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지재호 기자>

 

[한국조경신문 지재호 기자] 조경의 위기는 이제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침탈이나 제도적 보호 미미, 건설경제의 내수 침체 등 여러 환경적 요소들이 조경산업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보호를 위한 제도 마련이 오히려 부메랑처럼 돌아와 올가미가 되고, 발목을 잡고 있다며 스스로 통렬하게 반성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조경의 미래 먹거리는 어디서 찾아야 하고 블랙홀처럼 빨려나가는 조경의 희망을 다시 살릴 방법은 없는 것인가.

이에 본지에서는 지난달 26일 창간10주년을 기념해 특별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김부식 본지 회장이 진행을 맡고 양경복 현디자인 대표를 비롯해 노영일 예건 대표, 백종현 자연감각 대표, 김영민 서울시립대 교수 등 참석해 심층적으로 문제점을 짚어 봤다.

 

▲ 김부식 한국조경신문 회장

김부식 회장 : 위기는 어떤 분야든 존재한다. 위기를 어떻게 기회로 만들 것 인지 등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 주시기 바란다.

 

노영일 대표 : 조경이 황금기 때 준비를 하지 못했다. 재정적, 제도적부분 등 그 때 마련했다면 오늘날처럼 인접분야로부터 간섭이나 침탈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 본다. 그런 부분들이 개선되고 준비돼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 현 상태까지 도달해 해결 방법 없이 어려운 상황에 치닫고 있다.

다만 위기관리 리더십은 그렇게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문제는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 양경섭 현디자인 대표

양경복 대표 : 우선 침탈 부분에 있어서는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 오히려 우리가 업역 확대의 기회로 반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올 것이라 본다. 제도적인 문제를 개선하면 국토부 외의 나머지 유관 기관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부끄러운 부분은 지난 40여년의 세월이 흘렀는데 관련 법규를 만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제도를 만들어서 업역을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겨를 없이 황금기 때 현실안주로 인접분야에 문을 열어주는 계기를 마련해 준 게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가 만들어 놓은 올가미 같다. 한 예로 생태계보전협력금 사업을 할 수 있는 자연환경보전사업대행자 중에 조경업체가 있다. 대행자의 자격요건은 자연환경기술사, 자연생태복원기사, 조경기사 등 5명이 반드시 참여토록 했다. 종합조경을 내기 위한 요건을 만들어놔 결국 영세업체는 접근도 못하는 구조다.

지급자재로 인한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고 시장 규모도 반토막났다. 시공영역에서 할 수 있는 동력을 상실해 존폐 기로에 서 있다.

 

▲ 백종현 자연감각 대표

백종현 대표 : 이제 시작한 지 얼마 안됐고 젊은 조경인의 관점에서 느낀 부분들을 말하겠다. 법 제도 등을 보면 정말로 우리가 봐도 우리가 들어갈 수 있는 프로젝트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법 제도 개선을 위해 많은 단체와 선배님들이 나서주기를 바라고 나 또한 적극적으로 참여해 나갈 것이다.

어느 정도 활동을 보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줄 수 있는 법 제도 개선은 필요하다고 본다.

 

김영민 교수 : 전반적으로 조경만의 문제는 아닐 수 있다고 본다. 항상 대부분이 위기였던 것 같다. 그런데 항상 똑 같았다. 바뀐 게 없었다. 그래서 생각해 봤다. 오늘의 주제가 조경의 위기인데 조경이 위기인가? 조경업과 조경학과의 위기지 조경은 위기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축가가 조경 프로젝트를 한다. 건축 물량이 없으니까? 아니면 조경에서 만든 것이 형편이 없어서? 왜 용인이 됐는가 생각해 볼 때 ‘조경이 제대로 못했으니까’ 라는 것 같다.

나 또한 조경쪽 일원으로서 반성을 한 게 있다면 ‘조경이 무슨 역할을 해서 이 사회를 좋게 만드나’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은 것 같다. 조경업이든 조경학이든 이익집단으로서 우리의 산업을 보호하는 차원을 떠나서 말이다.

실질적으로 건축이 들어왔을 때 더 큰 담론을 담아내더라. 위기의 원인을 밖에서 하고 뺏는 논리보다 스스로 하던 일을 돌이켜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된다.

지난 40여년의 세월 동안 권익보호 장치마련은 뒷전
조경의 사회 역할에 대한 담론과 반성 없이 이익만 쫓아

조경산업계 전반 기획력과 기획을 실행하는 실행력 부족
조경은 건축과 달리 문화, 예술 등 다양한 분야 진입 가능해
 

▲ 노영일 예건대표

노영일 대표 : 지난 2015년 12월에 조경진흥법이 제정됐다. 최초의 제정법으로 이 법이 우리의 미래산업을 해결해 줄 것이라 생각한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 법은 상징법이다. 규제가 없기에 일거리를 만들지 못하는 한계법이다.

법률이 있으면 시행령, 시행규칙 등 하부법령이 있다. 이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하부법률들이 아주 많다. 그 첫째가 조례다. 지자체에 보면 대부분 녹지직이 조경 아니면 산림이다. 쉽게 말해서 서울시 푸른도시국이 마음만 먹으면 조례를 만들 수 있다.

규칙이나 고시도 관련된 공직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만들 수 있고, 가이드라인, 기준 등 충분히 가능한 일들이다.

하지만 그게 안 된다. 이러한 구도를 단체장들이 끊어줘야 한다. 이것을 리드해줘야 공공기관이나 공직자들이 움직이고 바꿔준다. 하부법령은 단체장들이 나서줘야 한다.

5년 전 ‘물의 재이용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때처럼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

 

백종현 대표 : 공감한다. 사실 법을 바꾸는 것은 힘들다. 법령이나 시행령, 조례, 가이드라인 경우 몰라서 못 바꾸는 경우가 정말 많다. 서울시에서 지원을 받아 옥상녹화를 한 적이 있다. 그런데 내용을 보니 풀과 나무만 하고 말라는 얘기로 받아들여졌다. 좀 더 사랑을 받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는데 조례를 보니 산책로 하나만 내면 끝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 사실을 서울시에 말을 했더니 몰랐다는 듯 받아들였다. 이런 부분들을 얘기해주면 자기들이 안에서 심의해 다른 기회로 열릴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준다.

조례를 비롯해 바꿀 수 있는 것부터 해 나가는 시도들이 결국 기회가 올 것이라 본다.

우리가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해서는 새로운 구조와 새로운 기술, 그리고 새로운 정신이 필요하다. 새로운 구조는 나 스스로도 조경설계만으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이것은 해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 본다.

때문에 새로운 구조의 설계회사 또는 조경회사가 앞으로 모색돼야 한다. 그런 조직이 시설물이나 공사와 긴밀한 파트너처럼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마치 한 회사처럼 같이 움직일 수 있는 구조도 고민을 해야 할 것이라 본다. 이러한 면을 볼 때 조경설계회사가 예전에는 디자이너나 작가의 마인드가 있던 한편 지금은 CM과 같은 코디네이터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기술은 서로 다른 역할을 하던 두 회사가 만나 발생되는 새로운 기술도 좋다. 인접분야도 좋고 이질적인 두 개가 만났을 때 생겨날 수 있는 것이 기술이다.

조경에게 제일 부족한 게 기획력이다. 주는 일감 가지고 그 일감으로 잘 해서 납품하고 시공해 온 것이 주 행태였다면 지금은 기획력을 필요로 하는 시대에 살고 있고 기획력과 기획을 실행하는 실행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새로운 정신은 지금 이 시대는 누구와도 협업할 수 있다. 누구와도 일정의 목표가 맞으면 쉽고 빠르게 할 수 있으니 열린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조경업계 선배와 후배들이 열린 마음을 가지고 지금처럼 내가 가진 생각들을 경험이 부족해도 소통을 해 나간다면 조경에서 의미 있는 일들을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 확신한다.

 

양경복 대표 : 노영일 대표가 조경진흥법에 대해 말한 부분은 100% 공감한다. 만들어졌지만 과연 실행할 수 있는 단계냐를 볼 때 아니라고 본다.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개정하기 위해 새로운 T/F가 꾸려진 것도 알고 있다.

이번 기회에 개선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단체장 임기가 2-3년이면 만료된다. 적극적으로 추진하다가 끝나는 경우가 있어 법 자체를 우리가 생각했던 것 만큼 앞으로 전진시키기 어려운 것은 문제가 있다.

국토연구원과 건설관리연구원에서 최근 논의되는 게 있다. 바로 ‘건설산업생산체계 개선방안’이다. 주요 골자가 조경시설과 식재공사, 조경공사업을 통합하는 것이다.

백종현 대표가 말 한대로 융복합(설계, 시공, 견적, 관리 등)을 갖춘 업체가 공사를 수주할 수 있게 돼 웬만한 영세업체들은 수주하기 힘들어지게 된다. 메이저 업체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일 수밖에 없다. 일을 할 수 있는 업체만 하라는 것이다.

융복합 문제, 컨설팅, 기획력 이러한 것들을 뒷받침해서 정리하는 게 미래의 먹거리라고 생각한다.

 

노영일 대표 : 단체장들의 임기 부분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조경학회와 조경사회는 1년하고 선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학회에서 단독 출마자가 나왔다. 조경사회도 이러한 상황은 마찬가지다. 더 이상 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바꿔야 한다. 연임과 최소 4년은 해야 한다. 임기 2년으로는 어떤 제도도 바꿀 수 없다.

설계만 그런 게 아니라 자재도 마찬가지다 전문건설협회는 연임으로 6년, 공원시설업협동조합은 최대 12년까지 가능하다.

 

▲ 김영민 서울시립대 교수

김영민 교수 : 미래 먹거리에 대한 부분은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제도의 기준점은 권익보호에 있다. 그런데 사실은 권익보호를 하는 법이라든지 모두가 우리를 위한 것인데 조경 내부에서도 모두 다 같은 마음은 아닐 것이라 본다.

방패들을 견고히 하는데 자칫하면 내부적으로 봤을 때 기득권을 위한 보호가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악의가 있어서가 아니라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전체를 위한 법과 제도인데 자칫 누군가 그룹을 위한 문제로 제기할 경우 조경을 위해서는 안 좋아 질 수 있다.

오히려 젊은 세대들의 새로운 생각들이 들어올 수 있는 기회들을 자격이나 조건들을 제한함으로써 그 자체를 내부적으로 막아버릴 수 있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방패논리도 좋지만 무기논리가 중요하지 않나 생각된다.

조경을 하나의 영역으로 보면 방패를 쌓고 성벽을 쌓는데 우리는 영역 자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불리하다고 본다. 결국 가치의 문제 같다. 조경이 우리 것을 어떻게 지키냐가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기여할 것인가가 문제다. 그것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측면에서 볼 때 다양성이 부족하다는데 있다.

‘우리 조경가들은 다양성이 존재해 왔던가’ 라는 점을 볼 때... 예를 들어 의뢰인 입장에서 동등한 퀄리티를 뽑아낼 수 있는 사람이 10명이라면 내 취향에 따라서 선택할 수 있는데 조경은 그러한 다양성이 부족한 실정이다.

상대적으로 이러한 측면이 위기가 기회일 수 있을 것 같다. 물량감소는 물량을 하려다보니 다양화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물량이 적어지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다양성이 증대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차별화가 필요하다.

퀄리티의 차별화는 무기의 사고다. 시설물이나 시공도 마찬가지다. 미국에는 대기업의 조경쪽 건설이 없다. 보통 CM 코디네이터가 한다. 우리나라는 종합을 하다 보니 에너지가 분산된다.

건축이 우리보다 다양성이 풍부한 이유는 수가 많다는 것이다. 관련 학생 배출수도 조경학과 학생수의 3-5배 차이가 날 정도다.

부족한 면을 채우기 위해서는 이종교배가 필요하다. 조경이 주도권을 잡으면 좋지만 그게 꼭 핵심 포인트는 아니다. 예를 들어 문화적 영역에서 ‘조경도 문화를 잘 할 수 있어’ 라기 보다 조경이 문화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는 것이 효과적인 전략 같다.

건축과 토목이나 인접분야를 봤을 때 경직돼 있다. 건축이 문화를 해도 건축을 벗어나지 못한다. 건축이 생태적인 담론을 얘기하면 친환경건축, 에너지저감을 못 벗어난다. 하지만 조경은 문화영역에도 들어갈 수 있고 오히려 다양한 분야로의 진입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특히 녹색이라는 담론을 갖고 각각의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으면 될 것이라 본다. 녹색 아이템은 조경이 기획이나 예술의 측면에서도 어떤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 줄 다양성을 키워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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