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하마 黃金町(황금정)

자정이 되기 얼마 전에 숙소로 들어와 미나토미라이21 야경을 보는가 싶더니 이내 잠들었나 보다. 이제는 우리나라에 어느 정도 알려진 미나토미라이21은 철저하게 디자인된 지역이어서, 창밖으로 보이는 저 야경도 소위 ‘연출’한 것이다. 요코하마의 관광객이 연간 약 3000만 명에 달하는 데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 미나토미리21 야경

아침에 일어나 일찌감치 어제 사쿠라이 선생 내외분과 함께 술을 한잔 했던 노게 거리를 걷는다. 얼핏 보기에 우리나라의 여느 뒷골목과 비슷한 풍경이다. 전봇대와 전깃줄이 즐비한 걸 보면. 하지만 잘 보면 우리와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전봇대는 있지만, 전깃줄이 적어도 2층 높이부터 지나다닌다는 점이다. 이 밖에도 돌출간판이 차도나 보행로로 튀어나와 있지 않고, 원색 간판이 거의 없다는 점이 있지만, 전깃줄만 저렇게 처리해도 보행자 눈에는 크게 의식되지 않는다.

▲ 노게 거리

노게를 지나 大岡川(대강천)을 따라 걷는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우리의 지저분한 하천과는, 혹은 접근하기 어려운 우리 하천과는 달리 깨끗하게 정비되어 있고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돼 있다. 이렇게 한가로운 풍경을 감상하며 거닐다 보면 어느덧 黃金町(황금정)에 다다른다.

▲ 大岡川(대강천)에서 낚시 중인 노인과 구경하는 노인

 

▲ 다리를 건너면서 찍은 천변풍경과 그 뒤의 랜드마크 타워

 

▲ 미나토미라이 카모메스쿨 2015년 가을학기 홍보물과 黃金町(황금정)의 시작

 

黃金町(황금정) 활성화 : 黃金町(황금정) 바자, area management 그리고 Creative Space

황금정은 필자가 2009년도에 요코하마에서 열린 Creative City 국제 심포지엄에 발표하러 갔을 때 안내를 받은 곳이다. 이곳은 당시만 해도 조성 초기였었지만 이번에 방문하였을 때는 더욱 달라져 있었다.

황금정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자면, 수도권에서 가장 큰 집창촌으로 전성기에는 업소가 250여 개에 달할 정도였지만, 2004년부터 ‘문화예술창조도시 요코하마’를 표방하면서 이 점포 중 군데군데의 점포들을 시에서 매입하여 예술가와 창작가들에게 임대를 하여 ‘문화적인 방식’으로 지역의 이미지를 바꾸고 활성화를 모색하고자 했던 곳이다.

▲ 황금정 바자 안내판

 

▲ 황금정 전철노선고가 아래에 조성된 창작 공간

 

▲ 황금정 전철노선 고가 아래의 가림판 그림과 황금정 바다 안내판

 

위의 사진들처럼 필자가 방문하였을 때는 때마침 황금정 바자가 열리고 있었는데, 이 바자는 2008년에 처음 열리기 시작해서 매년 열고 있다. 그리고 전철노선 고가 아래에는 이전에 조성된 창작공간에 더하여 새로운 공간이 추가되었음을 알 수 있었고, 지역 어린아이들이 그린 가림판의 그림은 그 내용은 달라졌을지언정 자리는 그대로이다.

▲ 황금정의 파출소, 예전엔 허름한 숙소 건물이었으나 왼쪽편 공간을 주차장으로 조성하면서 황금정의 안전을 책임지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 황금정 전철노선 고가 아래의 2009년도 모습

 

▲ 황금정 전철노선 고가 아래의 2015년도 모습, 그림은 다르지만 같은 위치에 그림이 걸려 있다

 

근 10년이 다 되어가는 이곳은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이지만 갈 때마다 느껴지는 건, 항상 다른 색깔을 칠하고 있고, 열심이라는 것이다. 이곳 Area Management 센터의 대표인 아마노씨가 규슈 출신 예술가이고, 그러한 그를 영입한 이유도 변화를 기꺼이 수용하려 하고, 그것을 통해 지역의 변화를 끌어내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 Area Management 센터

 

2015년 을미년(乙未年)이 얼마 남지 않았다. 23일부터 대전에 있는 철도공사 사옥에서 ‘도시재생 한마당’이라는 행사가 열린다고 한다. 연례행사여서 큰 의미를 두지는 않지만, 여전히 ‘보여주기식’ 행사라는 인상은 지우기 어렵다. 실제 ‘도시재생’을 위한 일을 하기보다, 부산하게 보이기만 하는 현 행태로는 ‘도시재생’을 이루기 어려운 것으로 여겨진다. 필자 개인적으로도 이미 우리나라의 도시재생은 전면적이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하지 않는 한 절대로 성과를 얻기 어려울 것으로 이미 6년 전에 판단한 데다, 일본의 사례들이 하나의 거리, 하나의 구역을 활성화하는 것에 오랜 시간 노력을 해오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도시재생은 단지 몇 년간의 시도로 가능하다고 여기는 것 자체가 큰 착오이자 정책적 판단 오류에 해당한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혼돈의 시행착오를 거쳐 이 거품이 가라앉고 나면, 비로소 도시재생을 바닥부터 꾸준히 추진해온 지역들이 눈에 들어올 것으로 생각된다. 어떠한 경기이든 경기가 끝나고 난 다음에 심판이 손을 들어주는 쪽이 승자이다.

2016년 병신년(丙申年)은 붉은원숭이의 해라고 한다. 지적 능력이 뛰어나고 지혜를 상징하는 원숭이가 붉은색을 띤다면 음귀와 잡귀를 쫓아내고 건강과 부귀를 상징한다고 한다.

기존에 ‘도시재생’이란 이름으로 ‘사업’을 해오고 있는 지역들은 제외하더라도, 2016년에 새로이 도시재생을 시작하는 지역은 저 붉은원숭이의 해가 갖는 의미처럼 ‘도시재생’을 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여긴다. 독자 여러분들에게도 병신년 새해에는 건강과 부귀가 함께하길 진심으로 빌어 마지않는다. 병신년 새해의 첫 글도 계속 요코하마를 걷는 것으로 시작된다.

오민근 집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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