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우소 가는 길 <사진제공 RHS(영국왕립원예협회)>

 

▲ 황지해 작가

세계 3대 가든쇼 가운데 하나인 ‘첼시플라워쇼(RHS Chelsea Flower Show 2011)’에서 우리나라 황지해 작가가 출품한 ‘해우소 가는 길’이 최고상을 받아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4일 영국에서 개막된 행사에서 이 작품은 본 심사 아티잔가든 부문에서 ‘최고의 정원(Best Garden)’으로 선정됐다. 첼시플라워쇼 180년 역사상 한국인이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상작 ‘해우소 가는 길(Emptying your mind: traditional Korean toilet)’은 ‘생명의 환원’과 ‘비움’이라는 한국 전통화장실 문화가 가지는 철학적 함의를 정원디자인으로 재해석해서 승화시킨 작품이다. ‘근심과 걱정을 털어버리는 곳’ 혹은 ‘마음을 비우는 곳’이라는 뜻의 불교식 용어를 우리 정원문화에 맞게 재해석해 세계무대에 선보인 것이다.

엘리자베스 여왕을 비롯해 세계 각국 정·재계, 문화계 인사들이 대거 참가하는 이 행사는 정원 디자이너들에게는 꿈의 무대로 통한다. 여기에 ‘화장실’이 정원 주제로 등장한 것 또한 첼시플라워쇼 역사상 처음이다.

주요 작품구성은 오죽 숲과 돌담에 둘러싸인 옛 화장실 가는 길을 정원의 중심공간으로 배치하였고 그 주변에 송악을 비롯한 다양한 한국 약용식물을 식재해서 선조들의 민간요법과 삶의 지혜를 엿볼 수 있게 했다. 또 ‘해우소 가는 길’을 인간이 마음을 비우고 자연과 소통하는 곳, 바로 ‘자연과 공존하는 길’로 승화시킨 점도 눈길을 끌었다. 흙과 토종식물의 뿌리를 거쳐 정화된 물을 흘러내리게 하여 사람들이 손을 씻게 하고 발효 항아리를 배치함으로써 자연의 순환과 생명의 재생이라는 뜻을 담았다. 해우소의 문은 1.2m 높이로 낮춰 고개를 숙여 출입하도록 해 자연과 인간에 대한 겸양의 의미도 함께 담았다.

황지해 작가는 “인위적이지 않고 소박하지만 단아한 기품을 지닌 한국 전통정원문화와 그 요소들의 아름다움과 철학이 세계정원문화의 새로운 축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고 수상소감을 말했다.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세계 3대 가든쇼에서 수상한 황지해 환경미술가그룹 뮴 대표는 전남 곡성 출신으로 서양화를 전공하고 그동안 환경미술가로 다양한 활동을 해 왔다. 2000년에 ‘필리핀 팔라완 미션2000’ 무대디자인 및 설치 작업을 맡았으며, 광주 사직동 거리미술장식, 김해 율하 상징조형물 등의 작품을 진행한 바 있다.

한편, ‘해우소 가는 길’의 자문을 맡았던 본지 편집위원인 윤상준 박사(아름지기 선임연구위원)는 “총 7작품이 전시된 아티잔가든에서 심사위원들의 높은 평가와 함께 최고의 정원에 선정되는 영광을 받은 것”이라며 “어려운 과정 속에서 최고의 결과를 일궈내 그 가치 또한 높다”고 평가했다.

▲ <사진제공 RHS(영국왕립원예협회)>



출처 : RHS(영국왕립원예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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