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2007년부터 시작된 ‘공공디자인엑스포’가 올해로 4회째 행사를 치렀다.

지난 15일부터 닷새에 걸쳐 서울 삼성동 코엑스 1층 B홀에서 열린 엑스포는 우선 외형적인 면에서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그동안 문화체육관광부 단독으로 주최하던 행사를 처음으로 행정안전부와 공동으로 주최하면서 ‘안전디자인’을 접목시켜 범위를 확장시킨 것이다. 또한 개별적으로 진행돼 왔던 ‘공예트렌드페어’와 ‘한국스타일박람회’가 공공디자인엑스포와 통합행사로 치러지면서 ‘1티켓 3박람회’로 추진해 규모 또한 커졌다.

특히 올해 ‘공공디자인대상’은 역대 어느 때보다 많은 작품이 접수돼 성황을 이뤘으며, 처음으로 수상후보작에 대한 현지실사를 진행해 시상의 권위를 높였다. 아울러 올해 처음으로 국민심사를 진행해 많은 수상작을 배출한 것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조직위원회가 자원봉사단인 서포터즈를 모집해 운영함으로써 홍보 및 실제 운영에 많은 도움을 가져온 사례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지난해 처음 도입돼 호응을 받았던 박람회 안내를 위한 도슨트 프로그램이 운영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이번 엑스포는 이런 양적인 팽창에도 불구하고, 매번 새 조직위원회가 구성되면서 역대 공공디자인엑스포의 성과들이 계승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특히 예년과 다르게 올해는 전시관의 주제들이 분산돼 있어 전시 콘셉트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2008년 공공디자인엑스포’에서는 핀란드 공공디자인 사례가 메인으로 자리 잡았고, 2009년에는 생활친화형 공공디자인, 문전성시관(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문화로 행복한 학교만들기관 등으로 선택과 집중이 강조됐다. 하지만 올해는 시민·정부·시민단체·기업·디자이너·안전디자인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별로 여러 주제들이 혼합되면서 핵심을 파악하기에 어려움이 따랐다.
특히 조형미가 강조되거나 상대적으로 영상미디어 비중이 커서 ‘공공디자인’ 본연의 전시 주제가 전달되는 데 한계를 보였다.

지난해와 올해 연달아 전시된 ‘문화로 행복한 학교만들기관’을 살펴보면 그 경계가 분명히 드러난다.
지난해에는 실제 조성사례들이 사진과 함께 소개되며 체험공간이 제공된 것에 비해 올해는 별다른 설명도 없이 모니터에서만 홍보영상이 상영됐다.

이같은 사례는 곳곳에서 노출됐다.
시민문화네트워크 티팟 역시 2년째 전시자로 참가했지만, 지난해에는 관련 사진과 자료를 전시하면서 전시부스에서 담당 컨설턴트들이 직접 설명하여 관람객들의 이해를 도왔으나, 올해는 해당 부스에서 짧은 영상물만 상영되는데 그쳤다.

또 조직위원회가 야심차게 선보였던 ‘105명의 시민을 만나다’ 프로젝트 역시 수십개의 조형 인물들마다 모니터가 설치돼 그 안에서만 인터뷰가 반복해서 상영되고 있었다. 영상물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오직 모니터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었다.

‘미디어폴’ 형식의 이런 전시 방법은 공공디자인 분야 가운데서 최근 유행하고 있는 하나에 불과해 다양한 공공디자인 연출기법을 선보이지 못하고 획일적으로 영상미디어에 매몰되는 아쉬움을 남겼다.

올해 처음 시도된 안전디자인관 역시 체험을 통한 교육적인 이벤트가 부재한 상황에서 단지 눈구경만 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오히려 지난해에는 전시장 내에서 어린이 자전거 안전교육이 펼쳐지면서 교육을 마친 어린이들에게 수료증을 수여하는 등 전시장을 찾은 가족들에게 이벤트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렇게 해마다 펼쳐지는 공공디자인엑스포 행사의 콘셉트와 전시기법, 운영방법에서 큰 편차를 보이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행사 운영주체인 조직위원장과 예술감독이 매번 바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처음 주관 기관으로 참여한 (재)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통합 첫해를 맞아 한꺼번에 3개의 박람회를 동시에 치르다보니 세심한 진행이 어려웠던 점도 있다.

그러나 진흥원은 올해 4월 통합 직후 공공디자인과를 신설하는 등 본격적인 실무행정에 돌입함에 따라 향후 각종 공공디자인 사업은 물론 공공디자인엑스포 진행에 있어서도 주도적인 역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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