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동 교수의 허브이야기 - 마조람(Origanum majorana)

 

▲ 조태동(강릉원주대 환경조경학과 교수)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키프로스왕을 섬기던 아마코라스라는 청년이 있었다. 그는 왕의 명령으로 귀중한 향수 항아리를 운반하는 도중에 깨뜨려 심한 쇼크로 실신해 쓰러졌고 깨어나 보니 향기가 강한 풀로 변해 버렸다는 이야기다. 오랜 세월이 흘러 아마코라스가 마조람의 이름으로 변했지만, 이 식물의 달콤한 향만은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미라를 만들 때 사용한 최초의 스파이스 가운데 하나이며, 그리스‧로마시대에는 행복의 상징으로 생각했다. 로마시대의 유명한 미식가 아피스우스는 마조람을 각종 소스의 조미료로 사용했으며 그 효과를 요리책으로 남겼고, 각지로 전파되었으며 중세에는 마녀나 악마를 물리친다고 믿었다. 오레가노에 비해 향기가 부드러워 중세 유럽에서는 향 주머니를 만드는 데 반드시 마조람을 넣었다.

마조람은 섬세하고 달콤한 방향을 가지고 있으나 약간 쓴맛이 나고 오레가노보다는 온화하여 식물학적으로 오레가노와 같이 취급하였지만 현재는 별개의 것으로 구분되고 있다.

 

▲ 마조람.

마조람은 지중해 동부 연안이 원산지이고 꿀풀과의 다년초이며 스위트형은 30~40㎝의 비교적 키가 작은 종류로 추위에 약하기 때문에 북쪽의 추운 지방에서는 일년초 식물로 재배되고 있다. 같은 꿀풀과로 침엽형의 마조람도 있는데 스위트형보다 재배는 간단하지만 향이 약하고 약용으로도 가치가 떨어져 관상용으로만 쓰인다.

생육특성은 추위와 더위에 약하기 때문에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추위막이 등의 준비가 필요하며 가을비나 서릿발, 눈 등이 녹아 내리면 뿌리가 썩는 일이 생기기 때문에 배수에 특히 주의한다. 또 장마 뒤의 강한 햇볕은 토양을 건조하게 하여 뿌리를 상하게 하므로 적당히 물을 주어야 한다.

발아하기에 최적 온도는 15~20℃로 봄에 묘상에 파종하고 본잎이 4~5장 나오면 정식한다. 파종후 일제히 발아될 때 서로 얽히지 않도록 주의하며 봄에는 꺾꽂이로 간단하게 번식할 수 있고 줄기가 10㎝ 정도 되면 정식하여 순치기를 반복하면 둥근 모양의 토피아리를 만들 수 있다. 씨받기는 여름에 하는데 고온에서 좋은 종자를 얻기란 매우 어려우므로 꺾꽂이나 포기나누기로 번식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꺾꽂이할 때에는 버미큘라이트 등의 청결한 토양에 5㎝ 정도 자른 줄기를 꽂으면 곧 싹이 난다.

 

 

▲ 마조람.

6월 중순에서 7월 하순에 흰색이나 분홍색의 작은 꽃을 피우며 전초에는 강한 정유성분이 있으므로 센티드제라늄 등과 함께 심어 싱그러운 허브가든을 만들 수 있다.

마조람은 이집트 시대부터 약용, 요리용, 향료 등으로 폭넓게 이용된 허브이다. 감기 예방에 효과가 있으며 정신 안정과 강장 작용도 갖고 있다. 잎을 갈아서 습포약이나 목욕제로 쓰면 류머티즘, 근육통, 신경통에 효과가 있으며 차를 끓여 마시면 체내의 독소를 배출하여 몸을 이롭게 하거나 긴장을 이완시킨다. 잎은 소화기 계통의 작용을 원활하게 하고 소화 촉진과 위장 기능의 증진에 효과가 있다. 다만 성욕을 감퇴시키는 설도 있다. 그 외 방부, 거담작용과 위장기능의 활성화 및 혈압을 내리게 하는 작용을 한다. 정유성분은 향수나 화장수, 비누를 만드는 데 넓게 이용된다.

고상한 맛과 향기가 좋은 스위트 마조람은 대부분 이탈리아 요리에 사용된다. 특히 고기나 계란요리, 수프, 샐러드 등에 사용되고 색의 배합에도 이용되며 독일에서는 햄버거나 소시지에 반드시 사용되는 허브로서 고기 특유의 냄새를 없애는데 이용된다. 건조한 잎과 분말의 마조람은 야채, 치즈, 닭요리나 각종 소시지 요리, 소스 등에 첨가되는데 식욕을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고 살균 작용으로 산화를 방지하여 주는 역할도 한다. 단 너무 뜨겁거나 장시간 조리하면 풍미가 없어지므로 조리가 완성되기 10분 전쯤에 사용하는 것이 요령이다. 차빌, 파슬리, 딜, 펜넬 등과 섞어서 사용하면 한결 더 산뜻한 향을 즐길 수 있다.

어린잎은 샐러드로 먹으며 그 외 생장기의 잎이나 줄기는 수확하여 포푸리나 드라이 플라워, 리스를 만드는 데 이용하기도 하며 뿌리는 황색의 염료로 쓰이고 풀 전체는 올리브 그린색을 내는 염료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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