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길었지만 마음 한구석에 편치 않은 사건이 있었다. 북한의 홍수 피해와 경주의 지진이 그것인데 자연 앞에 한없이 작아지는 인간의 모습이 여실히 노출되는 천재지변이었다. 인간이 해친 자연환경은 반드시 부메랑이 돼서 돌아온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자연의 경고이자 일침이다.

북한의 홍수피해가 너무 크고 안타깝다. TV 화면에 보이는 복구장면은 사람들이 하천에 맨몸으로 들어가서 돌덩이를 손으로 옮겨 쌓는 지극히 원시적인 상태고, 밀려온 토사에 지붕만 남기고 매몰된 가옥은 손을 쓸 수 없는 심각한 상태로 보인다. 그러나 예전과 달리 피해복구나 식량지원 등의 손길은 국내외적으로 싸늘한 시선 밖에 없다.

북한 홍수지역은 8월 29일부터 9월 2일까지 5일 동안 300mm 정도의 비가 내렸다고 한다. 물론 적지 않은 강우량이지만 내린 비에 비해서 당한 피해가 너무 커서 놀랍기까지 하다. 남한에서 이 정도라면 도랑물치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비와 복구가 가능하다. 실제 이번 16호 태풍 ‘말라카스’가 지나가면서 경남 남해군 미조면에 하룻밤 사이에 253mm가 내렸고 하루 동안 관내에 평균 183mm 가 쏟아졌는데 사전에 대비로 피해 확산을 방지하는 조치를 했고 사후 복구도 비교적 신속히 이루어지고 있어서 다행으로 보인다.

그러면 왜 이렇게 북한의 수해 규모가 컸을까를 짐작해 본다.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나무가 없는 헐벗은 산이 빗물을 저장하지 못하고 토사와 함께 쏟아져 내려와서 그랬을 확률이 제일 크다. 또한 수해대비 정책이 부실한 북한으로서는 자그만 강수량에도 취약했을 것이다. 그리고 믿지 못할 쇼가 있다는 얘기에 아연실색하게 된다. 해당지역 주변에 댐이 여러 개가 있는데 범람 위기에 방류해야 할 물을 댐 아래 주민들에게 고지도 않고 방류를 해서 비와함께 불어난 물이 피해를 키웠다는 것이다. 국제적으로 일부러 불쌍하게 보이려고 했는지 대홍수를 자초하고 한 번에 2조원 이상이 소요되는 핵실험을 강행하는 정부를 국민은 믿고 의지하지 않는다. 절망에 빠져있는 북한 주민들이 안타까울 뿐이다.

추석을 이틀 앞두고 준비에 한창 바쁘던 지난 9월 12일에 경주지방에 5.1 지진에 이어 5.8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고 지금까지 여진이 400차례 이상 이어졌다. 남의 나라 일로 여겨졌던 지진이 우리에게 현실이 되자 모두 당황했다. 피해 주민은 물론이거니와 서울에서도 광주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공포와 불안에 사로 잡혔다. 설상가상으로 재난 경보도 뒷북치기가 됐고 휴대전화 연결이 원활하지 않고 카카오톡의 서비스 장애로 심리적 공황사태까지 이르렀다.

지진 사고의 경험이 없던 국가안전처나 재난 주관방송사인 KBS 그리고 교실에 학생들에게 안전하게 가만히 있으라는 교사와 교수 등의 행동이 현재 우리나라의 재난 대응 능력의 현주소를 말해주고 있다. 이번 지진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적은 것은 지진이 지하 12~15km 아래서 발생했고 지표파열이나 해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진 대응능력은 턱없이 부족했지만 재수가 좋았다고나 할까? 앞으로도 이런 재수가 지속되리라는 보장이 없으므로 지금이라도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할 것 같다.

미국 뉴욕의 911사고 때 부시 대통령이 사고 파악과 대책을 지시하고 나서 곧바로 재난 현장에 나타나서 먼지를 뒤집어 쓴 채 구조 소방관 옆에서 사태 복구를 격려했고, 중국의 스촨성 지진(2013)이 발생하자 시진핑 주석은 즉각 피해 주민의 텐트 속을 찾았고, 윈난성 지진(2014) 때 리커창 총리는 진입도로가 끊기자 이튿날 재난지역에 헬기를 타고 들어가 며칠간 천막 속에서 지내며 사고현장을 진두지휘했다. 반면 경주는 지진 발생 6일 만에 정부 각료로는 행정자치부장관이 처음으로 현장을 방문하여 대책회의와 현장 점검을 했다. 장관의 현장 방문 보도사진을 보면 피해주민은 멀리 있고 공무원들만이 장관주위를 감싸고 있다. 장관이 주무시는 시간에는 지진발생 보고를 못하는 등의 행태는 아직 우리니라가 재난 대책 후진국으로 여겨지는 현실이다. 따라서 한시 바삐 재난 대책 시스템을 재정비해야하는 숙제를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경주 지진이 발생하면서 시민들이 대피장소로 가장 먼저 간 곳이 공원과 학교운동장이었다. 다른 재난 시에도 함께 피난지역으로도 활용되는 녹색공간을 체계적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숙제도 재난 대책에 새겨보면 좋겠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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