정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조경기본법 발의에 대한 무력화 작전의 일환으로 건축가 출신의 김진애 의원이 ‘건축기본법 개정안 발의’라는 맞불놓기 작전으로 조경기본법은 일순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달에는 김진애 의원이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위원을 맡게됨으로써 국회 내의 힘의 논리 전략으로 조경기본법 발의(안)은 난관에 처하게 되고, 종국에는 의도대로 완벽하게 무력화시키고자 한 그들의 작전을 성공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배경 속에서, 이젠 조경영역의 일을 구체적으로 건축에 편입시키고자 하는 또 다른 음모라고 오해받을 수 있는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

이번 조선일보 건축물평가 기사 사건의 본질과 핵심은 공원을 건축화 하겠다는 이른 바 ‘공원공정 프로젝트’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공원이 건축가들의 새로운 구체적 전술 목표화 되고 있고 이것을 여론화하기 위한 전략이 이번 조선일보 사건의 전말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그 사유로는 건축기본법 개정안 발의로 인해 조경기본법이 무효화되는, 조경의 건축에 대한 매우 좋지 않은 감정이 생산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왜 그렇게 또 거대 일간지 조선일보를 통해 공원을 건축으로 치부하는 등, 조경분야의 감정을 유발시키는 일을 무리하게 연속해서 추진하는지? 거기에는 이번 연말에 발주되는 ‘용산공원설계현상공모’ 프로젝트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사료된다.

‘용산공원설계현상공모’ 탈환이 건축분야 전략 목표
2010년 12월 (사)한국조경학회는 (사)한국국토·도시계획학회, LH 주택도시연구원, 선진엔지니어링(주), (주)CA조경기술사사무소와 컨소시엄을 형성하여 국토해양부에서 발주한 ‘용산공원종합정비계획 프로젝트’를 완료하고 보고서를 제출하였다. 그리고 그 후속 조치로 국토해양부에서는 이 계획(안)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현재 용산공원설계현상공모관리 프로젝트를 준비 중에 있다.

바로 이 프로젝트를 시발점으로 종국엔 용산공원 설계를 건축분야 주도로 하겠다는 전략의 일환으로 이번 조선일보 보도 사건이 발생했다고 분석할 수 있다. 이 전략의 핵심은 이번의 용산공원설계현상공모관리를 건축분야가 주관해서 동대문문화공원설계 때처럼 건축가 중심의 현상설계로 이끌어 가려는 전략목표가 숨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의 이 전략목표의 첫 단계는 이미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용산공원현상공모관리 프로젝트를 이미 국토해양부에서 제안경쟁입찰방식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계약관련 법에는 ‘수의계약’이라는 제도가 있다. 그 분야에 대해 특별한 전문성이 인정되거나, 사전에 그 일에 관련하여 연고가 있는 경우 등에는 사업의 전문성과 원활한 진행을 위해 수의계약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이다.

‘용산공원종합정비계획’이라는 사상 초유의 국가 프로젝트를 가장 핵심 전문분야인 한국조경학회 등의 우리나라 최대의 관련 학회가 1년에 걸쳐 완성한 계획(안)이라면, 또 이것을 인정하고 승인해 완성된 보고서로 받아들인 국토해양부라면, 당연히 현상공모관리 등 이 프로젝트의 추후 관리는 이 프로젝트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한국조경학회 등에 수의계약으로 위탁하는 것이 상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이 프로젝트는 새삼스럽게 또 다시 제안경쟁입찰방식이라는 형식을 거치는 것으로 진행되고 있다.

건축분야의 ‘용산공원프로젝트공정’은 사실 2009년서부터 이미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당시 용산공원 아이디어 공모전에 건축분야에서 거의 대부분의 작품을 냈었고, 당선작도 거의 건축설계사무소에서 나왔었다. 그러나 2009년 10월경에 한국조경학회에서는 국토해양부에서 발주하는 용산공원종합정비계획연구 프로젝트에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등과 컨소시엄을 형성하여 건축도시공간연구소(Auri)가 주관하는 국토연구원 컨소시엄과 경쟁하여 이 프로젝트를 수주하였다.

만약, 이 때 이 연구 프로젝트를 한국조경학회가 수주하지 못했다면 건축분야에서 용산공원종합정비계획을 수립하게 되었을 것이었다. 그렇게 보면, 건축분야의 용산공원공정은 사실 한국조경학회에 의해 제동이 걸리고 만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용산공원설계현상공모라는 최후의 라운드가 2011년 연말에 펼쳐지게 되도록 되어있다.

앞으로 국토해양부에서 발주될 ‘용산공원현상공모관리’ 프로젝트는 이 현상공모의 본질을 변경시킬 수 있는 중요한 매체가 되고 있는 것이다. 건축분야에서 이 프로젝트를 따게 되면, 현상공모는 동대문문화공원처럼 건축가 중심의 공모전으로 옮겨가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의 용산공원설계현상공모관리 프로젝트는 또 한번 대한민국 조경분야의 정체성을 시험하는 중차대한 고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조경분야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러한 배경에서, 건축분야에서는 조선일보를 통해 공원을 건축분야에서 해야 한다는 여론을 조성하고, 동시에 국토해양부에서는 현상공모관리 용역을 ‘제안경쟁입찰’로 전환시키는 등 다차원의 전술을 시행하고 있다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보이지 않는 음모(?)는 6월 29일자 조선일보 보도사건을 통해 드러나고 있고, 용산공원설계현상공모관리용역을 한국조경학회 컨소시엄의 연고권을 무시하고 새롭게 제안경쟁입찰로 유도하는 힘의 논리 속에서 읽혀지고 있는 것이다.

건축분야의 조경공정이라는 큰 전략적 맥락 속에서 용산공원설계현상공모관리 프로젝트를 획득하기 위한 그들의 강력한 전술을 어떻게 대처하고 막아내야 할 것인지? 그게 이번 사건에 대해 우리 조경분야가 정확하게 읽고 해석해야 할 문제의 본질이다. 흥분만 가지고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조경분야의 총체적 지혜와 현실적 준비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는 것이 바로 조경분야의 오늘이다.

 

조세환(한국조경학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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