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신 작가

김신 작가의 정원에 서면 바람과 함께 불어오는 은은한 풍경소리가 귓가를 스친다. 그리고 알싸한 향기가 작은 담을 넘어 정원전체 한가득 퍼진다. 그 향을 맡은 벌, 잠자리 등 작은 곤충들도 정원으로 찾아온다. 정원 중앙에는 안성장인이 빚은 항아리가 늠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시각적인 조형원리와 함께 청각과 후각 그리고 미각 등의 요소가 가미됨으로써 인간의 오감을 활용하는 정원을 구성하고 있다. 한국 전통정원의 고운 자태와 수줍은 모습들을 차분히 보여주고 있었다.

경기정원문화박람회 참여 계기 혹은 소감

우선 정원박람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동기도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정원에 대한 관심은 어릴적부터 있었다. 박람회 행사 전에도 관련 회사를 다니며 기획전시를 많이 했다. 연구를 위해 잠시 혼자 생활하고 있는 동안 지인의 소개로 이런 행사가 있는지 알게 됐다. 행사를 알게 된 순간 본인 역시 정원의 아름다움과 그 속에 녹아 있는 삶과 문화를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그 와중에 소식을 접한 선배들도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용기를 북돋아 줘 경기정원문화박람회에 참가했는데 당선이 돼 기쁘다.
일단 정원을 가꾸기 위해서는 땀과 열정은 필수라고 생각한다. 당선 후 지금 생각해 보면 관객들에게 어떻게 하면 친숙하고 포근한 정원을 보여줄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직접 만지고 다듬고 풀을 심는 과정 하나하나 정성을 들였는데 완성작품에 녹아 있어 만족했다. 내가 만든 정원에 가족 혹은 이웃들이 툇마루에 앉아 텃밭에서 수확한 식물을 놋그릇에 담아 맛깔스럽게 먹는 모습을 상상하면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관객들이 정원을 둘러보고 사랑정에 앉아서 쉬는 이런 모습들이 현실화 돼 뿌듯하다.

작품의 콘셉트 및 특징

정원은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담는 그릇이라고 생각한다. ‘화기활원’이라는 주제는 바로 꽃담, 사랑정, 사랑마당, 옹기뜰, 화풍원 다섯 가지 요소들이 만들어낸 하나의 문화다. 안성의 배꽃 및 유기, 용기를 소재로 한 차경과 부분 투시되는 입체녹담이 먼저 눈에 들어올 것이다. 그 안에 들어서면 가족과 이웃들이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사랑정이 자리잡고 있다. 동시에 사랑마당을 바라보며 여백의 미를 느낄 수도 있다. 중앙에 자리잡은 옹기뜰에는 안성 전통옹기로 연출된 분경과 수반을 만날 수 있다. 마당을 걷다보면 나지막한 꽃담 뒤로 화풍원이 펼쳐진다. 이곳은 계절의 변화를 주는 단풍이 아름다운 나무들과 약용 자생초들이 심어져있다. 바람이 불면 은은한 향기가 꽃담을 타고 사랑정까지 넘어온다. 울타리로 둘러싸인 정원은 일상에 오감을 만족시키며 활력을 주는 문화공간으로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경기정원문화박람회 준비하면서 애로사항 및 전체적인 평가를 한다면

일단 없어지지 않는 정원이어서 좋다. 다시 말하면 1회성 정원이 아닌 존치가 되기 때문에 박람회가 끝나도 관객들이 내가 만든 정원에서 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또한 정원에 대해 아직 이해가 부족하거나 낯설어 하는 관람객들이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좋다고 생각됐다. 내가 만든 정원뿐만 아니라 다른 작가들의 정원이 함께 존치될 수 있어서 지켜보는 관람객들도 재미있게 감상하고 비교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됐다고 생각한다. 덧붙여 작가들 정원들과 동시에 정원박람회에 관련된 다양한 부스를 만날 수 있어 하나의 큰 문화행사로 자리 잡은 느낌이다. 그런 의미에서 크게 아쉬움은 없다. 다만 주최 측에서 개최 지연으로 약간의 계획 수정이 있었다. 이런 부분은 앞으로 차질이 없도록 운영 측에서 몇 번이고 체크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기정원문화박람회가 발전하기 위한 방안

박람회가 끝난 후 유지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존치되는 정원들이 훼손되지 않도록 주변 시설물 등이 보완되어야 정원문화도 성숙하게 발전 된다고 생각한다. 이 곳 박람회장에 이틀 연속 폭우가 내려 군데군데 흙과 잔디가 파인 곳이 눈에 띄었다. 해마다 돌아오는 장마 기간에 비가 많이 내려서 언덕 밑에 존치된 정원에 흙물이 밀려 내려오는 등 혹시나 있을 자연재해에 대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냥 방치해 놓고 유지관리가 중요하다고 말만 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정원문화의 발전을 위해 대중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이를 위해선 작가뿐만 아니라 관련 관계자들이 모두 힘써야 한다. 정원은 마음만 먹으면 작은 땅에서 누구나 만들 수 있고 가꿀 수 있다. 이런 과정에 작가들은 더욱더 분발해야 된다. 작가 및 직업이 아닌 취미로 정원을 가꾸는 사람들을 리드 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다시 말하면 정원을 전공으로 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은 정원에 대한 공부를 늦추지 말아야 정원문화도 발전될 수 있으며 작가 자신들도 업그레이드 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향후 활동 계획

현재 파주 퍼스트가든이라는 곳에서 일을 하고 있다. 시공 중에 있으며 이곳은 이태리풍의 정원을 모티브로 웨딩홀, 레스토랑, 카페 등을 함께 만날 수 있는 장소다. 파주시의 ‘농업촌 전문 관광단지’라는 주제의 큰 틀에 맞춰 설계 및 시공을 하고 있다. 내년 5월쯤 문 열 예정이다. 앞으로 정원 박람회처럼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좋은 장소가 나타난다면 어김없이 정원 속에 삶과 문화를 담기 위해 참여할 예정이다.

▲ 김신 작가의 '화기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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