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경 강릉원주대 교수
김태경 강릉원주대 교수

출산율(2017년) 1.05명
전국대학 입학정원 55만5000명(2019년), 2023년 고3 학생수 39만명
연간 퇴직자수 80만~100만명
국가 예산 470조원(2019년)
SOC예산 18조5000억원(3.94%) (전년대비 –2.3%, 유일한 감소분야)

전쟁이후의 베이비붐 세대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것도 몇 년이 되어간다. 앞으로 10여년은 더 지나야 밀물 같은 퇴직 쓰나미가 가라 앉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건설분야에 쓰이는 국가예산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올해 대비 내년의 예산에서 모든 분야가 상승 혹은 유지의 기조를 보이고 있지만 건설분야의 예산은 감소될 예정이다. OECD국가의 평균치에 근접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감소세는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꺼리이다.

이런 세상의 흐름 속에서 우리의 산업은 어떻게 될까? 세상의 빠른 속도에 호흡이 차오르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조금만 더가다가는 호흡곤란이 생기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런 시대변화의 속도에는 자비심이 없는 것이 분명하다. 지금도 힘겨운데 사물인터넷이니 드론이니 3D프린팅 등을 앞장세워 4차산업 혁명을 구성하는 말들로 우리의 기를 누르고 있다. 이들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서는 올해 초순의 글에서 밝혔던 바 있으니 넘어가기로 한다.

요즈음 나는 하나의 실험을 하고 있다. 처음부터 실험이라 생각했던 것은 아니지만 3~4년이 지나면서 실험처럼 되고 있다. 조그마한 집을 하나 짓고 정원을 만드는 것이 그것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손수 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남자들의 로망 같은 것이 겹친 것이다. 집을 짓고 나니 땅의 형상이 경사지의 골격을 가지고 있어 기본적인 정지작업이 필요했다. 설계는 큰 문제가 아니었으나 정지작업에는 장비가 필요하여 하나의 공정으로 묶어 외주를 주었다. 창고용 콘테이너를 설치하는 데도 장비를 써야만 했다. 어느 정도 되었다 싶어 다음 과정은 직접 해보기로 결정하고 설계도면을 펼쳐들고 내가 아는 모든 정보들을 끌어 모았다.

- 진입로 포장 공사(면적 70㎥) : 친환경 방식의 시공법을 개발한 친구회사에 연락을 하여 요청을 하니 시공을 할 수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재료도 보내줄 수 없단다. 면적이 너무 작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런! 할 수 없이 콘크리트 포장으로 마무리.

- 식재 공사 : 식재 설계가 어느정도 완성되면서 나무를 구입했다. 대량으로 구입하면 처리능력이 안되므로 처음에는 관목을 포함하여 큰나무 5주를 식재했다. 인력으로 운반하는 크기 이상의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가급적 작은 나무를 선택했다.

- 정원등 공사 : 전선을 까는 등의 번거로움을 최소화시키고 지속적인 비용부담도 줄이면서 친환경에도 부합할 수 있으려면 태양광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인터넷도 찾아보고 시내의 조명기구업체에도 방문을 해보았다. 아직은 기술개발이 더딘지 만족스러운 제품을 찾을 수 없었다. 마침 친분이 있는 조명회사에서 개발한 시제품이 있다고 하여 하나를 받아보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니 등의 밝기도 문제였지만 1년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 실패! 최근에 아웃도어 용품으로 충전용 랜턴을 구입했는데 사용시간과 이동성이 그런대로 만족스럽다. 좋은 제품이 나오기 전까지는 이것을 활용하기로 했다.

- 산책로 공사 : 경계석과 포장재가 필수소재이므로 이를 구입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들렀던 정원박람회장에서 멋진 포장재를 발견하고 구입을 결정한 후 어느정도의 가격을 맞추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비싸기는 했지만 전시용품이라 절충이 충분히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운반비가 재료비를 윗돌아 잠시 보류(어느 회사의 앞마당에 잠시 보관)... 그 사이에 시설물 업체를 통하여 알아보니 비용은 물론이거니와 그나마 소량이라서 판매를 하지 않는단다. 결국 보류하였던 그것을 구입하였다. 앞쪽 공간의 산책로는 시멘트블럭을 이용해서 경계석을 만들었고 가까운 블록공장에서 운반을 해주는 조건으로 한 파렛트를 구입하고 나머지 공간은 막자갈로 채웠다. 이것은 가까운 건재상에서 얼마든지 가져다 주기 때문에 활용가치가 아주 좋다.

- 옹벽 공사 : 뒷곁은 경사면이 그대로 있어 공간확보를 위해 정지작업을 해야 했다. 보강토옹벽 공사는 초기에 마무리했기에 추가하는 경우에는 운반부터 시공까지 비용은 물론 기술적인 부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범위를 훌쩍 넘을 수 밖에 없다. 결국 포기. 그럼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할 수 있는 작업은 무엇일까? 최종 선택은 돌망태공법(게비온). 그러나 이것은 만만할까? 어찌되었든 그래도 소운반을 하면서 할 수 있는 방식이기에 결정을 하고 재료구입에 나섰다. 어떻게든 돌망태는 만들겠는데 돌을 구할 수가 없었다. 한참의 기다림 후에 인근의 큰 공사현상에서 게비온 옹벽시공을 한다는 정보를 얻어 그 현장을 통해 어렵사리 한 차를 구입했다. 겨우 앞집의 빈터를 빌어 돌을 부린 후 시작한 지 1개월 만에 완공.

- 화단 공사 : 화단을 50㎝정도 높일 필요가 있어 조경용보강토가 적당할 것 같아 시공경험이 있던 친구회사를 통해 가격정보를 받아 보았다. 약 5㎡의 화단을 두르려면... 컥! 어림잡아도 약 700만원. 당연 포기. 이것도 돌망태공법이 유일한 대안이었다.

- 평상 제작(1m×1m, 4개) : 데크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필요했던 시설로 외부에 설치하려면 철재가 좋을 듯했다. 대문을 제작했던 업체에게 제작비를 문의했더니 개당 90만원이란다. 그렇다면 4백만 원에 달하는 평상이라는 의미인데, 이것도 컥! 고급가구점에서도 그 가격이면 충분한 것이 아닌가? 기성품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있다 해도 구입할 의사는 없었다. 직접 만들기로 결정하고 용접도구를 구입했다. 훌륭하지는 않지만 결국 만들었다.

세상은 변했는데 예전의 습관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면 불편하고 그 차이가 좀 더 커지면 뒤처지고 급기야는 낙오자가 되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다. 그것의 극단적인 모습이 멸종이겠고...

과연 조경의 앞날은 화창할까? 우리는 달음박질 치는 세상의 속도를 정상적으로 따라가고는 있는가? 최근 정부에서는 소형신도시를 만든다고 발표했다. 인구감소를 절벽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인데 신도시??? 60년 이상 유지해온 건설의 기조를 버릴 수 없기에 선택한 궁여지책임에 틀림없다. 이것은 숨이 끊어지기 직전의 환자에게 산소마스크를 대주는 것 일뿐 기대할 바는 못 된다. 글머리에서 보았던 사회적인 지표는 이미 ‘신도시건설’이나 ‘대규모’라는 용어는 ‘공허’를 의미하는 증거로 밖에는 볼 수 없다. 적어도 건설부문에서는. 집을 지은 후 정원을 만들어 보겠다고 몇 년의 시간 속에서 찾아낸 것은 개인이 접근할 수 있는 조경 혹은 정원 소재와 시공을 위한 서비스는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었다. 1백만 퇴직자의 시대, 공동주택보다는 땅을 딛고 살기를 원하는 사람이 넘쳐나는 시대, 친환경과 힐링을 외치는 시대, 전 세계가 디지털로 연결된 시대에 우리는 아직도 신도시 건설을 유일한 꿈으로 가지고 있어야 하겠는가? 집을 짓고 정원을 만들기 시작했던 몇 년 전에는 주변이 온통 자연이었는데 이제는 전원주택 분양이라는 현수막이 우리집 코앞에서 오늘도 휘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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