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국회 국토교통위원장 조정식 의원이 추최하고 대한환경조경연합과 (사)한국조경학회가 주관한 국토조경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한동안 조경분야는 조경에 대한 정책과 입법 추진을 활발히 하지 못한 터라 많은 관심이 쏠렸다.

이번 정책토론회의 캐치프레이즈는 ‘푸른 국토, 파란 하늘, 밝은 국민’으로 쾌적한 환경 조성을 통하여 국민이 건강한 삶을 누리게 하자는 것이다.

입법의 주체가 되는 국회의원도 많이 참석했다. 다른 토론회에서 보지 못했던 4당 의원들이 골고루 참석해서 조경정책의 중요성과 녹색국토를 조성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심지어 정동영 의원(국민의당)은 국토개발부(?)를 국토조경부로 바꾸자는 의견까지 내서 청중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조경이 가져다주는 혜택과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하고 있지만 공론화돼서 한목소리를 담아냈다는데서 이번 국토조경 정책토론회의 의미가 깊다. 기후온난화현상, 도시열섬화현상과 미세먼지, 해수면상승 등의 환경재앙에 대한 대책으로 녹색인프라 구축이 가장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국회의원들이 강조했다.

발제자의 발표도 녹색도시조성의 노력과 녹색환경의 중요성 그리고 예방의학 차원에서의 녹색인프라 적용은 조경정책의 시급함을 일깨워주기에 충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녹색인프라 구축이 부실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 이유는 그동안 압축성장에 매달려온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예전에 경제개발의 목표로 산업발전과 주거문제의 해결, 수출입국(輸出立國)의 견인차로 중화학공업의 육성이 우선되었다. 목표달성이 또 다른 목표를 만들었고 환경파괴는 그저 걸림돌일 뿐이었다. 오죽하면 울산광역시에 건립된 공업탑에는 ‘공업생산의 검은 연기가 대기 속에 뻗어나가는 그날’을 염원하는 글이 새겨져있을 정도였다.

지금 환경파괴의 댓가를 고스란히 치르고도 녹색인프라 구축을 방치하는 것은 압축성장의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녹색정책을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떠넘기고 있는 상황이다.

두 번째 이유는 조경분야의 패러다임 변화를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과거의 조경은 ‘정원 및 공원 조성을 통해 쾌적하고 아름다운 시민 휴식공간을 창출’하는 역할로만 알려졌다. 그러나 지금의 조경은 ‘생태적·친환경적 계획을 통한 지속가능한 도시발전’과 ‘저탄소 녹색도시, 저에너지 친환경 도시조성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역할의 첨병인데 국민들은 막연하게 ‘조경? 좋다!’라는 개념이라서 녹색환경조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현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조경정책은 여태까지 후순위로 밀린 것이다.

세 번째 이유는 국회의원이나 중앙 정부에서 녹색인프라 구축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토론 발제내용을 보면 그의 중요성을 알 수 있는데 정책이 여전히 못따라 가고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정책실행을 할 예산 배정을 안 한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에서 녹색인프라 조성 예산은 아예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예산담당자도 맑은 공기를 마시고 싶을 것이고 녹색공간에서 삶의 여유를 누리고 싶을 텐데 회색 인프라 구축에만 집중하고 있다. 따라서 기획재정부의 고지식하고 구태의연한 예산배정방식을 타파할 묘책이 필요하다.

국토조경 정책토론회의 첫 발을 보면서 다음 행보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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