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모든 분야가 그렇듯이 조경계에도 단체장이 많다. 각 단체장은 주어진 임기동안 자신의 시간과 열정을 쏟아 부으며 희생과 봉사를 하고자 한다. 그래서 단체의 구성원들은 단체장의 노력과 리드에 따라가며 고마움도 느끼고 발전을 기약하게 된다. 그러나 단체장의 역할이 잘못되면 그 조직은 모래알 조직이 되고 단체장은 지탄의 대상이 된다. 그만큼 단체장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말이 되며 어려운 시기에는 더욱 그러하다.

지금 조경계는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이며, 단체장의 역할이 중요한 시기다. 2015년을 한 달 정도 남은 시점에서 각 단체의 부족한 부분을 생각해보니 아쉽기보다 답답하고 속 터지는 부분이 많다. 그의 가장 큰 이유는 조경의 발전을 위하여 그동안 전통을 가지고 발전을 거듭하던 부분이 사라지거나 축소됐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의 주된 원인은 각 단체장들의 소통부족과 홀로서기에 기인했다고 본다. 이 때문에 2015년의 조경문화는 답보는 커녕 퇴보한 느낌마저 든다. 여기에 그 현상을 세 가지만 살펴본다.

첫째, 매년 가을이면 조경계의 축제인 여러 행사가 조경문화제로 집약되어 조경인에게 자긍심을 높여주고 각 단체의 행사가 한마음으로 연결되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었다. 체육대회와 학회 총회와 심포지엄, 등반대회 등이 많은 조경인들의 관심 속에 높은 참여율을 보여줬는데 올해는 그런 행사가 산산조각이 나서 뿔뿔이 흩어졌다. 9월에 개최된 조경인 체육대회는 오랜만에 700여 명이 넘게 참여하는 대성황을 이루었으나 매년 참석하여 축사를 해주던 한국조경학회장의 축사는 없었다. 조경분야 산·학의 최대 회원 조직을 가진 두 단체의 협조관계가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11월 초에 열린 한국조경학회 가을 총회는 겨우 30여명이 참석한 이사회와 양손으로 세기에도 손가락이 남는 인원이 앉아 있는 초라한 총회가 열렸다. 이번 주에 열렸던 아시아·태평양환경조경포럼은 우려했던 대로 그들만의 잔치로 끝났다. 제각각 흩어진 모래알 형태의 조경계의 모습으로 남았다.

둘째, 조경계의 염원인 조경진흥법이 2015년 1월 6일 제정됐다. 앞으로 한 달 남짓이면 법 시행되는데 조경계는 구체적인 후속 조치를 못하고 있다. 조경지원센터, 조경인력양성기관설립 등 해야 할 일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각 단체가 소통을 제대로 안하는 바람에 표류하고 있다. 또한 조경산업이 많이 창출될 수 있는 국가도시공원조성을 위한 법률 개정의 노력을 몇 년 동안 계속해오다가 올해 갑자기 실종이 됐다. 전임 단체장들이 몇 대에 걸쳐서 추진하던 일인데 신임 단체장에겐 아예 관심 밖의 일이 되고 만 것이다.

셋째,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이 대폭 축소가 돼버렸다.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은 학생들의 설계 작품을 시상하던 예전의 ‘환경조경대전’과 한국조경사회에 소속된 기성 작가들이 찬조 출품을 하여 조경설계 잔치를 확대한 것이며 대외적으로 조경 설계에 대한 홍보를 하는 자리인데 올해는 학생들 작품만 전시가 되고 한국조경사회 회원 작품은 찾아볼 수가 없게 됐다. 전시 장소는 예전의 공공장소가 아닌 한 기업체 주택전시관에서 열렸다. 오가는 발걸음이 없는 모델하우스 내의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은 썰렁한 전시회가 되고 있다. 선배 조경인들의 불통으로 초라한 잔치가 된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은 작품제작을 위해 열심히 노력한 학생들의 얼굴을 보기가 부끄러운 모습이다.

조경단체장들에게 묻는다. 임기의 절반을 스스로의 아집 속에서 보냈는데 나머지 임기 1년 마저 계속 이렇게 반목하고 불통하고 지낼 것인가! 내년에도 무책임과 무능으로 계속된다면 그 책임은 해당 단체장의 주홍글씨가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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