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지난 주말에 뚜벅이는 철원으로 다녀왔다. 우리나라 경관은 아름다운 곳이 많지만 철없는 후손들이 저지른 실수는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안긴 곳이 철원에 있다. 철원지역은 54~12만 년 전(신생대말 4기) 철원 북방 평강의 680고지(북한 땅)와 오리산(452m)에서 대규모 용암분출이 생긴 곳이다. 수차례에 걸쳐 분출된 용암은 분출되어 철원·평강 용암대지를 형성하였으며 이 용암은 추가령지구대를 따라 북쪽으로는 남대천을 따라 북한의 강원도 고산군 북부일대와 남쪽으로는 한탄강과 임진강을 따라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일대까지 흘러내렸다. 호우로 인한 홍수는 새로운 유로(流路)를 열었고 그렇게 탄생한 것이 지금의 한탄강이다.

한탄강(漢灘江)은 순수 우리말로 ‘큰여울’이다. 여울(灘)은 물방울이 튈 정도는 아니나 물 흐르는 소리가 나고 물 흐름이 빠른 곳을 말한다. 한탄강이 흐르며 지반이 약한 쪽 현무암은 먼저 쓸려 내려가고 밑에 있던 화강암이 드러났다. 떼어져 나간 현무암은 절벽을 이루었고, 강바닥의 뽀얀 화강암은 기기묘묘한 형상을 만들었다. 겨울철 현무암 틈새로 스며든 물이 얼고 부피가 팽창하여 틈 따라 쪼개지며 현무암 속에 숨어있던 육각기둥 모양의 주상절리(柱狀節理)가 나타나게 된다. 지질학적 가치가 높은 이 지역은 국가지질공원으로 추진 중이다.

직탕(直湯)폭포는 직탄(直灘)폭포의 변천이다. 이 폭포는 높이는 3~4m에 불과하지만 폭이 80m나 돼서 나아아가라 폭포처럼 보인다고 해서 한국의 나이아가라폭포라고 부른다. 강바닥의 용암층은 여러 번의 화산 분화 시 흘러내린 용암이 여러 겹 쌓인 것으로, 상층의 용암층이 수직 절리를 따라 떨어져 나감에 따라 수직 단애가 형성됐다. 용암층이 떨어져 나가는 양식에 따라 수직 단애의 높이가 높아질 수 있고 흐르는 물의 힘 때문에 수직 단애가 떨어져나가므로 폭포의 위치는 세월 따라서 점차 상류로 옮아가게 된다.

▲ 사진1.직탕폭포와 콘크리트 다리 그리고 뿌연 강물

여기서 직탕폭포의 첫 번째 눈물을 보게 된다. 밀려 올라가는 수직단애와 상관없이 폭 80m 구간에 6개의 콘크리트 교각을 세워서 만든 다리는 언젠가는 없어질 운명이지만 폭포 밑에서 바라보는 직탕폭포의 경관을 망쳐버리고 있다. 최소 12만 년 이상이 되는 용암층을 용감무식한 후손들이 구멍을 내는 바람에 바위의 침식을 부채질하고 있고, 폭포 밑에서 올려다보는 수면위로 껑충한 콘크리트 다리 상판이 시각을 압도하고 있다. 층층이 겹쳐진 연약한 용암 상판 단애 폭포 위에 콘크리트 교각을 세우고 다리를 설치한 나라가 어디에 또 있을까 싶다. 〈사진1 참조〉

직탕폭포의 두 번째 눈물은 폭포 우측의 법면처리 결과다. 수직 단애 때문에 연약지반이 형성되어 사면보강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곳의 특수한

현무암 지형과 경관, 생태 등을 고려한 보강이 필요한데 너무 과감한 정리로 돌이킬 수 없는 과오를 범하고 말았다. 작년 8월의 상태〈사진2 참조〉와 지금의 상태〈사진3 참조〉를 비교하면 기존 법면의 엄청난 훼손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이 공사를 수행한 철원군 안전총괄과는 오로지 토목공사에만 몰두한 것처럼 보인다.

▲ 사진2. 법면공사 전 모습 <사진발췌

직탕폭포의 세 번째 눈물은 유기질비료에 뒤섞여 악취를 풍기며 흐르고 있는 강물이다. 직탕폭포 하부에 위치한 주상절리가 아름답고 깊이가 30~40m가 되는 송대소의 뿌연 물빛과 흰 거품을 보면 수질관리를 안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불과 3~4km 위의 DMZ생태평화공원에서 내려온 맑은 강물이 직탕폭포에 이르러서는 오염 방지띠를 두를 정도가 되고 있다는 것이 이해가 안 간다. 벌써부터 뿌옇게 부영양화가 된 모습의 한탄강은 어떤 물고기가 살아남았을까하는 의구심이 든다.〈사진1 참조〉

조상들이 깨끗하게 물려준 천혜의 자연을 소중하게 관리해서 대대손손 먹고사는 나라가 많다. 그런데 직탕폭포는 철없는 후손들의 개념 없는 개발과 관리로 멍들어 있다. 그래서 직탕폭포가 울고 있다.

▲ 사진3.법면공사 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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