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조경사회 창립 30주년기념 심포지엄에서 발표하고 있는 권오준 고문


건강하고 아름다운 도시경관 조성을 위해 앞장서 온 조경분야의 기술자 단체인 (사)한국조경사회가 창립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토론의 장을 마련했다.

16일 창립 30주년 기념식에 이어 오후 1시30분부터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이번 심포지엄은 바람직한 도시경관에 대한 공감대와 친환경 마인드를 형성해 조화로운 도시경관 창출과 지속가능한 친환경 조성을 위한 조경분야의 새로운 비전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이날 심포지엄은 한국조경산업과 조경전문가의 역할, 그리고 관련 분야에서 본 한국조경의 과제와 미래 등 2개의 주제를 놓고 계획·설계, 시공·관리, 제품·자재, 건축, 토목, 도시계획 등 6개 분야 전문가들의 주제발표가 이뤄졌다. 이에 분야별 각 전문가의 발표 내용을 지상 중계한다. <편집자 주>

◇한국조경산업과 조경전문가의 역할

▲계획·설계분야 - 권오준 (주)한국종합기술 부사장/조경사회 고문
향후 시장개방 가속화에 따른 해외시장 진출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싶다. 조경엔지니어링 사업도 이제 국내 시장의 한계점을 감안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기술혁신을 통한 기술수준 향상으로 경쟁력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질적인 도약이 필요하다. 선진국에 비해서 기본계획, 타당성, 기본설계 수준(60~70%)이 부족하므로 이 부문의 기술혁신이 강구돼야 하며, 특히 해외시장개척을 위해서는 저개발 국가의 기술수준을 능가하는 기술자들의 자질향상이 필수요건이다. 또한 친환경사업과 저탄소 녹색성장의 국가시책에 맞는 기술개발 및 혁신이 절실하다.

최근 종합적이고 복합적인 프로젝트가 증가되고 있으며, 조경계획과 설계용역도 토목·건축 관련 분야와 공동작업의 기획가 늘고 있어 업역과 기술영역의 확대를 위해서도 종합적인 기술사고의 증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조경기술자들이 도시계획, 건축, 토목, 환경 등의 기술에도 관심을 가지고 능력을 배야해야 한다.

대학의 커리큘럼도 직장실무업무와 맞추어 바꿔가야 되겠지만, 기업에 종사하는 전문기술자를 과감히 대학의 겸임교원으로 채용해 운용해야 할 것이다.

건설엔지니어링 인력 및 수주금액과 조경분야와의 비교·분석에서도 언급했듯이 조경분야의 기술대가가 낮다. 조경설계비요율을 건축과 같이 ‘실비정액가산방법’으로 해야 할 것이다.

제도적 측면에서 조경에 관한 법령의 제정과 업역의 확보가 시급하다. 근본이 없는 관계로 항상 부속적 기술 분야로 취급받는다. 따라서 현재 추진되고 있는 ‘조경기본법’ 제정이 어느 때보다 빨리 추진돼야 한다.

▲시공·관리분야 - 이용훈 (주)그룹이십일 대표/조경사회 고문
2009년 12월31일 기준으로 조경관련 국가기술자격증을 보유한 조경인은 총 6만1029명에 이르고 있다. 또 2008년말 기준 조경공사업 등록업체수는 1131개사로 기술자수는 5370이며 회사 당 475명이 고용되고 있다. 2008년말 기준 조경식재공사업 및 조경시설물설치공사업 등록업체수는 각각 2830개, 1733개로, 1개 면허당 평균 2.64명을 보유하고 있다. 2008년말 기준 엔지니어링업체수는 583개사, 기술사사무소는 46개사로 1인당 평균 6.6명을 고용하고 있다.

조경공사업, 조경식재공사업, 조경시설물설치공사업 등 조경 관련 업체들의 계약금액은 지난 1997년 이후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이처럼 조경 업계가 해마다 날로 발전함에 따라 조경전문가의 역할과 과제 또한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 조경전문가는 우선 내부적으로 시공기술을 계승해야 한다. 기능 인력을 양성하고 섬세한 시공과 함께 작품성을 지닌 결과물을 창출해 내야만 한다.

조경시공부문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적정 공사비를 확보하고, 시공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조경유지관리 역시 활성화시켜야 한다.

이와 함께 관련제도 및 정책강화를 위해서는 최우선적으로 조경기본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통해 중앙정부에 조경전담부서를 신설하고, 국가직공무원 채용을 확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마련된다. 또한 생태복원 관련분야로의 시장 확대, 저탄소 녹색성장에 따른 물량 증대가 수반돼야 한다. 미래에 대비한 과제로는 조경에 대한 주체의식 함양과 기술자로서의 장인정식 강화, 산․관․학 상호 협력에 관한 공통인식이 필요할 것이다.


▲제품·자재분야 - 한승호 (주)한설그린 대표/전 한국환경조경자재산업협회장
2020년 조경의 미래는 현재보다는 복잡하면서도 광범위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DYE시장이 확대되고 디자인이 다양화되며, 식물을 활용할 수 있는 소품의 증가로 인해 자재 유통업계나 소품판매 시장이 증대돼 녹화제품이 일상에서 생활화 될 전망이다.

또한 융․복합 기술 발달로 인해 에너지, IT, 건축/토목 등 다른 분야와 복합기술 수요가 증가돼 식물/재료/시공법에 대한 원천기술 도입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와 함께 노령인구 증가와 녹화의 건강 효과에 대한 기술개발 증가로 ‘녹색 실버 산업’이 확산되며, 생태/복원/녹색산업 분야는 글로벌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로 인해 생태/환경관련 실험사이트가 증가하고, 관련 영역의 전문기업이 발생하는 한편 생태복원, 녹지환경분야가 전문화 된다.

업역 붕괴 역시도 예상되고 있다. 조경․토목․건축을 합친 ‘조토건’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관련 법도 통합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조토건 통합법 시행령이 바로 그것이다.

아울러 2020년에는 인력관리에 한계가 발생해 IT/RT 등과 통합된 관리시스템이 발달할 것으로 보여 관리전문 시스템사업화가 새로운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분야에서 본 한국조경의 과제와 미래

▲건축분야 - 김영수 (주)건축국 대표/전 대한건축사협회장

예술분야에서 그 무엇보다도 인간의 실생활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은 바로 건축과 조경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예술의 근원이 건축임에도 인류역사에서는 조경을 그 근본으로 삼아있다는 점이다.

건축과 조경은 둘이 분리되어서는 절름발이가 될 수밖에 없다. 건축과 조경은 통합 혹은 융합의 과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전통과 양속조차 낡고 버려야 할 유산으로 착각하는 동안 우리의 정신은 망가지고 또 우리의 생활도 무너지고 있다. 조경인과 건축인이 함께 깊이 성찰할 대목은 두 말이 필요치 않다. 우리 민족의 자연사상과 인간중심의 시례를 조경과 건축이 다시 찾아 새로 세워야 한다는 명제는 이 시대가 우리에게 내려준 지상명령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자연의 예술 인간의 기술이 도법자연 속에서 싹을 틔우고 또 열매를 맺는 작업이 바로 조경과 건축이다. 앞으로 가야할 길 역시 인간의 도리와 자연의 법에서 벗어날 수 없다.

▲토목분야 - 우효섭 대한토목학회 부회장

하천복원의 의의와 국내외 사례, 하천복원 모형 등을 발표하고 바람직한 하천복원 방향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자 한다.

이 문제에 대해 하천기술자와 생태학자 간 인식차이가 있다. 생태학자는 생물의 상하류 연속성에 관심이 있다. 하지만 하천기술자는 하천 경사의 변화와 하천의 흐름에 관심이 깊다.

또 과거 하천복원 사례를 보면, 환경부는 1980년대 말부터 하천환경 개선사업을 시작해 하천의 생태계 보호 및 복원을 만들어가고자 노력했다. 오염하천 정화사업의 우수사례로는 전주시 전주천, 안양시 안양천 등을 들 수 있다.

국토부 하천환경정비사업은 그보다 조금 늦은 1998년부터 건설교통부 서울지방국토관리청에 의해 시행됐다. 이 사업은 자연형 하천공법의 시범 적용, 지역 주민과 함께 하는 하천, 생태습지 복원 및 홍수 완화를 위한 것이었다. 행자부 역시 1990년대 말부터 소하천정비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하천 복원은 하천사업 또는 불량한 유역관리에 의해 훼손된 하천의 생물서식처 회복을 위해 하천을 원래의 자연하천에 가깝게 되돌리는 것이며 하천 회복은 훼손된 하천에서 자연적으로 생태계를 다시 지속시킬 수 있도록 서식처의 물리적 조건을 다시 만들어 주는 것이다. 반듯이 원 상태로 돌려야 한다는 노력을 필요하지 않은 것이다.

중요한 사안은 하천복원은 또 다른 인공하천을 만들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따라서 재료의 과다 사용, 생태호안블럭이라는 이름의 대형 콘트리트 호안블럭 등은 지양해야 한다.

바람직한 하천복원은 하천수질이 양호하거나 수질개선사업이 추진 중이 하천을 우선대상으로 해야 한다. 또 하천수량확보 가능성이 있는 하천을 우선대상으로 하고 국내 하천복원 한계를 인식하고 또 그에 맞는 분명한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단순한 공원화 사업이 아닌 생물서식처 복원, 어메너티 복원 등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또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천편일률적 복원은 지양해야 한다는 점이다. 더불어 지역주민, NGO 등의 참여도 이끌어야 할 것이다.

▲도시계획분야 - 양윤재 (사)한국도시설계학회장

그동안 다른 분야도 많은 발전을 이뤘지만 조경 분야의 질적, 양적 성장과 발전은 특히나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뤘다.

지난 수세기 동안 조경은 푸른 도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역할을 시설과 기능 간의 완충제 또는 도시의 허파라는 이름으로 녹색공간을 만드는 일에만 몰두해 왔다.

현대 조경의 아버지라 불리는 옴스테드의 조경관은 녹지시스템을 도입해 도시의 공간구조를 구축하는 것이다. 산업혁명 이후 도시계획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도시문제의 해결방안이 만들어졌지만 이는 도시공간을 분화시키고 도시 활동을 특화시키는 방향으로 도시계획을 만들어 갔다.

1960년에 들어서면서 미국의 도시사회학자인 제인 제이콥스는 ‘미국 도시의 삶과 죽음’이라는 책에서 현대도시의 병폐를 낱낱이 지적하고 기존의 도시계획 수법으로는 도시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도시문제는 도시계획이나 건축만의 문제가 아닌 정치와 경제, 사회와 문화의 문제로 인식하고 도시현상의 사회 및 인문학적 접근이 시도되기 시작했다.

이후 부분별로 나눠진 도시계획의 한계성을 인식하고 종합계획 개념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 바탕에는 토지이용․교통․주거․공원녹지․공급처리 등 시스템으로서의 도시에 대한 부문별계획이 남아 있다. 조경은 여기서 공원녹지계획이라는 이름으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그마저도 토목엔지니어링에서 담당하도록 제도가 만들어져 명실상부한 조경의 역할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 가운데서도 여가수요 충족을 위한 관광지개발, 유원지설계 그리고 공원의 조성과 관리라는 조경영역의 업무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도시공간에서는 공원과 녹지의 확충, 어린이 놀이시설 등이 택지개발과 함께 대거 조경 수요를 흡수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조경이 지난 40여 년에 걸쳐 도시와 함께 걸어 온 자취를 더듬어 보면 아직도 도시 속에서 조경이 해야 할 역할을 주도적으로 해오지 못했고 또 관련 분야들 간의 의사소통과 협력의 문제도 미흡했다. 이제 조경과 도시 그리고 건축은 서로가 한데 모이고 또 긴밀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

또 앞으로의 조경산업은 식재공사나 조경구조물 공사에 매달려 생계를 유지해서는 안 된다. 첨단과학과 기술이 융합된 새로운 조경의 분야를 도시 속에 펼칠 수 있는 연구개발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제 모든 조경인들은 도시라는 공동의 장에서 건축과 도시와 함께 아름다운 도시,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 가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 나가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