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A전문건설사는 지난 2009년 8월 대구지역 내 민간 아파트 단지 조경공사를 맡았다. 준공은 지난해 9월이었다. 그런데 준공 후 12월부터 올 3월초까지 예년과 다른 강추위가 이어졌다. 여기에 폭설까지 더해졌다.

소나무는 폭설에 가지가 부러지고, 가시나무·남천 등 남부수종은 맹추위를 견디지 못해 끝내 고사했다. 거적 등 동해방지를 위한 기본 월동준비는 갖췄지만 역부족이었다.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지만 보수 책임은 A사에게 맡겨졌다.

설계가의 75%로 하도급 받아 경쟁적으로 고가의 소나무 배식하고 인건비 처리하고 기타 부가비용을 지출하고 나니 수익은 고작 총 공사비에 5%에 불과한 상황. 어쩔 수 없이 보수해 준 조경수 자재비용은 고스란히 적자로 남겨졌다.

서울의 B전문건설사. 이 회사가 참여한 인천지역의 조경공사는 2009년 4월이 준공일이었다. 그리고 지난해 여름 예기치 못한 태풍 곤파스로 큰 나무들이 줄줄이 쓰러졌다. 말 그대로 불가항력적인 태풍이었다. 하지만 이 피해에 대한 보수이행은 시공자인 B사가 질 수밖에 없었다. 소나무 등 대형목의 재시공을 위한 ‘협의’ 테이블에 앉은 B건설사는 속이 타들어 가는 상황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표정을 감췄다.

그리고 가을이 지나 겨울이 왔다. 이번엔 동해다. 강추위로 인해 남부수종이 대거 동해를 입었다. 이미 준공된 이후 상황이므로 사실 유지관리 미흡 책임이 컸다. 관리비로 책정된 예산이 없으니 동해에 대한 대비를 미처 해놓지 못했던 상황인 것이다. 이 피해에 대해 발주처는 시공사에게 교체를 부탁 아니 요구했다.

B업체는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는 책임이 그 관리주체에게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소귀에 경 읽기’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건설산업 선진화방안’에서도 계속 언급되고 있지만 여전히 건설업계가 상하 구조이다 보니 하도급자 입장에서 어쩔 수 없는 도리다. 고사목 교체 책임은 시공사인 B사에게 떠안겨졌다.

‘국가계약법’과 ‘지방계약법’에 의하면 불가항력에 의한 피해로 인한 손해는 발주기관이 부담하도록 정의되어 있다. 시공자의 책임이 없는 유지관리 소홀 등의 사유로 인해 발생한 하자 또한 그 책임이 발주기관에게 있다.

시공사는 건설업 면허에 따라 기술 자격이 있는 공사에 대해 재료비와 기술료, 인건비 등의 비용을 받고 공사를 맡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는 ‘2년 동안의 하자보수’ 책임도 주어진다.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준공 후 2년 동안의 하자보수 의무이다. 이 기간은 경제적 이득을 목표로 시공한 것에 대한 책임 즉 시공 기술을 제공하고 얻은 이득에 대한 책임을 부여하는 것으로 시공 상 잘못으로 인해 발생한 하자에 국한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불가항력적인 자연재해는 물론 유지관리 소홀로 인한 책임까지 시공자에게 부담 지워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강아지를 구입한 후 얼마동안 키우다 죽은 경우, 책임은 판매자가 아니라 키운 사람이 진다”면서 “하지만 조경 식재공사로 돌아오면 상황이 너무 달라진다. 동해, 태풍 등 불가항력의 자연재해로 인한 하자도 시공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그는 “부실시공에 의한 하자인 경우는 당연히 시공자 책임이겠지만, 준공 후 유지관리 책임은 발주자에게 있다. 따라서 유지관리 소홀로 인한 하자나 불가항력에 의한 하자까지 시공자에게 하자보수 의무를 떠넘기는 상황은 매우 불합리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시공사 현장소장 역시 “불가항력적인 하자보수는 시공사 책임이 아니라는 사실은 원도급사도 발주자도 다 안다. 하지만 대개 하도급사는 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현장소장은 “유지관리가 안 되는 현장이 가장 큰 골칫거리”라면서 “LH나 한국도로공사 등에서 조경 공사를 발주할 경우에는 준공 후 하자보수 의무기간까지의 유지관리비를 공사원가에 포함하여 발주하고 있다. 다행히 이 경우에는 시공사의 부당한 보수 책임 부담이 그나마 덜한 상황”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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