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일본 가드닝 월드컵을 참관하기 위해 방문단을 구성하여 후쿠오카를 들렀을 때 넥서스 월드 주거단지(Nexus World Residential Development)를 벤치마킹할 기회를 가졌다. 후쿠오카는 처음부터 끝까지 도시를 세심한 계획아래 예쁘고 아름답게 잘 짜여져 있기도 하지만 넥서스 주거단지는 새로운 주거 실험의 장이 된 곳이다.

넥서스 주거단지는 일본의 정서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가로형 복합아파트의 미래형을 제시하였다. 소규모 전문상점과 주택 혹은 도서관이나 쇼핑센터와 주택의 결합, 은행과 주택의 콜라보 등을 다루는 기획 프로그램으로 다국적 건축가에 의해 건설되었다.

넥서스(Nexus)의 의미는 무언가의 중심이나 연결을 의미하기도하고, 통신시스템의 상호접속, 네트워크 또는 차세대 보안 컴퓨팅 기반을 가리키는 말도 된다. 넥서스는 더 나아가 융합과 다양성을 연결하는 정신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환경·생태·공학의 넥서스’라는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사)응용생태공학회와 (사)한국환경생물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학술대회는 과거에는 이질적이었던 두 분야가 이제는 서로 상호 보완하는 넥서스 정신으로 화합이 된 것이다. 응용생태공학회는 토목·도시기술자, 생물·생태학자, 조경기술자, 경제·사회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생태적 원리를 사회기반시설의 계획, 설계, 시공 및 관리에 응용하기 위한 다학제적 연구수행과 정책개발을 추구하고 있다. 한국환경생물학회는 우리나라의 고도성장으로 파생된 복합적인 환경문제에 대하여 생물학적 해결과 급격히 변화하는 국내외 환경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응용생태공학회가 추구하는 생태학적 지식의 공학적 적용과 한국생물학회가 목표하는 환경생물학적 원리와 이론적 연구가 더해지면 국토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시너지가 된다는 관점에서 세미나가 진행됐다.

한국하천협회에서도 나섰다. 그동안 국토개발의 선두에 섰던 하천개발은 예전에는 환경과 생태보다 경제적인 효율과 기능만을 중요시했으며, 프로젝트의 계획, 추진, 관리 단계에서 환경 및 생태전문가와 많은 이견을 보여 왔다고 자인하면서 변화하는 사회적 요구에 국토개발의 방향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생태하천복원의 구체적인 방향설정과 하천훼손 원인분석, 하·폐수 관리강화, 토지이용개선, 비점오염저감, 수생식물 연안대조성 등에 대한 발표는 하천, 호수, 바닷가를 대상으로 공학자와 자연과학자가 융합하지 않고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여기에 조경학자나 조경기술자는 한 명도 없었다.

조경계에서는 4대강 사업에서 토목의 횡포로 조경분야에 대한 배려를 하지 않은 결과 지금의 허접한 모습의 수변공원과 파괴된 생태환경을 남겼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거칠게만 전진하던 토목에서 환경생태하천을 조성하겠다고 나서는 격세지감의 현실로 변화되고 있다. 국토부나 공기업에서 토목이 차지하는 비중과 권력, 조직, 예산, 법률 등을 미루어보면 앞으로는 생태계에 진입하는 토목의 어마어마한 힘이 발휘될 것으로 예상된다.

건축에서도 생태건축을 표방하며 조경의 영역의 경계선을 허물고 있다. 조경에서도 건축의 영역에 도전하면 된다지만 노력하는 모습이 별로 안 보인다.

지금 조경계는 조경 순혈주의만을 생각하며 우물 안의 개구리로 지내고 있다는 마음이 드는 것은 인접 분야가 넥서스 정신으로 융합하고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며 발전하고 있는데 지금의 조경은 고집과 독선으로 분열되고 있다는 것 때문이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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