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정원문화박람회에 참석하기 위한 외출! 서울에서 경기도 성남까지의 거리는 얼마 되지 않지만 어린아이가 소풍길에 나선 듯 설레고 즐겁다. 가을소풍길이다. 마지막 환승한 버스에서 내리니 아침까지 내리던 비 때문에 챙겨온 우산이 짐이 되었다. 맑게 갠 파란하늘과 흰 구름이 대조를 이루어 가을잔치에 축복이나 해주듯이 성남시청광장을 덮고 있었다. 광장에는 이미 여기저기서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 들어오고 행사 준비로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은 즐거움으로 들떠있었다.

3층 행사장으로 총총 들어가니 행사는 시작되었고 뚜벅이들은 열심히 박람회 개략을 듣고 있었다. 주최측의 인사말과 정원출품 작가들의 소개 및 발표로 두 시간 남짓 지났다. 2차 투어를 위해 식당으로 갔다. 나는 지난해 여름뚜벅이 투어 때 만났던 조우를 오늘 또 만나서 반가웠다.

우리는 꽃에 대해 나무에 대해 각자의 정원 아뜰리에에 대해 이야기하며 오삼불고기로 점심을 맛있게 먹고 2차 투어를 위해 뚜벅이들은 1층 로비에 모였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로 정원을 둘러보러 가는 우리는 호기심 어린 마음으로 구불구불한 동선을 걸었다. 키 큰 소나무 세 그루가 근엄하게 조화를 이루고 서있는 곳에 작가는 층이 다른 돌담을 몇 개의 테마로 뒷뜰에 마른 개울을 소재로 자신의 정원을 조원해냈다.

작가는 정성을 다해 만든 자신의 작품을 열심히 소개했다. 여기저기 서서 정원을 바라보면 다른 모습, 새로운 모습으로 정원이 거기 서 있는 듯 했다. 담 뒷쪽에 있는 마른 개울은 흐르는 시간을 표현했다고 설명해주었다.

 뚜벅이들은 열심히 경청하며 간간히 셔터를 눌러댔다. 또 다른 작가는 단체로 온 우리들을 기다렸다는 듯이 반겨주었다. 그는 정원의 일부를 사람의 옷으로 만들었다. 반복되는 일상속에 익숙해져 버린 옷에서 가능성을 발견하려고 했고 정원에 너울너울 춤추는 우리 어머니들의 하얀 모시적삼으로 정원과 사람이 걸어가는 동선의 경계일 수 있고 쉬어가는 의자일 수 있게 한 기능적 요소를 창조해냈다.

 흰 옷은 어머니일 것이고 그 어머니는 자식을 온 우주를 보듬어 안고 쉬게 해주는구나(지은이 생각) 그리고 사잇길 지나가는 길 모퉁이 숲에서는 검정바지에 빨강색 블라우스로 단체복을 입은 중년 여인들이 기타 치며 노래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그 보다 아름다운 추임새는 없을 것 같다.

참 조화롭다. 간간히 모차르트 명곡이 흘러 식물이나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고조시켜주고…또 하나의 정원이 눈에 들어왔다. 어찌 이런 작품이 나왔을까.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고 내가 아끼고 싶은 정원이 있었다. 색으로 표현하자면 ‘푸른 초원 위에 하얀 집’같은 느낌이랄까. 개인 수도원처럼 작고 정갈한 그 곳. 한참을 그냥 서있었다… 나는 작가의 심경을 알고 싶어졌다. 작가가 작품을 만들게 된 배경이나 출품 의도 등… 일행이 일찍 자리를 뜨는 게 싫었다. 흰색 둥근 곡선의 담장안에 낮고 동그란 연못, 그 옆에 혼자 앉아 상념하고 회유해도 좋을만한 원통의 흰색 의자, 나는 그 의자에 앉아있고 싶었다. 사진도 찍어야지, 일행은 가고 아무도 없었다. 방금 손님 보낸 주인(작가)에게 부탁해서 기념사진 함께 찍을 기회를 얻고 다음 관광객 위해서 자리를 떠야만 했다.

 이 가을이 가기 전에 보고 싶은 친구 한 명 데리고 가을 소풍 다시 올 생각이다. 그때는 이름 없는 풀꽃도 보고 저 고요한 수도원 안 연못가 하얀 의자에 앉아 있어도 보고 오늘 내가 경험한 정원 말고 하나쯤은 그냥 여운으로 남겨 두어야겠다. 그래야 친구와 이야기할게 있을테니까.

 어느 작가는 유년이 얼마나 그립고 행복했으면 ‘고요한 숲’으로 어린 시절 깊은 산속 너럭바위에 걸터앉아 먼 산을 바라보고 싶었던 것을 대신했을까. 그 여린 작가에게 그 ‘고요한’ 숲이 그리움을 달래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는’ 하얀 모래로 흐르는 물’을 연상하고, 누군가는 ‘마른 개울을 흐르는 시간’ 으로 묘사했을까.

요즘 스마트한 시대에 퍼펙트를 추구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남보다 더 많이 소유하고 싶고 더 빨리 달리고 싶고 더 똑똑해지려는 그래서 더욱 단조롭고 고요한 정원을 만들었을까. 정원 한 쪽에 사색하고자 빈 의자 한 개 둘 줄 아는 작가들 마음이 내심 부럽기까지 하다.

 아, 오늘 본 보라색 아스타가, 연보라 좀개미취가 바위틈에 숨어 수줍게 가을햇살 받으며 뽐내고 있어 나의 발을 못 가게 했고, 더욱 내 발걸음을 멈추게 했던 건 아직도 성남 숲속 너럭바위위에 앉아 소녀가 꿈꾸고 앉아 있을 것 같은 ‘고요한 숲’이나, 오늘만 잠깐 보고가기엔 아까운 최재혁 작가의 ‘소요정원’은 내가 힘들고 지칠 때 다시 찾고 싶은, 위로받고 싶은 성소의 자격까지 겸비한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오늘 뚜벅이 투어로 충분한 힐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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