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임대 리츠사업에서 조경공사를 비롯한 기계설비공사 등의 공사가 건축공사로 통합발주하는 것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관련 업종의 관계자들에게 비상등이 켜졌다. 우려하던 LH 리츠 5호와 6호의 4개 공구가 추석 연휴 전날에 통합발주가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조경공사업계는 올 것이 왔다는 위기감에 당황하면서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통합 발주 이전에 여러 단체에서 통합발주에 대한 반대 의견서를 방문 전달하였으며 조경계의 최대 회원가입 단체인 (사)한국조경사회도 최근 LH 금융사업처 AMC사업단(단장 주영문)을 방문하여 통합발주 반대 서명지(970여명의 서명)와 함께 의견을 교환했다.

항의 방문단은 “조경공사업은 건설산업기본법에 적시된 5대 일반공사업의 하나인데 건축공사에 통합발주가 된다면 조경공사업의 법적 독립성이 훼손되는 것이며 국가의 동반성장 및 중소기업 육성정책에 역행하는 것이 되고 대형건설회사의 저가하도급에 따른 부실시공이 우려되는 등 문제가 많으므로 분리발주 해줄 것을 요청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에 AMC사업단은 “리츠사업은 LH에서 시행하는 사업이 아니라 민간업체에서 시행하는 것이며, 발주방식이 바뀐다고 해서 조경공사의 물량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며 조경업계에서 우리를 도와줘야 한다고 요청했다. 또한 “별도발주가 사업에 도움이 되는 것이 없어 보인다”고 정책 변경의 정당성을 설명했다.

LH는 2014년 초에 업무보고를 통해 원가절감 차원에서 공공주택 부문 조경공사를 건축공사에 통합 발주하는 계획안을 검토하면서, 2개 지구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으로 추진하려다 백지화한 적이 있다. 그 이유는 통합발주 계획의 검토과정에서 조경공사와 건축공사 시점 차이로 인해 절감효과 미미, 외부공간 품질확보문제, 정부의 동반성장 취지 등의 문제를 들어 통합발주 계획을 백지화시키고, 현행 분리발주 체계를 유지키로 했는데 이번에는 공공임대 리츠사업에서 또 다시 통합발주가 고개를 든 것이다.

AMC는 페이퍼 컴퍼니이며 사실상 사업주체는 LH이기 때문에 앞으로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이번의 통합발주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당연하다.

지난 9월 18일 변재일 국회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공공임대 리츠사업인 LH 하남미사 A25블록 19공구 아파트 건설공사 입찰방식이 ‘정보통신공사업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LH는 지난 7월28일 ‘하남미사 A25블록 19공구 아파트 건설공사’ 입찰 방식을 기술제안형입찰(건설·전기·통신 등의 여러 공종을 합해 설계와 시공을 일괄 발주) 공고를 했는데 LH는 여러 공종을 통합발주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워 진행을 했다. 하지만 이 방식은 건축·설비·전기·조경 등 여러 공종에 대한 면허를 보유한 대기업만이 입찰에 참여할 수 있어서 중소 규모의 전문공사업체는 수주 기회가 사실상 박탈되는 입찰 방식이다. 정보통신공사는 법에 의하여 분리발주가 의무화된 공종으로, 이는 전문기술력을 인정해주고 부실공사를 방지하고 중소기업체의 입찰참여를 보장하여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하려는 목적이 있다.

이런 취지에서 본다면 “정보통신공사업법‘과 같은 ‘조경공사업법’이 없더라도 중소기업의 생존이 걸린 통합발주에 대한 입장은 정보통신이나 조경은 다르지 않다. 최근 동아일보에는 전국 상공인 대표에게 물었더니 체감 경기가 2008년 금융위기의 고통과 같다며 그 해법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력과 노동개혁에 있다는 기사가 실렸다. LH는 대기업 위주의 발주보다는 중소기업의 고통과 절박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줬으면 좋겠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조경업계에서는 이번 LH 공공임대 리츠사업의 통합발주 계획에 대한 대응을 기계설비, 정보통신 등의 업계와 네트워킹을 통해서 공동대응을 해야 할 것이고 조경공사업의 당사자인 대한건설협회 조경위원회의 좀 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이번 조경사회 회장단의 LH 항의 방문 과정과 통합발주 결과를 보면서 답답한 마음만 생겼다. 힘없는 단체나 사람들이 청와대를 찾아가서 호소를 하고 국회로 쳐들어가서 시위를 하는 마음을 알 것 같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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