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만리(牛步萬里). 소걸음이 느려도 그 뜻을 바로 잡고 천천히 걸어간다면 만리를 간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처럼 ‘친환경’을 매개로 복잡한 법을 만든 나라는 없을 것이다” 모 대형건설사 조경 담당자의 말이다. 그는 취지야 좋지만 복잡하고 일관성 없는 법이 오히려 제약으로 느껴지는 경우가 다수 발생한다고 토로했다.

설명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정해놓은 환경영향평가와 생태면적률 등의 제도가 복잡할 뿐 아니라 서로 상충되는 사항도 많아 실제 업무에 제약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법이라는 것이 빠른 실행을 위해서는 좋은 방법이지만 현실에서는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는 언급이다.

실제로 김포한강신도시조성 담당 공무원은 공사에 참여한 3개사의 설계가 모두 똑같아 당황했다. 하지만 관련 업계들도 할 말은 있었다. 생태면적률 ‘48%’라는 족쇄에 매어 있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는 얘기다.

주택법에 따라 꼭 들어가야 하는 어린이놀이터 및 주민시설 등을 제외한 빈자리는 모두 녹지로 만들고 옥상녹화, 벽면녹화, 투수블록 등 생태면적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모두 꾹꾹 채워 넣어 겨우 생태면적률을 맞춘 것이다. 진정 ‘생태’적인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사실 뒤로 밀려나 버렸다.

너무 자주 변하는 법제도 또한 업계의 혼란을 가중시키긴 마찬가지다. ‘계획’세우기에 강점을 보이는 현 정부는 대통령의 성격을 드러내듯 ‘불도저 같은’ 실행력까지 갖췄다. 흠칫 일을 하고 있는 담당자마저도 당황스럽게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일본에서 큰 성공을 이룬 바 있는 ‘경관계획’과 ‘경관협정사업’ 등이 우리나라에서도 추진력 있게 추진됐기는 했으나 일본만큼 주민생활 속으로 스며들지 못했던 이유도 바로 적절한 옷인지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은 아닌지 반문해 봐야 한다.

지난 2일 국내 인공지반녹화 현장을 둘러본 후지타 미치아키 (주)후지타파라다이스파크 대표는 “관수시설이 너무 잘 돼 있어 놀랐다”고 말한다. 그 기술력에 놀란 것이라고 이해하면 오산이다. 오히려 녹지조성에 앞서 ‘생태’적으로 즉 비용과 에너지를 들이지 않고도 지속가능한 환경을 먼저 고민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일 것이다.

즉 ‘환경’ ‘생태’라는 다소 어려운 주제를 위한 먼 길을 떠나기 위해서는 ‘불도저’가 아닌 ‘우직한 소걸음’이 필요하다는 얘기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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