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일본 방수전문기업 (주)타지마루핑이 옥상녹화 등 녹화사업까지 확대하면서 분사한 (주)타지마녹화에서 개발·연구를 담당하는 아키히로 사카모토 기술개발본부장이 한국을 찾았다.
2007년부터 교류해온 (주)한국도시녹화(대표 김철민)의 초청에 응한 것이다. 그의 한국 방문에 동행한 이도 있는데 바로 일본의 손꼽히는 식물전문가 후지타 미치아키 (주)후지타파라다이스파크 대표다. “일본과 적극적인 기술 교류를 통해 한 단계 성장한 옥상녹화 및 벽면녹화를 선보일 것”이라는 한국도시녹화 김철민 대표와 일본의 두 전문가가 나눈 일본 옥상녹화 동향과 저관리형 녹화에 대한 대화를 엿들어봤다.

▲ 지난 2일 헌법재판소 옥상공원을 둘러본 김철민 한국도시녹화 대표와 후지타 미치아키 (주)후지타파라다이스파크 대표, 아키히로 사카모토 (주)타지마녹화 기술개발본부장이 일본 옥상녹화 동향과 저관리형 녹화에 대해 담화를 나누고 있다.


▲김철민(이하 김) 현재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연구들은 어떤 것인가?

- 후지타 미치아키(이하 후지타) : 사계절 푸른 잎을 가진 기린초 등 식물 수집 및 육종 관련 업무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최근 토양개량을 위한 식물도 개발하고 있다. 토양의 오염물질을 흡수·제거해줄 수 있는 식물을 찾는 작업으로, 원자발전소 부근 토양 내의 세슘을 제거할 수 있는 식물 등을 연구하고 있다.

- 아키히로 사카모토(이하 아키히로) : 경사지붕 녹화에 대한 연구와 옥상녹화와 태양광에너지를 접목한 시스템 등을 개발하고 있다. 전 지역을 대상으로 식물 적용가능 구역에 대한 연구도 추진하고 있으며 후지타 미치아키 대표와 함께 제2의 기린초를 찾고 있다.

① 김 : 한국 옥상녹화를 보고 난 소감은 어땠나?

- 아키히로 : 현재의 한국의 계절 상태로만 봤을 때엔 일본보다 날씨가 좋아 식물 사용범위가 넓은 것 같다. 서울 등 시내 식물들이 특히 다양하고 디자인 역시 예뻤다.

- 후지타 : 식물선택 부분에서의 차이점도 있었지만 관수시설에 너무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는 점에서 놀랐다. 우리 회사의 경우, 빗물만으로 생장이 가능한 식물을 식재하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관수시설보다는 빗물만으로도 유지할 수 있는 시설들을 만들어가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또 그러기 위해서는 인위적인 관리에 중점을 둘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자연환경에 잘 자랄 수 있는 식물에 대한 연구에 대한 집중이 필요해 보인다.

② 김 : 국내의 경우 인공지반 녹화 시 겨울철이 가장 큰 이슈다. 동해 문제도 있고 또 경관 측면에서도 좋지 않다. 일본은 이런 계절적인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고 있나?

- 아키히로 : 일본은 동해 문제는 없다고 볼 수 있다. 홋카이도 지역은 춥긴 하지만 워낙 식물종이 다양하고 눈이 많이 내려도 큰 문제는 없다. 눈 밑이 따뜻해 식물들이 겨울을 잘 견디기 때문이다. 오히려 혹서기가 문제다.

- 후지타 : 한국의 옥상녹화를 보면서 한 곳에 심어진 식물 품종이 너무 많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또 디자인 중심으로 설계를 하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다 보니 몇몇 고사하는 식물도 보게 되는 것 같다.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그 환경에 잘 살 수 있는 식물을 찾고 그에 맞춘 설계가 추진돼야 하지 않나 생각된다.

③ 일본 옥상녹화 동향이 궁금하다. 몇 % 정도 녹화가 됐나? 그리고 최근 옥상녹화 기술의 이슈는 어떤 것인가?

- 아키히로 : 국토교토성에서 조사한 2001년부터 2009년까지의 통계에 따르면 옥상녹화는 신축건물 중심으로 조성됐다. 80% 이상이 신축건물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주택·공동주택과 교육·문화시설 등의 비율이 약간 감소하고 공공기관이나 오피스 등에서 비율이 약간 증가했다.
도시별로는 도쿄가 전체의 38%를 자치했으며 가나가와현, 아이치현, 오사카부, 효고현, 사이타마현 순으로 시공이 많은 6지역의 면적은 이 전체의 약 75%에 달했다.현재 일본에서의 가장 큰 관심사는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옥상에 조성하는 것이다.
이산화탄소 저감 및 건축물 에너지 효율을 낮추기 위한 녹화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활용시설까지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 큰 이슈로 떠올랐다. 특히 태양열에너지 패널을 이용할 때 녹지를 함께 조성해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한다. 태양열에너지의 경우, 주변 온도가 높으면 효율이 급격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그 주변에 세덤 등의 녹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 후지타 : 앞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빗물만으로도 살 수 있는 옥상녹화에 대한 연구에도 관심이 많다. 이를 위해서는 적절한 식물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벽면이 아니라 경사지 녹화도 빗물만으로 관리될 수 있는 시스템을 확대해가고 있다.

④ 김 : 도로변의 사면녹화 즉 콘크리트 위에 녹화를 시도한 사진을 봤는데 그 역시 별도의 관수시설이 없었던 것인가? 경사가 70~80% 정도로 매우 급격한 경사지였는데 가능했나?

- 후지타 : 별도의 관수시설 없이 조성한 것 맞다. 사면·벽면·옥상 등 우리 회사가 조성하는 모든 곳에는 관수시설 없이 생장이 가능하도록 시도하고 있다. 빗물만 있으면 살 수 있는 녹지를 만드는 것이다.

- 아키히로 : 그 지역은 원래 식물이 많았고 습도도 높기 때문에 더욱 풍성한 녹지를 조성할 수 있었다. 도심인 도쿄 등 환경 좋지 않은 특수 지역에 경우에는 예외적인 사례가 될 수도 있다는 점만 추가로 언급하고 싶다. 하지만 이런 도심에서도 항상 물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에만 주는 관수시스템이 될 것이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본다.

⑤ 김 : 일본은 옥상을 도시농업을 활용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수치가 얼마 정도인가?

- 아키히로 : 그 수치를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많은 곳에서 이용되고 있다. 일례로 사무실 옥상에 텃밭을 조성하고 직원들이 아침이 일찍 출근해 채소를 가꾸는 것부터 일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텃밭 가꾸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이들이 꽤 있는 것이다. 유치원 역시 옥상정원 내에 채소 및 고구마 심고 이를 직접 수확하는 체험을 하도록 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는 이슈꺼리를 만들어 가는 수준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즉 일반화되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어 보인다. 그 자리에 존재하지 않았던 흙을 새로 부어야 하는 등 관리 및 에너지 효율측면의 문제도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회사의 경우, 아직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녹화기술뿐 아니라 농업에 대한 연구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⑥ 김 : 두 회사는 이산화탄소 흡착능력도 높고 겨울에도 푸른 유용식물을 개발해 적용, 저관리형 녹화를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화려한 디자인과 아름다운 모습들을 요구한다. 어떻게 고객들을 설득하고 시장을 확대해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 아키히로 : 화려한 디자인을 원한다면 관리에 투자되어야 하는 비용이 높아지고 또 관리 시간도 늘어난다는 것을 추가로 설명한다. 유지관리비용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는 것이다. 관리차원에서의 고려가 된다면 장소에 따라 화려한 디자인으로 해도 무방하다고 본다.

- 후지타 : 적절한 식물을 찾아주는 것 역시 대책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개발한 기린초는 동해에 강하고 또 일년 내내 푸른 잎을 보여주는 식물이다. 꽃은 한순간 밖에 즐길 수 없지만 이 식물은 사계절 즐길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식물이 아무리 좋아도 이 한 종만 식재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더 예쁜 잎을 가진 기린초 등을 찾고 있다. 전문가들이 관리가 필요 없는 다양한 자연형 식물을 찾는 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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