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로 보는 나무치료이야기<7> - 연두색과 갈색

새로운 것들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찬 봄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이다.

불어오는 바람은 따스하진 않지만 겨울의 그것처럼 매서움이 없고, 나무 가지에는 ‘나의 눈을 씻고, 나의 머리를 씻고, 나의 가슴을 씻고, 다음에는 나의 마음의 모든 구석구석을 하나하나 씻어’내는 신록의 새움을 가득 담고 있다(이양하의 ‘신록예찬’ 중에서).
초록이라면 선택의 여지없이 좋다는 그분처럼 나도 초록, 그중에서도 연두를 좋아한다.
 

 

(사진제공 : 한우리나무병원 이광재 원장)

 

그래서 일까? 해충임에도 불구하고 싫지 않은 녀석이 있다.
바로 ‘선녀벌레’인데, 이름에 걸맞는 예쁜 생김새를 하고 있다. 앞날개색은 연두색이고 뒷날개는 녹색을 띤 백색이며 측면에서 보면 삼각형 모양으로, 성충의 몸길이가 5㎜정도로 작고 귀여운 녀석이다. 선녀벌레가 가해하는 기주의 종류는 많지만 대부분 큰 피해를 주지 않기 때문에 선녀벌레를 방제하기 위해 약제 살포를 하기 보다는 타 해충 방제를 통해서도 충분히 방제가 되는 약한 해충이다.

그런데 요즘 비슷한 이름의 ‘미국선녀벌레’라는 녀석이 나타나 단감 과수원을 중심으로 큰 피해를 주고 있다. 원산지는 북미대륙으로 유럽 등 전세계적으로 분포하며, 과수의 주요해충으로 120종 이상의 기주범위를 가진 해충이다.

생김새는 선녀벌레와는 달리 예쁘지 않고, 성충의 색깔은 회갈색~진한 갈색으로 어둡고 나방류와 비슷한 형태를 하고 있으며, 약충은 거의 흰색에 가깝고 흰 왁스물질에 덮여 있어 깍지벌레로 오인할 수 있다. 몸의 길이가 7~9㎜로 선녀벌레보다는 약간 크다. 1년에 1회 발생하는데 기주식물의 나뭇가지 틈에서 알 상태로 월동하며, 3월경 부화한다. 미국선녀벌레는 약충과 성충이 기주식물을 흡즙하여 수세약화 등 직접적인 피해를 주고, 왁스물질과 감로를 분비해 2차적으로 그을음병을 유발하여 잎의 광합성 능력을 저하시키고 과실의 품질을 떨어뜨려 피해를 입힌다. 미국선녀벌레는 이동성은 약하지만 수십마리가 떼 지어 가해하기 때문에 한번 발생하면 피해가 크고, 보기에도 혐오스럽다.

 

▲ 쥐똥나무를 가해하고 있는 미국선녀벌레 약충과 성충. 약충은 흰 왁스물질을 덮고 있어 깍지벌레의 피해와 비슷하다.

 

 

▲ 미국선녀벌레의 탈피각(사진제공 : 한우리나무병원 이광재 원장)

 

 

 

 

 

 

 

 

 

 

 주요 기주는 특히 포도, 단감에서 많은 피해가 나타나고 있으며, 사과·배·옥수수·고추·철쭉류·단풍나무·느릅나무·동백나무·갈참나무·귀룽나무·벚나무 등으로 과수류, 작물류, 산림수목 등 폭넓은 다양한 기주에서 피해를 주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2009년도 한국응용곤충학회학술대회에서 국내분포가 확인되었지만, 2005년 한국감연구회에서 ‘매미충류 피해보고’로 기록되었으며, 2002-2003년부터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 2010년 8월에는 서울시 서초구 우면산과 인천시 남구 승학산에서 발생하는 등 서울·인천·경기·충북·경남 등 전국 14개 시군구에서 발생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요즘 미국선녀벌레나 꽃매미 같은 외래해충의 피해가 늘어나는데, 이들이 정착하고 확산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요인 중에서 특히 환경변화와 지구온난화에 의한 해충의 대발생이 문제가 되고 있다. 기후변화, 특히 겨울철 기온의 상승은 월동하는 병해충의 치사율을 낮추고, 또한 월동하지 못하는 병해충의 월동이 가능하게 되는 등 서식환경이 좋아져 폭발적으로 밀도가 증가하는 반면, 식물은 환경에 대한 스트레스로 저항성이 낮아질 때 외래종 및 잠재해충의 대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외래해충은 사회적 손실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생태계 종 다양성과 생태적 과정을 교란하므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미국선녀벌레의 방제방법은 클로디아니딘 액상수화제, 디노테퓨란 입상수화제, 티아메톡삼 입상수화제 등의 약제를 약충발생기에 살포하며 효과적으로 방제할 수 있다.

올해도 미국선녀벌레의 피해가 많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예찰을 강화해서 조기에 발견하여 방제함으로써 경제적 손실을 최소한으로 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또한 온난화가 가속화되고 국제교역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외래해충 발생도 증가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체계적인 방제법과 관심이 필요하다.

색깔있는 나무의사
이태선(솔뫼나무병원장)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