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경제는 강을 따라 흐른다. 한국 4대강 사업은 기본적으로는 괜찮은 아이디어다. 하지만 재해예방과 산책로 조성에 그치지 말고 장기적으로 강을 중심으로 한 광역경제권이 형성되도록 해야 한다”
앙투완 그랑박(67) 프랑스 파리벨빌 국립건축대 교수는 지난 9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수변도시비전공모 해외 초청강연 및 토론회(건축·도시적 상상력과 수변도시의 비전-도시, 강에서 미래를 찾다)에서 “파리, 루앙, 르아브르는 센 강이라는 큰 길을 가진 단 하나의 도시다”라는 강연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한국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은 ‘통합적 수변도시 개발 프로젝트’의 핵심 사례로 파리 센강 개발 프로젝트보다 앞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연구원 부설 건축도시공간연구소가 주최하고 국가건축위원회와 국토해양부가 후원한 이번 토론회에는 수변도시 비전공모전을 위한 세미나의 성격을 벗어나 ‘한반도 대운하에서 4대강 정비로 이어지는 일련의 움직임이 어떻게 해석되고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 지’를 모색하는 자리였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추진 중인 ‘그랑 파리’ 계획의 핵심 설계자 중 한명인 그랑박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홍수와 가뭄 방지를 기본 목표로 삼고 있는 4대강 사업은 광역도시권 육성이라는 프랑스의 전략과는 차이가 있다”면서 “수해 위험을 없애지 않으면 도시가 점점 강에서 멀어지게 된다. 강과 도시를 연계하기 위해서라도 정비사업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도심에서 주변으로 뻗어가는 기존의 방사형 도시개발은 필연적으로 집중·과밀을 낳고 시민들이 지역적 정체성을 갖기 어렵다”며 “강을 따라 광역도시권을 육성하면 특정 도시에 대한 집중을 막고 강이라는 환경이 여러 도시를 하나의 정체성으로 묶어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그는 “한국의 4대강 프로젝트도 녹색성장, 기후변화, 새로운 도시와 농촌개발, 문화관광발전 등을 포괄하는 통합적 사업인 만큼 범정부적이며 범지자체적인 접근을 시도해야 한다”면서 “센 메트로폴과 한국의 4대강 살리기와 같은 대형 프로젝트에는 서로 다른 이해 당사자들, 지역 주민, 관련 지자체 등 다수의 주체가 개입됨에 따라 어떻게 이들 사이의 ‘거버넌스(관리체제)’를 구축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고 피력했다.

이와 함께 건축도시공간연구소 권영상 부연구위원은 주제발표에서 우리나라 수변공간은 강과 도시와의 관계가 벽을 쌓고 있음을 도시적 법적 상황과 함께 보여준 뒤 “둔치의 다양한 활용, 수변접근성 개선, 수변중심 도시재생, 아름다운 수변공간 창출을 통해 강을 도시와 삶의 새로운 중심으로 재창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패널 토론에서는 수변도시 비전공모전이 ▲수변도시와 계획대상지 주변지역의 발전방향을 제시하고 ▲실현가능성을 고려한 도시전체·도시 내 수변공간에 대한 공간 구상을 제시하는 공모전이 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민수 경성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서울이나 중앙에서 한 계획과는 달리 지방에서는 그 계획을 실행하는 것이 쉽지 않다”면서 “지방 중소도시의 역량에 맞출 수 있는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김용근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는 “읍·면지역 주민들은 먹고 살기도 힘든데 관리의 주체로 참가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주민들 소득과 연계된 디자인 소재를 개발하는 데 힘써야 한다”면서 “공모전 참가자들은 창조적인 디자인보다는 지역주민들과의 갈등을 좁히고 의견을 반영하는 디자인을 만들어 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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