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흙은 인간을 비롯한 지구촌의 모든 생물에게 생명의 근원이자 삶의 터전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흙은 풍요의 상징으로 여겨왔다. 흙이란 용어는 용도에 따라서 땅, 토지, 대지 등으로 부르고 있고 땅이 아닌 개울, 강, 바다도 땅위에 존재한다. 사람을 비롯한 모든 물질이 흙으로 돌아가니 흙은 만물의 근원이라 할 수 있다.

흙은 소중함을 알고 귀하게 다루어 주면 생명을 주지만 그러지 못하면 재해와 환경 재앙으로 역습을 한다.

고대 중국의 황하강 유역은 인류4대 문명의 발상지 중 하나다. 황하강 유역은 울창한 숲과 비옥한 황토가 있어서 일찍이 문명이 발달했다. 문명이 빌달함에 따라 인간은 산림을 파괴하여 농경지와 거주지를 만들었고 그 임계점이 넘어가면서 이 지역은 점차 사막화가 진행됐다. 중국 초기의 중심지였던 장안( 지금의 서안)과 낙양은 옛 영화만 남고 중국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남이 있으며 황사가 발생하는 지역으로 변해 버렸다. 지금 우리나라가 황사 피해를 받는 원점이 이곳이다. 사막화로 생겨난 황토는 강으로 흘러가면서 말그대로 황하가 되었으며, 흙탕물이 강바닥에 점차 퇴적되어 주변 평야보다 강바닥이 높아져서 홍수가 자주 발생하는 재난을 반복하고 있다. 흙의 역습이다.

인류 최초의 문명인 메소포타미아 문명도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이 있어서 발전했다. 물이 퐁족하고 퇴적되는 토양이 많아서 농사짓고 살기가 좋았다. 사람들은 더 많은 욕심으로 농지를 확장하고 수로를 만들어서 관개농업을 했다. 비록 건조지역이지만 물이 잘 공급된 땅은 초기에는 농사가 잘 되다가 점차 농사가 망해갔다. 그 원인은 ‘염류화’였는데 강물이나 지하수라도 약간의 염분이 있게 마련인데 지나친 관개농업의 확대로 자정적용의 임계점을 넘어선 것이다. 관개농업으로 흥한 나라가 관개농업으로 망한 셈이 됐다.

지금 온 나라를 휩쓸고 있는 살충제 계란 파동도 따져보면 흙의 역습으로 인한 결과다. 닭은 땅을 헤집고 다니면서 먹이 활동을 하고 날개 짓으로 흙 목욕을 하고 살면서 자연스럽게 닭진드기가 없어지는데 인간의 욕심으로 인간에게 화를 키웠다. A4 용지 한 장만한 공간에서 공중에 띄워진 채 밀집 사육된 닭은 온난화로 더워진 환경 탓에 닭진드기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됐는데, 인간은 흙을 제공하지 않고 살충제를 제공했다. 살충제 계란 사태는 흙을 외면한 인간이 초래한 환경에 대한 인과응보다.

잘 기꾸어진 숲은 1ha당 성인 44명이 숨을 쉴수 있는 산소를 공급하고 빗물을 저장, 정화해서 홍수를 방지하고 식수로 이용된다. 잘 기꾸어진 숲이란 닭장에 밀집된 닭처럼 관리된 숲이 아니라 솎아베기를 잘해서 큰 나무가 우거진 숲을 말한다. 흙을 알고 숲을 제대로 관리하면 여러가지 혜택을 주지만 잡목만 밀집된 숲의 나무는 생장을 못하고 이용가치도 한참이나 떨어진다..

인구의 증가와 수도권 집중으로 현대인의 주거생활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공동주택이 병풍처럼 들어서고 사람들은 그 안에서 닭장의 닭처럼 땅을 못 밟고 살고 있다. 흙을 만지며 면역력을 키워야할 어린이들이 고무판 위에서 환경호르몬을 맡고 살고 있으며 비싼 옷이 아까운 아기엄마는 흙 묻은 옷 때문에 아이를 혼내는 실정이다. 우리는 흙이 주는 가치와 소중함을 너무 모르고 있다.

지난 8월 20일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 기념 국민인수위원회 대국민 보고’ 토크쇼 방송을 했다. 200여 명의 국민인수위원도 참석하여 ‘광화문 1번가’에 접수된 정책제안도 거론이 됐다. 1시간이란 시간 제약이 있어서인지 아쉽게도 조경분야에서 제안한 국가도시공원정책에 대한 이야기는 거론이 안됐다.

공원과 정원은 국민이 흙을 밟고 사는 생명의 공간이며 국민행복의 시발점이 되는 공간이다. 닭장같은 공간에 살고 있는 국민에게 쾌적한 공간을 만들어주는 국가도시공원정책도 다음 대국민 보고에는 거론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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