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신현 ((주)씨토포스 대표·조경건축가)

세상이 참 혼란스럽다. 경제적으로는 미국을 제외한 유럽, 중국,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 홍콩, 대만이 2분기 GDP성장율이 거의 0% 수준이다. 특히나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경제가 휘청거렸는데 이번에는 중국발 경제 위기가 전 세계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형국이다. 중국이 우리나라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20%가 넘는다고 하는데 만일 중국 경제가 경착륙이라도 하게 된다면 우리나라는 고스란히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다. 이처럼 세계 경제는 이제 어떤 한나라의 경제상황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시스템으로 되어버렸다.

오늘날 우리 경제도 이런 어려움으로 모든 분들이 힘들어 한다. 우리 경제도 세계경제와 마찬가지로 한 분야의 경제적 상황이 이와 관련된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시스템 사회가 되었다는 것이다. 어제 오랜만에 국산차 중 한 전시매장을 찾아가서 차량판매 실적에 대해서 물어 봤다. 판매실적이 너무나 저조하다고 한탄하는 모습을 보았다. 이런 어려운 경제 여건으로 이제 우리는 더 어려운 상황으로 갈 것이 분명히 보인다. 9월 15일에서 24일 이전에 뭔가 어려운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생각이 계속 든다.

거기에다가 북한은 전쟁을 빌미로 우리나라를 압박하고 있다. 전쟁이라는 마지막카드를 가장 유리할 때 사용하려는 북한의 꼼수가 무서운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지금은 뭐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것이 없고 정치, 경제, 사회, 종교, 교육등 모든 분야에서 끝으로 치닫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도대체 이 끝은 어디일까?

그런 와중에 조경분야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돌아보면 역시 시대상황과 별 차이 없이 함께 큰 수레에 돌아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려운 환경에 어떻게 하든 그 시간을 이겨보려는 조경회사 대표들의 각오가 대단하고 또 그와중에 어려운 회사조건을 뒤로하고 새로운 대표의 길을 향해 달려가는 조경가들에게도 격려와 축복을 드리고 싶다. 동일한 환경속에서 건축도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어려움이 큰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들도 규모를 줄이고 건설환경에 맞는 다양한 방안을 통해 이 시기를 이겨나가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다른 부분에 대해 나누어보고자 한다.

그것은 건축이나 조경이 동일한 분야이면서 각자 다른 전문성을 가진 영역이라는 것이다. 동일하게 건설경기의 어려움을 겪고 있고 시대적 환경을 극복해 나가야 하는 시대적 숙제를 분명히 안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큰 차이점은 건축은 건축만의 영역성이 확고하다는 것이고 조경은 조경가들만의 완전한 영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무슨말인가하면 건축은 내버려두어도 건축가의 영역이 분명하게 존재하지만 조경가의 영역은 갈수록 우리 영역에 대한 당위성이 없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가장 작은 대상지라고 생각하는 정원에서부터 대규모 관광지까지 다양한 관련법에 따른 다양한 공간을 다루어 왔다. 언제든지 조경가들이 그 공간들을 전문가 입장에서 다루며 우리의 영역성을 지켜왔다고 생각한다. 건축가들은 아무도 그 공간에 대해 자기영역이라고 말하며 경쟁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최근에 다양한 도시공간에 대한 현상공모를 시행하더라도 조경가의 참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거의 건축가들의 참여가 대부분이고 조경가는 지명을 받더라도 건축가에 비해 턱없이 낮은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이것은 경제상황의 어려움으로 그런 여력이 안되는 회사가 많아진 것도 이유의 하나이지만 그것보다도 우리의 전문성에 대한 인식이나 노력과 의지가 부족한 것은 아닌가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이제 앞으로 나오는 여러 가지 프로젝트중에서 조경가가 다룰 수 있는 일들은 어떤 것들이 가능할까? 조금의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조경식재와 시설물, 구조물등 조경의 영역에서 조경가만 꼭 해야된다고 인정해 주는 것이 있을까?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당연히 조경가가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최근 서울시에서 도시공원 재조성사업의 첫 시발점으로 낙산공원과 양재시민의 숲을 재조성공원으로 현상공모를 시행했다. 필자가 마침 재조성도시공원위원회 위원장의 임무를 맞아 현상공모지침을 준비하면서 기존의 공모형식을 무시하고 순수하게 제안서로만 공모심사를 하도록 공모를 시행하였다. 마스터플랜중심이 아닌 주요 제안사항을 제시해주고 그 제안 내용을 충실하게 준비하도록하여 경비부담도 줄이고 많은 조경회사들이 참석하도록 조건을 만들어 공모하였다. 그러나 뜻밖에 낙산공원은 재공고가 날 정도로 참여자가 없었고 양재시민의 숲은 결국 2팀만 접수되어 심사하고 낙산공원도 재공고되었지만 2팀만 심사하게 되었다,

조경가가 정말 그 임무를 맘껏 표현할 수 있는 것중의 하나가 공원이다. 공원의 질을 높여서 조경가의 위상과 능력을 알리고 조경가만의 전문성을 확고하게 자리매김해야 조경분야의 영역성이 분명해진다고 생각한다. 경제적여건이 어렵지만 우리 분야의 선의의 경쟁을 통해 조경의 영역성 확장과 조경가의 위상을 오히려 높여야할 때가 아닌가 격려하고 조경을 사랑하는 마음을 전해 본다.

최신현(객원 논설위원·(주)씨토포스 대표·조경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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