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뚝섬 일대에 서울숲이 조성된 것은 당초 그곳에 골프장, 승마장 등이 있어서 가능했다. 서울시는 115만㎡가 넘는 면적을 주거·업무지역으로 개발하기보다는 영국 런던의 하이드파크(Hyde Park)나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Central Park)에 버금가는 시민 휴식공간으로 거듭나게 하자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조성된 지 10년이 지난 서울숲은 공원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까지 스토리텔링이 풍성한 친환경 지역으로 변모시켰다.

서울시는 서울숲 조성 이후 2009년에 ‘제2의 서울숲’이 조성된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예전의 경춘선 철로가 이설되면서 공간이 생긴 것이다. 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일대에 서울숲 크기만 한 대형 도심 공원을 조성하여 녹지공간과 각종 문화·상업시설이 적절히 조화되는 숲이 조성돼 서울 동북 지역의 녹색 환경의 업그레이드가 기대됐다. 서울시의 ‘경춘선 폐선용지 공원조성을 위한 기본구상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서울 동북 지역을 관통하는 경춘선 폐선 예정용지 12만7000㎡에 주변 시설녹지 9만9000㎡를 포함한 총 22만6000㎡에 이르는 대규모 공원이 새로 만들어지도록 되어있었다. 이 사업은 2012년에 완료를 하기로 했으나 전임 시장이 추진한 일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올해 8월에 ‘경춘선 폐철길 공원화 사업’ 총 3단계 구간 가운데 1단계구간만이 준공됐다. 아직 ‘제2의 서울숲’의 호칭을 부여받기에는 쑥스러운 규모다.

이제는 서울 강서구가 ‘제2의 서울숲’ 조성을 표방하고 나섰다. 이번에 공원 조성 후보로 된 지역은 강서구 방화동 육갑문 건설폐기물처리장이다. 지난달 박원순 서울시장과 정연만 차관이 지난 20년 동안 운영해오던 육갑문 주변 건설폐기물처리장 이전에 합의를 해서 공원 조성을 위한 새로운 공간이 생기게 됐다. KBS 보도를 보면 폐기물 처리시설이 밀집돼 있어 자연생태공간이 부족한 서울 강서지역에 서울시내 최대 규모의 생태공원인 제2의 서울숲이 조성된다고 한다. 지금의 그곳 상황은 건설 폐기물을 잔뜩 실은 대형덤프트럭이 쉴 새 없이 이동하여 매연과 소음을 발생시켜서 주변 주민들이 인근 한강공원을 제대로 이용할 수가 없는 형편인데 전체 부지가 187만㎡, 서울숲의 1.6배의 대규모 생태공원을 조성한다고 했다. 이곳이 생태공원으로 조성되면 인근 한강공원의 흰꼬리수리와 황조롱이 등 멸종위기동물들의 서식지가 넓어져서 자연생태의 보고로 변모하게 되며 인근 주거 단지도 쾌적한 환경을 누리게 된다. 서울시는 내년 초 쯤 생태공원 조성을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해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라고 한다.

생태공원을 조성하려면 토지보상과 공원조성비에 대한 예산배정이 관건인데 엊그제 반가운 예산 배정 소식이 들렸다.

국회에서 새해 예산안 처리가 법정시한을 넘기며 처리가 되는 와중에 텃밭 예산으로 강서구 국회의원이며 예결위 간사인 김성태 의원이 ‘제2의 서울숲 조성’ 명목으로 600억 원을 증액 배정한 것이다.

국토부가 작년에 2015 예산안 중 ‘생활공원 조성사업’으로 100억을 편성했지만 기획재정부가 “공원은 지방 사무이기 때문에 정부예산을 편성할 수 없다”는 기존 논리를 펴 2015년 예산안에서 배제하는 등 지금까지 국토부 예산에 공원조성비를 편성한 사례가 없다.

해당지역인 노현송 강서구청장이 “녹색도시는 환경과 생태보전이 중시되는 현실을 들여다보면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과제”라고 강조한 바 있다.

국토의 녹색 인프라 구축에 정부 예산이 투입돼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며 서울시도 예산을 함께 수립하여 제2의 서울숲을 조성하면 좋겠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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