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공사는 그동안 발산·강일·장지·상암지구 등 서울시의 주거난을 해소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아파트를 건설해 왔으며 올해 역시 마곡·신내3·천황2·세곡2 지구 등 다수의 아파트를 조성, 공급할 계획이다.
하지만 단순이 양적인 증가만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특히 SH공사 조경직들은 공동주거인 아파트의 커뮤니티 및 복지 기능을 향상시키고 더 친환경적인 주거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조경기준’ 및 ‘외부환경 개선을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 등 높아진 서울시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 한 단계 성장한 조경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변화되고 있는 SH조경의 전략과 향후 목표를 개발계획처 신규환 조경설계팀장을 통해 들어봤다.


SH기술본부 개발계획처 조경설계팀 김건 과장(왼쪽 첫번째), 김한영 사원(왼쪽 세번째), 정용 차장(오른쪽 첫번째)이 신규환 팀장)왼쪽 두번째)을 중심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조경이 경제적 원리만을 쫒아갈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내면적인 콘텐츠 없이 진행된 지나친 조경시설물 고급화는 지양해야 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SH의 조경 전략은 주변 자연환경과 연계된 녹지 및 수계축을 형성하고 주민을 위한 커뮤니티 시설을 확대하는 것입니다. 또한 주민이 광장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광장 프로그램까지도 함께 고민해갈 계획입니다”

사는 곳 아닌 ‘사는 곳’이 바로 Shift

SH 조경직은 조경의 기획 및 설계·발주까지 조경 관련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개발계획처 내 조경설계팀을 중심으로 사업1본부의 조경팀, 도시재생본부의 뉴타운사업처의 조경팀, 사업2본부의 건축조경팀 등 각각 사업부에 시공을 위한 조경팀이 배치돼 있다. 지난해 6월 개편된 팀 구성이다. 본부제로 묶여 조경설계와 시공을 같이 했었던 데 기인한 불편요소를 해소하기 위해 각 팀에 시공을 위한 인원을 배치하게 된 것이다.

“현재는 조경설계팀에서 시공 이전까지의 전 조경업무를 총괄하고 있고 시공을 위한 조경팀이 각 파트별로 배치돼 있습니다. 시공파트를 각 사업부로 분리·배치한 것입니다. 현 체제의 단점인 공정 간 소통문제는 준비 중인 ‘SH 조경기준’을 통해 완화·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현재 Shift와 SH ville 브랜드의 지향점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다. 특히 장기전세아파트인 Shift는 전세금으로 20년까지 장기간 임대하는 주택으로 아파트를 소유개념에서 거주개념으로 옮긴 것이다. 서울시의 새로운 주택정책으로 탄생한 이 아파트는 주변시세보다 80%에서 최대 52%까지 낮게 공급되고 있어 서민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장기전세의 경우,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입주할 수 있고 또 원하면 20년간 그 곳에 정착해 살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의 적자를 감수하고 진행하는 사업인 것이지요. 민간기업과 SH공사가 다른 점이 단순히 조경공사에 쓸 수 있는 비용의 차이만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줬으면 합니다”

수익창출이 우선인 민간기업과 다르게 SH공사는 공익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서울시의 ‘주거안정화’와 ‘주거복지 향상’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주변 자연환경 연계된 녹지축 조성

하지만 새로운 시도만큼은 과감하다. ‘서울의 도시 조경을 리드해가야 한다’는 생각이 저변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사례가 바로 은평 뉴타운이다. 은평 뉴타운의 경우, 주위 녹지경관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도록 저층의 중정형 주거방식을 채택하고 태양광에너지를 축적해 가로등을 켜는 등 신재생에너지를 적극 도입했다. 또한 맹꽁이 서식처 원형지를 복원하고 옥상녹화뿐 아니라 경사형 지붕의 녹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은평 뉴타운은 새로운 시도도 많이 했고 덕분에 상도 다수 받았던 단지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연환경을 단지로 끌어들여 더욱 살기 좋은 단지로 조성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일 것입니다”

그가 강조하는 SH공사 조경의 가장 큰 장점은 친환경 단지라는 점을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녹지경관이 빼어난 단지로 디자인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공사는 택지개발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녹지축을 고려해 단지를 배치하고 또 인근의 보존형 근린공원을 단지 조경과 연계해 큰 비용을 투자하지 않아도 자연친화적 조경을 구성해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실적용 조경기준 수립…효율적 설계·시공 준비

신 팀장은 또 조경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현재 ‘외부환경 개선을 위한 전략’과 ‘조경기준’을 수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조경기준은 설계와 시공, 관리 등 각 프로세스 간 역할과 기능이 분리돼 있던 단점을 보완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의 조경설계기준은 교과서적인 수준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지요. 우리 공사에서 준비하고 있는 조경기준은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것으로 신입사원도 쉽게 참고해 설계·시공할 수 있는 매뉴얼입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조경기준은 설계와 시공, 관리 등 각 과정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기준을 정립하고 각 요소별 고려사항을 예시를 통해 보여주는 등 실적용이 가능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외부환경 개선을 위한 전략’은 다양해진 소비자 요구사항과 눈높이에 맞춰 외부환경 전략을 변화시키겠다는 목표가 담겨있다. 친환경 주거단지라는 개념만으론 더 이상 조경차별화가 어렵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그 전략의 중심은 커뮤니티 기능 강화와 더불어 문화·예술적 요소가 가미된 조경설계가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중앙 광장을 조성해 주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축제 및 문화행사, 시와 예술조각품의 전시 등 커뮤니티 공간의 프로그램까지 고민하고 있다. 함께 모여 사는 곳인 아파트의 본질적인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설계안을 계획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우수관수시설 및 벽면·입면 녹화 등 자연순환적 시스템 도입까지 더해진다. 성공적인 친환경시스템은 확대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조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내부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해 왔습니다. 그래서 설계 시스템을 보완하고 또 질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도록 ‘SH 조경 전략’을 수립한 것입니다. 시공 점검을 의무화하는 시공점검제 역시 이번 계획에 포함돼 있습니다”

시공점검제는 시공 중간에 문제 사항을 미리 확인하는 과정으로 설계 의도가 시공에 제대로 적용되고 있는지와 문제 사항은 없는지를 미리 점검하겠다는 계획이다.

“1990년대만 해도 조경에 대한 민원은 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조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또 조경에 대한 민원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만큼 주민들도 조경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때문에 조경의 전략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서울의 도시 조경을 리드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그와 SH 내 조경설계팀. 그들이 만들어갈 단지 조경이 향후 어떤 모습으로 변화될지 기대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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