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조경전문분야가 대한민국에 생긴 지 45년이 지났다. 대한민국은 제1, 2차 경제개발5개년계획(1962~1972)에 걸쳐 공단과 공장을 많이 건설했고, 농업 위주의 산업에서 경공업·중공업으로 산업구조가 급격히 변화되면서 국토개발은 격변기를 맞이했다. 그중에 경부고속도로는 한국 역사상 유례없는 대규모 건설공사로 예로부터 금수강산이라 불리는 산과 강이 고속도로 건설로 인하여 훼손이 불가피해졌다. 이런 국토훼손은 이후 고 박정희 대통령이 조경분야 도입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1971년에 시작된 경주관광종합개발계획(1972년~1981년)의 추진으로 경주 일대에 흩어져있던 각종 문화재를 복원·정비 하여 현재의 경주보문관광단지가 조성됐다. 현충사 성역화 사업 등의 문화유적 정비사업은 조경분야의 수요와 필요성 인식의 배경이 되었다. 경부고속도로 건설, 경주관광종합개발계획, 현충사를 비롯한 사적지 정비사업 등의 국토개발 및 문화유적 정비사업은 국토환경과 경관훼손 등과 같은 개발후유증을 양산했다. 그래서 치유책으로서 복원과 정비, 새로운 경관의 연출 등에 대한 기술적인 수요, 즉 조경분야의 도입의 필요성이 생겼다.

이러한 배경으로 보면 초창기 조경의 패러다임은 자연경관의 보존과 국토훼손방지였다고 본다. 경제개발계획에 따른 각종 국책사업의 개발계획을 하다 보니 마구 파헤쳐지는 국토훼손의 심각성을 뒤늦게나마 인식하여 국토개발계획에 조경계획을 추가하여 모든 건설현장에서 자연환경의 보존과 국토경관 훼손방지를 하게 했다. 1970년대의 초창기 조경업은 국토개발 및 보존사업에 따른 녹지·경관 및 환경조성과 식재 기타 이에 관련된 공사를 하는 개념이었다.

두 번째 생겨난 조경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1980년대의 부동산 개발과 과열로 생겨난 신도시에 공공녹지를 조성하여 친환경·생태적 계획을 통한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의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서울의 인구포화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신도시개발계획이 수립되고 분당, 일산, 평촌 등의 대단위 주거단지가 개발되면서 건설경기가 활황을 맞이하게 되고 조경분야도 전성기를 맞이하게 됐다. 계획도시는 대규모 단지를 조성해야했으므로 기존의 개발제한구역을 훼손하게 되었고 거주민의 생활 편의 장소와 휴식공간을 조성하면서 친환경과 생태적인 공공녹지를 만들게 됐다. 이러한 개발방식은 조경의 트렌드 변화에도 많은 주어서 기존의 녹지관리에도 적용이 되었다.

세 번째 조경 패러다임의 변화는 최근의 기후변화와 재해 그리고 치유와 힐링의 패러다임이다. 초창기의 자연경관의 보존과 경관훼손방지의 개념과 이후의 친환경 생태적인 계획을 통하여 지속가능한 발전의 패러다임을 수용하면서 저탄소 녹색도시·저에너지 친환경도시를 조성하여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치유와 힐링의 패러다임이 추가된 것이다.

지구의 건강과 인간의 건강이 별도의 것이 아닌 동일체로 인식을 하면서 조경의 중요함이 다시 조명을 받아야 하겠다. 이중환의 택리지 ‘복거총론(卜居總論)’에 “십리거리나 반나절 되는 가까운 곳에 마음 내키는 대로 감상할만한 산수(山水)가 없으면 정서를 화창(和暢)하게 하지 못한다.”고 하였고 1843년에 영국의 최초의 도시공원인 버큰해드 공원(Birkenhead Park)을 조성하면서 “도시공원은 질병 예방을 위한 사회적 합의에서 출발한다.”고 도시공원 조성에 대한 정의를 했다.

지금의 새로운 조경 패러다임은 새로운 것을 발명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동안 잊었던 것을 다시 발견한 것이라는 얘기가 된다.

‘조경은 생명이다’는 등식이 성립된다.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