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용득 동인조경마당 소장.

“역사와 전통은 나의 정체성을 찾는 근간이다. 역사를 알아야 내가 누군지 알 수 있다, 때문에 우리땅 우리경관에 대한 해석이 필요한 것이다”
황용득 동인조경마당 소장은 우리의 역사와 전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면서도 “조경의 다음 스테이지는 땅이 아닌 허공이며, 그 공간에 영상, 레이저, 음향 등을 활용해 사이버공간을 연출하고 싶다”며 조경의 탈영역화를 주장한다.
황 소장은 얼마전 현상공모 중심의 작품을 모아놓은 서적을 발간했다. 이번 작품집은 지난 2004년에 발간한 ‘황산보의 신 소쇄원 만들기’에 이은 두 번째 작품집으로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작품을 모아놓은 서적이다.
책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는 황 소장을 만나 두 번째 작품집 발간에 대한 소감과 조경설계의 미래에 대해 들어보았다.

두 번째 작품집을 출간했는데?
책을 만드는 것은 자신을 발가벗는 것이나 다름없다. 나를 모두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에 부끄럽기도 하지만 조경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과 나 역시 더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를 내포하고 있다. 이번에 발간한 서적은 2004년부터 2010년까지 현상공모 작품을 중심으로 모아놓은 두 번째 작품집이다.
지금까지 작품집 2권 이외에 1500부가 판매된 ‘재료의 미학’ 등 총 6권의 책을 발간했다. 기회가 되면 앞으로 책을 지속적으로 만들고 싶다. 우선 내년 3월전까지 ‘재료의 미학’ 개정판을 준비하고 있다. 조경분야에는 책이 많지 않다. 많은 분들이 다양한 책을 출간하길 바란다.

이번 작품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프로젝트는?
모든 프로젝트에 애착이 가지만, 특히 영종도 하늘도시와 아라뱃길 프로젝트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영종도 하늘도시 ‘12.1마일’은 대상지가 가진 고유의 장소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부분이 잘 맞아떨어져서 대상작으로 선정되어 기억에 많이 남는다.
또 아라뱃길 프로젝트는 3개월 동안 이 일에만 올인하면서, 혼신의 힘을 다한다는게 무엇인지 느낄 정도로 최선을 다한 작품으로 애착이 많이 간다.
작은 작품으로는 남문상상어린이공원 기억이 남는다. 작은 공원이지만, 잘 해석하고 공간을 확장시켜서 만들었는데, 개인적으로 만족한다.

‘재료의 미학’ 개정판은 어떤 내용으로 구성되나?
재료의 미학은 조경 및 건축업계에서 사용되고 있거나 사용가능한 다양한 재료를 소개한 책이다. 하지만 소재나 재료는 시대에 따라 변하고 있다. 예를 들면 막구조의 경우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이제는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침목은 법적으로 사용 금지됐고, 노출콘크리트 역시 사라지고 있는 재료이다. 내년초에 발간될 개정판에는 이처럼 사용하지 않는 재료는 제외시키고 최근에 많이 사용하고 있는 재료나 새롭게 부각될 재료, 실험적인 재료 등을 다양한 방식으로 소개할 계획이다. 새롭게 추가되는 재료를 소개하면, 기존 재료에서 벗어나 시공을 연출 할 수 있는 레이저, 영상 등 감성적 소재가 중요하게 다뤄질 것이다.

첨단기술을 활용한 경관연출을 하는 이유는?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회로도를 보고 전축을 만들 정도로 흥미가 있었다. 이를 계기로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경관연출을 많이 시도하고 있다.
예를 들면, 남원의 멀티미디어 프라자를 들 수 있다. 레이저를 활용해 광장에서 쇼를 하는 프로젝트로 작은 광장에 첨단소재를 도입해 단순히 바라보고 쉬는 공간이 아닌 다양한 이벤트가 가능한 공간으로 설계·시공된 대표적인 사례다.
땅은 물리적, 기후적, 계절적 제약을 갖고 있기 때문에 조경의 한계가 따른다. 이용자 입장에서 쉬고, 운동하는 단순한 공간에서 디지털이 가미된 공원 등 다양성을 원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조경의 다음 스테이지는 ‘허공’이 될 것이다.
예를 들면, 명동에 50평 규모의 공간에 조경을 한다면 한계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공간을 사이버공간으로 조성한다면 가치와 활용성은 배가될 것이다. 벽면과 바닥에 LED를 설치해  여름에는 LED를 통한 폭포 영상과 소리가 흘러나오고 안개를 뿌리는 등 다양한 연출을 할 수 있고,  겨울에는 인공눈을 내리게 할 수 있는 사이버공간을 만들 수 있다. 첨단기술을 활용한 경관연출은 다양한 이벤트와 감동을 수반하기 때문에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 도전해 보고 싶은 분야이면서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분야라 생각한다.

현상설계 공모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발주처간 통일된 기준이 없다보니 설계자 입장에서는 헷갈리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통일된 심사기준 등이 마련됐으면 한다.
또 설계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심사를 했으면 하고, 주관적인 평가가 아닌 현상설계가 갖고 있는 본질을 충분히 이해한 후에 심사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설계업계를 전망한다면?
최근 설계의 이슈는 친자연성, 생태 중심이다. 극단적으로 설계공모시 응모작품 대부분이 똑같은 경우도 많다. 다양성 부재가 심각하다. 내년 역시 친자연성, 생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다만 개인적으로 희망한다면 다양성이 존중되고, 다양한 작품이 나올 수 있는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
그동안 조경업계는 정부 주도의 일을 하다보니 안일하고 편하게 일을 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정부주도의 일이 거의 끝나고 있고 민간주도의 일은 기반이 약한 생태여서 국내시장은 점점 힘겨워 질것이다.
이제는 해외로 진출해야 한다. 설계분야에 미흡한 국가를 개척하면서 우리가 갖고 있는 다양한 생각과 기술을 펼쳤으면 한다. 특히 중국의 경우 시장이 매우 넓다. 다만 중국은 공모전, 공개경쟁 형태가 아닌 자국업체에 대한 수의계약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당장 우리가 진출하기에는 쉽지 않다. 머지않아 중국 내 제도적 변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그때를 위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앞으로 계획은?
앞서 말했던 것처럼 해외진출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올해 당장 진행하기에는 쉽지 않지만, 미래를 위해 지속적인 인간관계를 만들어가면서 준비해 갈 것이다.
또 땅이 아닌 허공이라는 새로운 공간을 대상으로 첨단기술을 활용해 사이버 공간을 연출해 보고 싶다. 이는 조경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계기도 될 것이다.
또 개인적인 작품집은 한 권 정도 더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그 이외에도 순발력 있게 도움이 되는 책을 펴내고 싶다. 특히 한국조경의 근현대사에 대해 태동부터 오늘날까지 역사를 정리하는 책을 만들고 싶다. 우리의 역사와 전통을 모르고 외국 것만 쫓다보면 우리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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