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현재 17개의 광역자치단체(특별시·광역시·도·특별자치시·특별자치도)와 226개의 기초자치단체(시·군·구)가 있다. 1995년 지방자치제가 도입된 이후 각 지자체는 국가의 통치권 아래서 국가 영토의 일부에 대한 자치권을 부여받아 그 구역 내의 주민을 법률의 범위 안에서 통치할 있게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21년차에 접어든 지방자치제도는 현재 민선6기의 지자체장이 권리와 책임을 수행하고 있다.

지자체 시행이 20년이 넘은 시점에 보이는 명암은 극명하게 갈리고 있지만 선출직 공무원이 받아야하는 인기정책이 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지역 축제를 개최함에 있어서 선심성 행사에 국고를 낭비하고 그 부담은 오로지 주민이 떠안는 경우가 매우 많았다는 점이다. 강원 화천의 ‘산천어 축제’와 전남 함평의 ‘나비 축제’가 전국적으로 호응을 얻자 각 지자체마다 우후죽순 격으로 생긴 축제는 지자체 재정에 큰 부담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보다 못한 중앙정부는 적자가 나는 축제를 개최한 지자체에 정부예산에 대한 지원을 금지하는 조치를 하고 있는데 이에 해당하는 지자체가 한두 군데가 아니다.

이러한 행위의 기본은 선출직 지자체장의 차기 선거의 표를 의식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분석을 하고 있다. 소위 인기영합주의에 따른 산물이라 하겠다. 이런 포퓰리즘의 문제는 산업계에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지역 업체를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행해지는 음성적인 압력은 지역 업체 육성차원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많이 따르는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모 자치단체에서 동일 지역의 건설업체들에게 “질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지역 업체의 제품과 업체를 이용해 달라.”는 협조 요청이 생겼다고 한다. 지역 산업의 발전과 육성을 위해서 발의한 내용이라고 하지만 다른 시각으로 보면 많은 문제점을 야기하게 된다.

첫째, 소비자의 최상의 품질을 영위할 수 있는 권리가 막혀지는 것이다. 같은 가격이라면 좋은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한데 질이 떨어지는 제품을 선택하게 하는 것은 소비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 된다.

둘째, 품질이 떨어지는 조악한 제품은 사용 중에 생긴 불편으로 새로운 제품으로 다시 구매해야하는 부담이 생겨서 궁극적으로 비용발생이 커지는 인적·물적 손실이 생긴다는 점이다. 하나를 챙기다가 둘·셋을 잃는 어리석은 결과를 낳게 된다는 것이다.

셋째, 이런 정책의 희생양은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이라는 것이다. 무한경쟁시대에서 국내외적으로 경쟁하려면 최상의 품질을 지향해야하는데 해당지자체에 연고가 없다는 이유로 배척이 된다면 국내에 설자리가 없어지는 것이다. 연구개발과 신제품을 출시를 해도 지역장벽에 막혀서 판로가 없다면 해당 산업의 발전은 요원하다. 그렇다고 각 지역마다 공장과 사업체를 설립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부산시는 관급공사에 들어가는 모든 자재를 지역 업체 제품으로 사용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지역 업체에 없는 제품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지역 업체 제품만 사용하고 있다. 심지어 민간사업에서도 부산시의 지역 업체 사용 의무화가 적용되는 사례가 발생할 정도로 다른 지역에 비해 강력하게 추진되고 있다.(본보 404호 보도) 그러다보니 인천, 전남, 충남 등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초래되고 있다. 충남 내포신도시에 건설 중인 아파트공사에 조악한 지역 업체의 제품이 추천되는 경우가 생겨서 공사감독이 강력히 저지했다는 불편한 소식도 전해진다. .

지역 업체의 입장에서 보면 좋은 제도라고 볼 수 있지만 산업발전을 위해서는 재고돼야 하는 정책이다. 전면적인 봉쇄보다는 쿼터제 같은 형식을 도입하면 서로 발전할 수 있는 길이 열리 것으로 생각되고 더 많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제품 쇄국정책을 쓰자고 지지체를 출범시킨 것은 아닐 것이므로 지혜를 모아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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