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신현 ((주)씨토포스 대표·조경건축가)

2015년을 보내고 2016년 병신년을 시작하며 새로운 조경의 꿈을 꾸어 보기를 소망해 본다. 어느덧 40대 초반이 된 조경이 많은 영역에서 힘을 쓰고 역할을 감당할 나이가 되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녹치가 않다. 하루하루가 급변하는 ‘시대 급류’에 우리 몸도 마음도 떠내려가고 있다.

스스로도 조경에 몸담으며 달려 온지 벌써 38년이 되었다. 앞을 보며 열심히 달려와 많은 일을 하고 조경가의 한사람으로 조경분야에서 열정을 바쳤다. 과거 조경은 참 많이 성장했고 어느 정도 분야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사회에 일익을 담당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불과 몇 년 새 모래성이 무너지듯 조경의 정체성과 업역의 견고함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직면하고 있다.

많은 오래된 시간을 조경가가 조경의 영역을 잘 지키고 큰 성장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바람이 불고 폭우가 쏟아지니까 조경의 실체가 드러났다. 순풍이 불고 따뜻할 때는 전혀 몰랐었는데 한파가 몰아치고 태풍이 불어오니 얼마나 부실했는 지 한순간에 무너졌다.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이제 정말 괜찮지가 않다. 조경설계와 시공 물량을 쏟아내던 LH공사의 조경부처인 도시경관처가 전기설비분야와 처가 통합된다고 한다. 우리의 업역이 줄어든다는 것은 정부조직의 쇠퇴와 학교의 감소를 가지고 온다. 그 뿐이 아니다. 요즘 공고되는 서울시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외부공간 디자인공모는 대부분이 건축가 중심의 프로젝트로 발주가 되고 있다.

서울역고가도로 공원화 사업도 세계적인 네덜란드 건축가가 만지고 있고 세운상가 도시재생 프로젝트, 마포 석유비축기지 공원화 사업, 서소문 역사공원 프로젝트까지 모든 공원과 공공스페이스 프로젝트가 건축가 중심이다.

내가 지금 위원을 맡고 있는 서울시 건축정책위원회는 서울시의 대부분 프로젝트의 발주 심의와 자문 등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외부위원 16명중에 나 빼고 전부 건축가들이다. 회의때 마다 가슴이 아플 정도로 건축가들의 도시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얼마나 큰지를 보게 되면서 우리 조경가들은 이런 도시에 대해 얼마나 애정을 가지고 서로가 많은 대화를 하고 있는가 생각해 보았다. 그래도 나는 아직까지도 누구보다 조경가가 공간과 땅을 가장 잘 이해하고 다루는 전문가라고 생각한다. 조경가가 모든 도시공간을 다루는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기회가 오도록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조경가의 역할을 알리도록 공론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누구든지 이것은 조경가가 맡아서 진행해야 된다고 타분야 전문가들이 말할 수 있도록 우리가 우리의 조경의 자질과 역량을 키워 왔는지 돌아보아야 할 때이다. 이제는 우리가 다루어야 할 조경의 영역이 우리 것이 되도록 더 많은 고민과 노력, 지혜를 쏟아내야 할 시간이다. 이 시기를 놓치면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잃을 수도 있다. 지금의 상황보다 더 악화된 환경에서 조경이 힘들어 할 수도 있다.

여러 조경가들과 본인에게 반문해 보고자 한다. 우리 조경가가 건축이나 토목, 도시분야보다 월등히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우리가 꼭 해야된다고 인정해주는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고객이 이 일은 꼭 조경가가 해야 된다고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얼마나 되는가?

글을 마치면서 조경가만의, 조경분야 만의 능력을 키워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타 분야를 뛰어 넘는 조경영역의 가치를 높이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 조경가는 도시에 어떤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지 고민하고, 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조경분야를 발전시켜야 한다. 조경의 영역을 굳건하게 세우는 조경인들이 되어 다시 조경의 부흥을 꿈꾸는 2016년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최신현(객원 논설위원)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