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설계는 계획안을 구체적으로 구현하는 창작행위이며 조경가는 설계를 통해 개인과 사회의 복합적인 요구와 문제를 합리적이고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며 조경이 다루는 토지와 경관은 국토, 지역, 도시, 교외, 농·산·어촌을 포괄한다. 각 범위의 자연생태계와 사회·문화적 맥락은 조경의 토대이자 대상이다. 조경의 대상은 정원과 공원을 근간으로 도시경관, 자연환경과 문화환경, 사회적공간과 삶의 기반으로 확장되고 있다.

위의 글은 한국조경헌장의 일부로 지난 40년간 조경의 실적을 바탕으로 조경의 미래 가치를 포함한 것이다.

조경설계가는 조경의 가치를 창출하는 선두에서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런데 근래 몇 년 사이에 업역에 대한 패권 다투기가 인근 분야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과거 건설경기의 호황에 힘입어서 호가호식 하던 때에는 잘 수성이 되던 조경설계가의 위상과 지위가 지금 흔들리고 있다.

서울 서소문역사공원의 설계공모에서 경험했듯이 조경설계가는 독립적으로 공원 설계를 추진하지 못하고 건축가의 간택을 받아야만 명함을 내밀 수가 있었다. 이어서 ‘마포석유비축기지 국제설계경기’도 건축사 자격이 있어야 응모가 가능했다. 해당 프로젝트가 문화공원을 조성하는 취지가 분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서울시의 ‘총괄건축가 제도’ 도입이 그런 현실을 만들었다는 의구심이 들었다. 서울시 200억 원 이상의 공원, 광장, 교량 등 사업은 ‘건축정책위원회’의 자문을 받아야하는 조례가 자칫 모든 전문업역의 ‘건축 앞으로 줄세우기’로 전락될 위험도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사)한국건축가협회와 공동으로 ‘인도 허황후 기념공원 설계공모전’을 실시했다. 이번에는 문호가 좀 더 개방이 됐다. 건축사 (국토교통부 등록)또는 엔지니어링사업자(산업통상자원부 등록)혹은 조경기술사사무소(교육과학기술부 등록) 중 1가지만 충족을 해도 참여가 가능해진 것이다. 하지만 당초 해당 프로젝트가 조경계에 관심을 갖지 못했다. 문체부와 건축가협회가 주관하는 프로젝트이며 정보부족으로 설계경기 자체를 몰랐던 것이다. 이런 상황을 파악한 한국환경조경발전재단의 정주현 이사장이 조경계의 참여를 촉구하는 의견을 SNS에 올렸다. 그래서 일부 조경설계가가 참여를 했다.

설계공모 배경은 다음과 같다. ‘허황후 기념공원 조성사업’은 2015년 한·인도 정상회담 결과, 양국의 문화적 교류를 강화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추진하는 프로젝트로서, 인도 아노니아시에 위치한 기존 허황후 기념공원을 재정비하고 기념공원 옆 강변 공간으로 공원을 확장함으로써 인근의 도시조직, 상업 및 문화시설과 공원을 연계하는 등 공원을 새롭게 조성하는 사업이다.

상기 내용은 조경헌장에 나와 있듯이 당연히 조경설계가가 참여해야하는데 건축가협회의 공동 주관으로 건축사도 참여를 하게 됐다. 설계 경기의 결과는 (주)동심원 조경기술사사무소가 당선의 영예를 차지했다. 수많은 건축사사무소의 작품을 물리치고 조경설계가가 당선된 것은 정보제공이 단초가 됐고 공원을 바라보는 조경가의 시선과 실력이 건축가와는 차별화가 된 것이라고 생각된다.

어떻게 해서 공원조성사업을 문화체육관광부가 (사)건축가협회와 공동주관을 하게 됐느냐가 궁금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사)건축가협회가 문체부 산하 단체로 등록이 되어 있어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구조가 됐기 때문이다. 조경단체와 소통이 없던 문화체육관광부는 당연하게 업무를 그렇게 추진한 것이다. 얼마 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공공시설물 디자인전문가’의 범위에 조경전공자를 제외하다가 나중에 조경계와 소통하면서 포함을 시킨 적이 있다. 담당 사무관이 파고라, 의자 등 조경시설물의 제작업을 조경분야에서 영위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것이었다.

위의 상황을 종합하면 조경설계가의 위상과 지위는 저절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력을 갖추고 함께 힘을 모아서 참여하면 인정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조경설계가의 날’을 제정한다고 한다. 조경설계가가 친목도모를 넘어서서 정부와 함께 일을 하는 수준에 하루 빨리 도달하기를 기대한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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