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경사회가 창립한 지 어언 30주년을 맞이한다는 협회 실무진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역대 회장님들의 간단한 소회를 부탁받았기에 처음에는 사양했지만, 창립의 공로자이시며 초대 회장을 역임하신 민경현 박사와 제2대 회장을 역임하신 장문기 교수께서 작고하셨기에 제3대를 재임한 본인이 전임 회장님들의 업적을 회고하는 뜻에서 협회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발전을 기원하며, 몇자 둔필(鈍筆)을 들었음을 송구스럽게 생각하는 바이다.

옛말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처럼 새천년을 맞이한 지도 벌써 10년이나 되었으니 벽해상전(碧海桑田)의 감회가 들어서 지난 뒷이야기의 기억들을 아련히 더듬기에는 마치 모수(母樹)에서 멀리 흩어져 퇴색된 낙엽을 주워모아 퍼즐을 맞추는 듯 하여, 자칫 가공(Fiction)의 이야기가 될까 두려움이 앞선다.

그래서 본인이 소장한 여러 자료가 있을까? 하여 집안을 온통 뒤졌지만 본인도 70대 중반을 살면서 삶의 공간이동을 몇 번 하다보니 참고자료가 전무하게 소실된 것을 알고, 너무 안타까워 다시 여러 곳을 찾아보던 중에 옛 빛바랜 사진이 한 장 눈에 띄게 되어 자세히 살펴보니 초대 민경현 박사와 2대 장문기 교수가 들어 있어서 일엽지추(一葉知秋)의 감회로 원고에 게재하기로 하였다.

사진은 1974년경 만추(晩秋)로 기억되며 1974년경 총리령에 따른 건설부 산하 정부투자회사 형태로 ‘한국종합조경공사’가 설립되어 조경업계의 선도적 지위와 종합적인 업무를 의욕적으로 수행하고 있을 시기에 그 기념행사로 재미 거주 저명한 일본인 조경가인 기노시다 마사오 박사를 초청하여 ‘자연보전과 조경가의 역할’이라는 주제인 듯(?), 한국종합조경공사가 후원하고 한국조경학회가 주관하는 형식으로 홍릉에 있는 산림청 산하 임업연구원(현재 산림과학원)에서 개최할 당시 본인이 학회 간사로 사회를 보았으며, 강연이 끝난 후 조경공사 임원진과 학회 임원진 몇 분이 기념촬영을 한 것으로 기억된다.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당시 민경현 박사는 한국종합조경공사의 초대 관리이사로 공사 설립에 많은 기여를 하였을 뿐 아니라 그 보다 2년 전인 1972년12월29일 한국조경학회의 창립을 위해 당시 청와대 조경담당 비서관인 오휘영 박사(전 한양대 환경과학대학원장, ‘환경과조경’ 설립자이며 현 명예회장)의 전폭적인 후원 하에 학회 및 공사 설립을 위해 주도적으로 활약하셨고, 후에 한국조경사회 1기 회장을 역임했다.

또한 당시 실제 주비위원(籌備委員) 성격의 잡다한 실무를 당시는 임업연구원 고성하 연구관이 도맡아 뒷바라지를 하셨다.

1985년 2월에 제2대 장문기 회장에 이어 본인이 제3대 회장에 취임하였으며, 1987년 2월까지 재임기간 동안에는 협회 회원의 지위와 업계의 권익보호에 당시 종합조경회사 대표진 및 협회 임원진과 함께 많은 노력을 하였고, 그 기간 동안 특히 기억에 남는 일은 종합조경회사에 대한 업계나 관계의 여론이 좋지 않아서 제도적인 문제의 존립마저 위험 수위에 이르러 전전긍긍하였을 즈음, 특히 한림종합조경의 한현구 사장님과 에덴종합조경의 김영구 사장님께서 물심양면으로 노고를 아끼지 않았던 일들이 기억에 남는다.

그러나 본인의 재임기간에는 전임 회장에 비해 역량이 부족하여 탁월한 실적을 남기지 못하였지만, 그 이후 역대 회장단에서는 협회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눈부신 성장을 한 것을 보면 금석지감(今昔之減)이 없지 않다.

사람의 나이도 30세가 되면 신념과 이상이 우뚝 선다고 하여 이른바 삼십이립(三十而立)이라 하므로, 마치 한그루의 나무에 비한다면 이제야 비로서 뿌리-줄기-가지의 잎이 진(眞)-선(善)-미(美)의 경지에 이르게 되며, 방년(芳年)의 나이에 혼인을 한 부부도 결혼 30주년이면 이른바 진주혼식(珍株婚式)을 치른다고 하니, 본 협회의 창립 30주년은 그것과 비할 수 없을 만큼 값진 역사의 발자취일 것이다.

이제 앞으로 협회에 당부하고 싶은 것은 지금 세계적 화두는 기후변화에 따른 저탄소 녹색성장으로 점차 그 패러다임이 변화하면서 생명공학(DNA)과 정보문화기술(Digital) 그리고 디자인(Design)으로 요약되는 이른바 3D의 추세지만, 세계 속에서 우리의 고유한 전통과 현대 그리고 미래를 아우르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한 숲의 미학개념에 입각한 디자인 기법을 원용(援用)하는 것 또한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적인 저명한 미래학자이며 거대흐름(Megatrend)의 주창자인 존 나이스비트 박사는 앞으로 21세기의 추세는 심금을 울리는 ‘감성이나 감동(feeling)’을 주는 디자인이 되어야 하고, 독특한 창의력을 접목할 수 있는, 이른바 요즘 학문의 영역이 서로 융합하는 새 장르(genre)의 기술이 등장하고 있어 이 모든 것들은 ‘여성(Female)’의 섬세한 감성과 ‘창작성(Fiction)’에서 완성된다고 하여 3F로 요약되기도 한다.

따라서 친환경 개념에서 볼 때 자연에서는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소중하고 아름답다(Less is More)’는 근대
건축의 거장 루트비히 미스 반더로의 미니멀리즘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할 것이며, 지각있는 현명한 ‘조경가(造景家)’라면 미래를 보고 ‘경관(景觀)’을 사려깊게 생각해야 됨을 제언하면서, 한국조경사회 창립 30주년에 즈음하여 그간 협회 업무와 30주년 기념과업을 준비하느라 영일(寧日)이 없이 분망(奔忙)한 현 김경윤 회장과 부회장단을 위시한 임직원 및 회원 여러분들의 무궁한 건승과 협회의 일익(日益) 발전을 충심(衷心)으로 기원하는 바이다.
 

서원우(제3대 (사)한국조경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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